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트로이한트의 시행착오

박상봉 박사 2006. 7. 27. 10:14
 

트로이한트의 시행착오


통일은 선택이 아니다.

통일은 역사가 부여하는 기회이다.

이것은 통일의 기회는 상존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기회를 잡으면 통일을 이루는 것이요,

기회를 놓치면 또 다시 1세기를 기다려야할지 모를 일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통일의 기회를 부여한다면 잡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통일에 대한 준비 여부이다.

친북, 반미 논쟁에 시간과 돈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정치권은 사욕과 권력욕을 버리고 진정 한반도 미래에 대해 몸과 마음을 낮추고 고민해야 한다.

한반도는 바로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자손들이 살아가야할 곳이다.


우리가 남북경제통합의 과정에서 독일의 사유화 담당관청이었던 트로이한트를 연구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유일무이한 이 기관의 사유화 전략을 검토하고 이를 북한의 사유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참고한다는데 있다. 특히 트로이한트의 시행착오는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교훈을 말해줄 것이다. 즉 이 기관이 추진했던 정책 중에 어떤 실수와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면밀히 검토해 북재위(가칭 북한재산관리위원회, 한국판 트로이한트)의 작업에 적용한다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더욱이 사유화 과정에서 나타나게될 부작용과 혼란 상황에 대한 지식을 사전에 숙지한다는 것은 사유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해 체제전환 작업 자체가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트로이한트의 사유화 과정에서 발생한 실책과 시행착오 중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사유화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행위에 관한 것이었다. 양적 질적 규모로 인해 사유화가 역사적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런 핑계로 막을 수도 있었던 여러 불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위들을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불법행위의 일차적 이유는 트로이한트 설립 초기에 나타났던 조직의 미비에서 찾아야 한다. 1990년부터 92년까지의 사유화 초기에 트로이한트는 과다한 임무로 대부분의 작업이 통제와 감시의 기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 자행됐던 불법행위에는 다음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채권․채무 상황과 판매가 조작이다.

이 불법행위는 트로이한트의 임직원들이 인수한 동독기업들의 채권․채무 상황을 조작해 비밀리에 이익을 챙기거나 기업 등 국가재산들을 투자자들에게 저가로 판매하고 불법으로 뇌물을 받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무엇보다도 유휴지의 가격들은 시장가격을 정하기도 어렵고 이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축적되지 않아 투자자와 판매자가 담합을 한다면 얼마든지 그 가격을 조작해낼 수 있었다.

이러한 불법행위들은 대다수가 내부정보를 알고있는 기관(트로이한트) 내 내부관계자들이 연루되어 있었다.


둘째, 투자자의 위장투자

소수의 사례이긴 하지만 투자자들이 트로이한트의 지원 프로그램을 악용해 고의로 기업을 인수한 후 기업 정상화를 위한 모든 혜택을 받은 뒤 기업을 방치하는 불법사례이다. 


셋째, 입찰조작

트로이한트 임직원과 투자자의 담합으로 사전에 내부정보를 유출, 입찰을 따내는 형태의 불법행위다. - 사례: 할레(Halle)의 간오벤 社(Ganoven GmbH)로 이 회사는 뇌물을 건네고 일찰정보를 빼내 입찰에 임했던 사실이 적발되었다. -


이런 다양한 불법행위들이 가능했던 이면에는 신속한 사유화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트로이한트의 실적주의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협상 파트너에 대한 정보가 미흡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신뢰를 보낸 것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인수를 원하는 투자자의 신용상태, 지불능력, 과거 경력 등 기업 인수에 적합한 회사나 인물인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인수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불법행위들에 대해 트로이한트에게 주어진 업무의 규모와 복잡성을 들며 이미 사유화 작업과 관련한 불법행위들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반복해서 지적해 왔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가 일부 있었기는 해도 이 역시 일정한 테두리를 벗어난 특별한 사안은 아니었다. 즉 여러 불법행위들은 트로이한트 자체의 임무를 철저히 수행했다고 한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일들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트로이한트를 상대로 한 일부 사기사건의 원인도 사유화 대상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는 도외시 한 채 미래의 기업성과를 중점에 둔 평가로 인해 초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유화 대상기업을 둘러싼 협상과정에서 트로이한트는 새로운 투자자들을 만난 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시 생존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었다. 이것은 동독의 기업을 인수한 투자자가 구조조정이나 신규투자 없이 기업을 회생시킬 가능성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매우 낮게 평가되었기는 했지만 낙후한 생산설비를 교체하고 신기술을 확보하는 일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다.

