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진리, 자유, 인권의 승리

박상봉 박사 2006. 6. 22. 11:07

진리·자유·인권의 승리

- 서독, 통일독일은 유럽평화에 기여 인식 고취

        

                                                

 

                                                                                                ◇ 무릎끓은 브란트 총리,

                                        지난 1970년 12월 7일 바르샤바 나치 희생자 묘역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빌리 브란트 서독총리.

                                              이를 계기로 서독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독일통일은 20세기 인류역사가 창조한 최고의 걸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이 걸작으로부터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선 진리 그리고 보편적 가치에 충실한 서독의 대외정책에서 배워야 한다. 서독외교의 최대업적은 전세계를 상대로 두 번이나 전쟁을 일으켰던 전범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벗도록 한 빌리 브란트 총리에서 찾게 된다. 그는 지난 70년 12월 바르샤바를 방문해 나치 희생자 묘역 앞에 무릎을 꿇고 폴란드인에게 용서를 구했다. 이 사건으로 폴란드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이런 브란트의 결단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통일의 가능성이 무르익어 가는 상황 속의 서독정부에 이어졌다. 겐셔 외무장관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동독 사태로 불안해하던 폴란드와 주변국들에 과거 전범국의 반성을 재확인하고 미래에 대한 독일민족의 책임감을 분명히 했다.


“폴란드 민족은 50년 전에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의 최대 피해자들입니다. 폴란드 국민은 이제는 안전한 국경을 보장받고 그 안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독일민족은 가해자입니다. 가해자인 우리가 폴란드 국경을 재론하며 과거영토에 대한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그러한 슬픈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폴란드와 함께 미래의 보다 나은 유럽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현 국경에 대한 보장은 유럽의 평화공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 될 것입니다.”

국제사회를 향한 겐셔 장관의 이러한 고백은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러시아의 고르바초프의 마음을 움직였다. 향후 독일문제는 독일민족 스스로 해결하는 데 두 강대국이 동의해준 것이다. 이를 계기로 독일통일의 가능성이 활짝 열렸고 영국, 프랑스, 폴란드의 양보도 얻었다. 진리 앞에 겸손한 정치인의 용기,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 강대국과 이웃국가의 불안감을 해소했던 서독외교의 승리였다.


무엇보다도 동독인의 탈출이 이어지고 동독사회에 반(反) 공산투쟁이 격렬해지는 상황 속에서 서독의 정치지도자들의 대응은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당시 서독의 정치인들과 서독사회는 동독탈출과 반 공산저항으로부터 야기된 동독의 혼란사태를 서독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한다는 인상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동족으로서 억압과 결핍의 고통을 박차고 새로운 삶을 찾아 목숨을 걸고 동독을 탈출하는 동포들에게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일은 동족으로서 당연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동독에서 내버리다시피 한 병약자와 노인들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양심수와 정치범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도 마다하지 않았던 서독의 인권존중, 이것들이야말로 서독 사회가 진리, 자유 그리고 인권의 편에 섰다는 증거들이다. 국제사회는 이 증거를 바탕으로 통일독일이 유럽과 국제사회의 평화에 기여할 것임을 믿었고 동서독 통일의 길을 터 준 것이다. 우리의 대외정책을 돌아보게 한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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