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독일통일과 유럽국가(2)

박상봉 박사 2006. 7. 18. 10:54
 

독일통일과 유럽국가(2)

- 프랑스, 동독 자유선거에서 공산당 승리를 희망하기도

  대처, 미테랑의 동의에 정신분열증세라고 독설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유럽연합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지만 회원국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네덜란드 루버스 총리는 “독일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라며 회원국 간 분위기를 주도했다. 독일이 1994년 네덜란드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국 선출을 거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에서 독일통일에 대한 반대여론을 주도한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였다. 미국에 이어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도 독일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히자 두 나라의 반대는 보다 거세졌다. 대처 총리는 전승국 지위를 내세워 베를린에서 미, 영, 프, 소 만의 4자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서독의 겐셔 외무장관은 서독이 이 회담에 배제된 것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이등국으로 취급되는 것에 격분했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겐셔의 팔을 잡고 “한스, 당신을 이해하오”라며 4자회담에 반대했다.

이어 영국과 프랑스는 1989년 12월 두 차례 비공식 회담을 갖고 장차 태어날 독일의 ‘괴물’(통일독일)을 저지하기 위한 공조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가운데 미테랑 대통령은 동독에서 치러질 자유선거에서 차라리 공산당이 승리하기를 바랬다는 후문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89년 12월 20일 동베를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산당 지도부에 프랑스의 협조를 약속하는 등 통일에 대한 프랑스의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반대가 극에 달하자 서독의 콜 총리는 이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유럽연합 과정에 가장 큰 장애 중 하나였던 유로화 도입에 대한 독일의 반대를 철회하고 향후 마르크화를 포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통일 문제에 골몰해 유럽연합 추진에 소극적이라며 서독을 비판했던 미테랑 대통령은 콜의 마르크화 포기를 수용하고 독일 문제에 대해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 이에 대해 대처 총리는 “미테랑이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말았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미테랑의 동의에는 “고르바초프가 통일독일이 나토에 잔류해야 한다는 대처의 요구를 결코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이런 가운데 1990년 2월 고르바초프가 “독일문제는 독일민족의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전격 선언하자 영국과 프랑스의 반발도 더욱 거세졌다. 급기야 양국 정상은 2+4 회담에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를 참가시키자고 요구했고 겐셔는 "“They are not part of the game”이라고 반박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CSCE)에서 독일문제를 협의하자는 프랑스의 제안도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소련군을 독일에 계속 주둔토록 하자는 대처의 요구에는 미국은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90년 2월 24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은 독일통일을 지지하고 콜 총리는 통일독일이 친 서방정책을 펼 것을 합의했다. 미국은 이어 1990년 4월 미테랑과 대처를 설득해 전승국 지위를 포기하도록 했고 소련에는 군축협상을 제안해 유럽의 불안을 해소해 나갔다.


서독과 미국의 공동전략은 고르바초프로 하여금 통일독일의 나토 잔류를 동의토록 했고 독일은 향후 병력을 37만 명으로 제한하고 핵, 생물, 화학 무기를 포기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결국 미테랑 대통령은 콜 총리에게 “헬무트, 이제 모든 것이 당신 손에 장악되었소”라며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반도의 미래가 걱정이다.

IUED

 

                                   

 

◇ 영국의 대처 총리와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 독일통일을 선두에서 반대했던 유럽의 맹주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통일을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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