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인권보호, 대동독정책의 핵심

박상봉 박사 2006. 8. 7. 13:15
 

인권보호, 대동독정책의 핵심

- 동독주민에 흘러간 현금이 동독변화 주도/ 불투명하고 정의롭지 못한 대북사업 실패


분단시절 동독은 사회주의 국가 중 가장 부유한 나라로 알려져 왔다. 동독의 이런 명성 뒤에는 동독에 대한 서독의 끊임없는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 지원은 몇 가지 원칙이 전제된 것이었다.


첫째, 동독을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인정하지 않았다.

많은 한국의 통일전문가들이 서독이 동독을 국가로 인정했다고 믿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헌법재판소는 1972년 동서독간 체결된 기본합의서에 대해 이것이 동독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대사관급 외교관계를 원했던 동독과 달리 서독은 상주대표부를 교환할 것을 주장했고 동독과의 무역을 내독무역으로 규정해 관세를 매기지 않았다. 동독으로부터 탈출한 탈출자들은 아무런 조건없이 서독정부의 보호를 받고 서독으로 이주했다. 

이에 따라 동서독 간 상주대표부의 성격도 동독은 외교부 산하기관이었던 반면, 서독은 동독주재 서독대표부를 총리실에서 관할토록 했다.


둘째, 대동독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을 분단으로 인한 고통완화와 인권보호에 두었다.

현대그룹이 대북경협 등 독점사업으로 정하고 올인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분단 시절 서독으로부터 동독으로 흘러들어간 지원금의 유형을 파악해본다면 이런 서독정부의 대북협력사업의 성격을 파악하게 된다.

통일 전 동독으로 흘러간 서독사회의 지원규모는 대략 1,045억 DM(한화 약 60조 원)에 달했다. 이 중 정부차원의 지원, 즉 서독정부가 동독정부에 지급한 규모는 대략 271.5억 DM을 차지했으며 이는 총 지원액수의 약 27.5%에 해당된다.

정부의 지원내역은 소련과 동독정권의 베를린 봉쇄조치에도 굴하지 않고 베를린을 사수했던 서독이 서베를린과 서독본토를 잇는 3개의 도로·철로 사용 및 통행료와 3만4,000여 명에 달하는 정치범 석방을 위해 지불한 비용이다. 동독의 섬나라 베를린을 소외시키지 않고 동독주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그 많은 돈을 들인 것이다. 특히 1983년과 84년 총 19.5억 DM의 대동독차관은 동서독 국경지대에 설치된 자동기관단총의 제거를 전제로 달아 이를 관철시켰다. 정부가 서독을 방문한 동독주민들에게 환영금과 동독주민을 위한 의료지원규모도 25억 DM였다. 이렇듯 정부차원의 지원금은 분단으로 인한 고통완화와 인권보호라고 하는 분명한 목표 하에 지급되었다.

 

하지만 이런 정부차원의 지원보다도 동독주민들에게 직접 흘러간 현금이 분단이라고 하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밀알이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척이나 친구가 동독을 방문해 건네주는 형태로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된 규모는 분단 시절 동독으로 흘러간 총 규모의 대략 63%에 해당하는 것으로 무려 640억 DM에 이른다. 동독정부로 유입된 규모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동독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의존도가 낮아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동독의 공산정권은 이런 피해가 체제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점점 동독 경제력의 대서독 의존도의 심화로 이를 막을 수 없는 한계상황에 다다르고 말았다. 남북교류와 협력이라고 하지만 민간차원의 교류가 전혀 허용되지 않은 채, 현금과 물자를 포함한 모든 지원이 북한 정권으로 유입되는 우리의 경우와는 판이하다. 더욱이 북한은 금강산관광사업은 물론이고 개성공단사업에 따른 모든 돈의 흐름(임금 포함)을 독점 관리하고 있다. 동독에 대한 직접투자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정부차원에서도 가능한 한 직접투자를 피하도록 유도했다.

서독의 사례는 우리에게 불투명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업은 성공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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