이런 관계 속에서 투자자들은 소위 “1 마르크 판매” - 1 마르크 판매전략은 트로이한트의 사유화 전략의 하나로 동독기업의 인수가격을 1 마르크로 정한 대신 투자자들에게 일정한 인수조건을 내세우는 것이다. 즉 생산시설의 교체나 구조조정의 규모 등을 계약에 명시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삼성전관이 동독의 브라운관 공장을 1 마르크에 인수한 바 있다 - 전략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나 이 제도가 여러 불법행위로 악용되기도 했다. 인도의 기업가 달마이 형제는 동독의 두 개의 섬유업체 튀링겐의 주요 섬유업체인 ‘튀링겐 화저’와 작센 주 소재의 ‘작센 자이데’를 인수해 양독 정부로부터 인도와 독일 간 이정표를 세웠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으나 사기극으로 끝나기도 했다. - 1991년 가을 인도의 달미아 형제도 동독의 섬유업체 ‘튀링겐 화저’와 ‘작센 자이데’ 사를 21세기 오일(TFC) 사를 통해 상징적인 가격인 1 마르크에 인수했다. 그리고 인수조건으로 1천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하고 1억 5천만 마르크의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사유화는 인도의 투자자의 조작이었다. 동독의 섬유업체를 인수한 달미아 형제는 약속은 이행치 않고 트로이한트의 초기 지원금 4천만 마르크는 물론이고 인수한 두 섬유업체를 통해 쿠알라룸프르에 개설한 계좌로 9백만 마르크를 이체해 착복하기도 했다 -


트로이한트의 업무와 관련되어 적발된 최대의 불법사건은 베를린의 열 설비업체였던 WBB 사와 관련된 불법사례였다. 이 사건은 한편으로는 투자자의 교활함과 계획적인 사기행각과 다른 한편으로 트로이한트의 업무미숙과 통제 시스템이 부족해 초래된 대표적인 불법사례였다.

1991년 초 (주)도이치 밥콕 사는 동독의 열 설비분야 독점업체였던 WBB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회사는 미하엘 로테만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베를린 WBB 회사에 파견했다. 인수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로테만은 베를린에 도착해 WBB 대표 2명과 또 다른 2명의 스위스 국적의 인물과 공모해 WBB의 경제적 상황을 의도적으로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만들어 밥콕 사가 WBB 사에 대한 관심을 철회토록 만들었다. 동시에 그는 트로이한트에 접근해 당시 부채에 시달리던 스위스의 체마텍 사를 자금이 풍부한 투자자로 소개하고 2백만 마르크에 WBB를 인수토록 했다. 체마텍 사는 로테만의 꼭두각시이자 공범이었다.

당시 WBB 사의 실제 가치는 대략 6천8백만 마르크에 달했고 약 1억5천만 마르크의 유동자금과 양질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로테만은 WBB 사를 구입한 직후 밥콕 사를 그만두고 WBB의 대표에 올라 공범들과 함께 밝혀지지 않은 회사의 자산들을 다른 계좌롤 이체시키기 시작했다. 또한 부지를 처분하고 근저당을 설정해 돈을 챙겼다. 로테만과 공범들은 이런 방법으로 총 1억5천만 마르크를 갈취했다. 그리고 회사에 1억 마르크의 채무를 남겼다. - 1995년 도주했던 그는 2000년 9월 런던 근처에서 체포되었다. 그의 공범 중 한 명은 이미 체포되어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


마지막으로 불법행위와 관련해 동독의 정유회사 ‘로이나’ 건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동독의 로이나 정유업체를 1992년 프랑스 석유재벌 엘프(Elf) 사에 판매한 사례이다. 로이나의 판매는 고위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고 성사되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사례로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유럽의 석유업계에 다양한 부정부패의 고리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널리 시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트로이한트의 사유화 작업과 관련된 다양한 불법행위에 대해 살펴보았다. 몇 가지 유형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긴 했지만 이미 지적한 불법사례에서도 밝혀졌듯이 거대 불법행위들은 이런 유형들이 상호 혼재되어 저질로 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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