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트로이한트(신탁관리청)의 실적

박상봉 박사 2006. 6. 5. 10:31
 

트로이한트(신탁관리청)의 실적


구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전환은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능력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될 정도로 자본축적이 열악한 상황이었다. 동서독 경제통합의 주역으로 동독의 인민재산에 대한 사유화를 책임진 트로이한트도 동독에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물론 초기에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 투자유치의 기회를 실기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91년부터는 기존의 투자전략을 수정해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찾고자 안간힘을 썼다. 마케팅을 강화해 유수한 일간지나 기타 매스미디어에 판매기업에 대한 광고를 게재하는 등 다양한 판매기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서독 투자자 중심의 투자유치 전략을 바꿔 해외로부터 투자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

뉴욕과 동경에 트로이한트 지사를 설립해 투자자를 끌어들였고 브로이엘 청장이 직접 세계 여러 국가들을 세일즈 방문하는 등 외국 투자자 유치에 안간힘을 썼다. 게다가 전문적인 기업 중개인이나 투자은행을 통해 동독기업들을 판매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병행하여 트로이한트는 동독의 매니저들로 하여금 속해있는 기업을 직접 인수토록 하는 매니지먼트 바이 인이나 매니지먼트 바이 아웃과 같은 사유화 방법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경우 시장경제에 익숙한 매니저들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외부로부터 전문경영인들을 영입하는 일이 관건이었고 서독의 경제단체들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아 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트로이한트는 1994년 12월 말로 사유화 본연의 임무를 마감했고 그 실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트로이한트는 인수초기에 동독 노동자의 48%에 해당하는 410만 여명이 고용되어 있던 8천4백여 개의 인민기업을 인수관리하게 되었다. 트로이한트는 8천4백여 개의 기업을 매각이 용이한 규모로 분할해 총 2만3,500여 개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매각현장에서 또 다시 재분할되는 과정을 거쳐 4년여의 사유화 작업을 통해 매각된 것으로 집계된 것은 총 1만5천여 개에 달했다. 이 중 외국의 투자자를 찾은 건수는 860건에 달해 건수로 외국인 투자비중은 6%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사유화로 불리우는 도․소매업, 호텔, 음식점, 극장, 약국, 서점의 사유화는 약 2만5천 개에 달했다. 부동산은 토지 4만6천5백 건, 농지와 임야 6만5천7백 핵터아르가 매각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트로이한트가 기업 등 인민재산을 사유화에 얻은 성과는 매각대금 총 670억 마르크(대략 35조원), 150만명의 고용과 2,110억 마르크(110조원)에 달하는 투자약속이다. 하지만 트로이한트의 성과는 당초 흑자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총 2,564억 마르크(약 130조원)의 적자를 보였다. 이런 예상 밖의 결과는 동독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 했기 때문이다.


기업매각 절차


기업에 대한 매각은 투자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몇 가지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다. 이 중에는 다음과 같은 투자자들의 기업인수 전략과 향후 투자계획 및 기업경영에 대한 계획안이 선발의 주요 기준이 되었다.


투자신청인(구매자)들의 경영전략

기업인수 후 경영전략으로 기존 경영인들과의 협의를 거칠 것을 권장, 이들을 무시한 전략은 추후 여러 부작용들과 문제점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신청인의 투자계획

구체적인 투자시점 및 투자규모에 대한 계획, 이 사항은 일자리 창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매우 중요한 선발기준이 되었다.


고용인수 계획

기존 고용인력의 인수규모, 사유화 작업의 최대 문제가 대량실업이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고용인력 승계여부는 트로이한트의 중요한 선발기준의 하나였다.


기업인수 시점

불투명한 경제상황 속에서 기업인수에 대한 계획이나 의지가 아니라 실행여부가 중요, 누가 실질적으로 기업을 인수해 조속한 시일 내에 생산활동을 정상화할 수 있겠느냐? 라는 시간적 요소에 역점을 두었다.


신청인의 구매가격

투자자가 제시한 인수기업에 대한 구매가격, 위에 제시한 기준들이 충족되었을 때 이들이 제시한 가격이 고려되었다.


삼성전관 사례)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트로이한트를 통해 동독의 기업을 인수한 삼성전관은 동베를린 소재 브라운관 공장을 상징적인 가격 1 마르크에 인수한 바 있다. 이 브라운관 공장은 일본의 도시바에 납품을 해온 회사로 어느 정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회사였다. 트로이한트는 삼성전관에게 이 기업을 1 마르크에 판매하며 그 대신 상당수의 고용인력을 승계하고 해고는 단계별로 추진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 출처 : 남북경제통합론 (박상봉, 나남출판서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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