독일분단극복

동독의 우민화, 빈곤화, 고령화

박상봉 박사 2006. 8. 18. 16:23
 

동독의 우민화, 빈곤화, 고령화

-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위기심화


재임 중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콜  총리는 서독기업에 불만이 많았다. 동독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던 기업인들이 시간이 흐르며 약속을 번복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동독재건이라는 또 하나의 숙제를 짊어지고 매년 약 700억 유로를 동독에 투입했음에도 투자여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고 경제도 침체국면을 면치 못했다.

특히 서독기업들의 동독 내 투자기피는 동독재건에 가장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기업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투자여건이 개선되기보다 더욱 열악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민주화와 시장경제가 정착되어 가는 동유럽의 투자조건이 훨씬 유리한 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동독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콜 정부에 이어 정권을 수임한 슈뢰더 정부에 더욱 악화되었다. 콜 이후 6년 간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으로 구성된 연방정부는 반기업 정서에 호소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더구나 일부 동독 주에는 과거 동독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이 연정에 참여해 반 시장적 정책을 밀어 부쳤다. 친노조, 친환경, 친복지 정책이 우선되었고 이런 정당의 포플리즘으로 서독 기업들은 동유럽으로 투자를 전환했다. 독일사회가 통일 이후 동독에 지원된 총 1조 유로에 달하는 거금이 어떤 우선순위에 사용되었는가를 반문하고 나서게 된 것도 이런 정책적 오류로 인한 것이다.

서독의 막대한 투자의 가장 큰 실패는 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을 우대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재건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는 데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동독주민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해 분단시절 겪었던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빈곤을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들이 통일의 주역이 아닌가 라는 반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통일 15주년을 맞음에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독경제로 인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정책 실패의 증거는 청소년들의 탈동독 현상에서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의식 속에는 “기회와 능력만 있다면 당장 고향을 떠난다”가 자리잡고 있다. 중년들도 다르지 않다. 고향에 머무르는 것이 곧 무능한 자, 패배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누가 머물러 있겠는가. 이런 패배의식은 공공 인프라의 축소로 인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연방정부의 지원은 주민수의 감소로 축소되고 있고 공공시설인 수영장, 극장 등이 문을 닫기 일쑤다. 전반적인 삶의 질은 하락하고 고급인력일수록 머물기가 어렵다.

실업률이 20%에 육박하고 있어도 고급인력이 요구되는 일자리는 비어있다. 그나마 동독에 진출했던 기업들도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고급인력이 떠나며 구매력을 가진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 이제 동독 전체에 고령화, 빈민화, 우민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실패한 정책을 수정하는 일도 여의치 않다는 데 독일의 고민이 있다. 2004년 5월 1일을 기해 출범한 거대한 유럽연합(EU)으로 동독의 입지가 더욱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향후 동유럽으로의 기업진출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서유럽에는 판매법인과 연구기지를 두고 동유럽에는 생산기지를 두어 국제경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체제와 상관없이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 31%로 2년전에 비해 3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체제는 고사하고라도 동일한 체제 내 하나의 정책으로도 국가의 미래가 좌우되는 시대에 무책임한 주장이다. 사회주의(검증이 끝난 실패한 제도)도 좋고, 제3의 길(이론으로만 가능한 과도기의 제도)도 좋고, 자본주의도 좋다니 ! 통일한국은 보다 분명한 비전으로 우뚝 서지 않으면 안된다. 

                                                                                                   IUED

                             

 

                                         -  통일 후 동독 지역의 인구 감소 추이 -

 

◇ 서독과 통합을 이룬 후 동독 5개주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메클렌부르그 포어폼머른 주의 슈베린 시의 인구는 심지어 20.5%까지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동독에는 고령화, 빈곤화, 우민화가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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