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북한 사유화 작업의 의미

박상봉 박사 2006. 4. 24. 18:54
 

북한 사유화 작업의 의미


북한은 스탈린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마지막 나라다. 이것은 북한이 얼마나 폐쇄적인 공산국가인가를 대변해주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소련이 해체되고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가 체제전환을 취하고 있으며 사회주의 부(富)의 상징이었던 동독도 서독에 편입되어 버린 상황에서 이제 북한만이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냉전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에 대한 반감과 남한의 천민자본주의적 특성으로부터 반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이것이 국제적으로는 반미연대를 부추기고 사회를 보수와 진보로 이원화해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런 국내외적 분위기를 이용해 공산독재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과의 통일작업은 단순한 남과 북의 통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물론 정치적으로도 한반도 주변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향후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반도라는 변수는 그 의미가 다르다. 북한의 사유화가 보다 면밀 주도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북한과의 경제통합을 추진해야 하는 남한으로서는 몇 가지 분명한 원칙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 사유화 주체들의 자세

첫째,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이다.

통일한국을 이끌어낼 우리의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지녀야 한다. 이것은 북한을 현재의 정치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의 사회주의적 폐쇄체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지도자의 신념과 의지가 실려야 한다. 그리고 남과 북이 분단된 상황 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 일을 이루어내는 길은 통일을 이루어 함께 체제전환의 과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다.

이런 원칙은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북한과의 민족공조를 주장하는 것 이외에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적 통일주의자와는 다르다. 서독이라는 경제대국이 버팀목이 되고 있는 동독이 소련 등 다른 공산국가들 보다 훨씬 빨리 경제회복을 이루어 가는 것과도 같이 북한의 회생은 남한과의 통일이 전제가 될 때 가능성이 최대일 것이다.

또한 독일의 통일에서도 경험했듯이 동독의 사유화를 주도한 트로이한트에 부여된 과제는 그 작업에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 충분하다. 역사적 과제인 만큼 모든 국력을 한데 모아 북한의 사유화를 추진해야 한다. 사유화가 포함하고 있는 양적․질적 과제야말로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가 없이는 해결하기 힘겨운 과제이다. 

둘째, 미래에 대한 비전

성공적인 사유화 작업은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도 통일된 한국사회가 정치적 통합을 무리 없이 이루어내고 경제적 번영을 통해 국력을 신장시키고 외교적으로 보다 강력한 국가로 발전시킨다는 강력한 비전이 요구된다.

통일은 남과 북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에 영향력을 끼치고 이들 국가들과의 대등한 경제적․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통일한국을 만들어야 함이 통일의 조건이다. 12억 중국이 우리의 주요 시장이 되도록 해야 하며 자원의 보고 시베리아가 우리 기업들의 일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끌어오고 일본에서 출발한 고속철도가 한반도를 통과해 중국이나 러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간다는 비전이 현실화되는 것도 통일을 이룬 후에나 가능하다.

이미 탈(脫) 냉전 하에서 국제관계는 국가 간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통일은 동북아 지역을 이념적 대립으로 갈라놓았던 북한의 폐쇄사회를 개방으로 이끌어낼 것이고 통일과 함께 비로소 국제사회에 편입토록 할 것이다. 그러기에 통일은 우리민족의 희망이자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경제적 공동번영을 위한 첫걸음이다.

셋째, 민족화합

북한이 핵 개발을 추진하며 부쩍 강조하는 것이 민족공조라는 개념이다. 남북이 함께 힘을 합쳐 미 제국주의에 대응하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민족화합은 그런 북한식의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민족화합은 우선 남한 내 고질화되고 있는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의 화합과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는 남한사회의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자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더욱이 냉전 이후 떠오르고 있는 남북 간의 화합은 분단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는 무의미하다. 그것은 분단 하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왜곡되어 사용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관행과 질서를 무시한 북한의 불법적인 핵 개발이 민족공조라는 이름 하에 정당화될 수 없으며 정치범 수용소에서 저질러지는 인권침해가 민족을 빌미로 수용될 수 없다. 또한 민족이란 이름으로 반세기 유지되어온 한미동맹이 헌신짝처럼 버려질 수도 없다.

진정한 남북 간의 민족화합은 분단을 극복한 후 왜곡되었던 가치관을 바로 잡고 분단시절 형성된 남북한 주민들 간의 오해를 해소하는 데 있다.



2) 통일정책과 사유화

사유화는 국가의 계획과 통제에 의해 운영되던 체제를 개인의 창의와 시장의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체제로 전환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작업이다. 이 작업은 이미 역사적으로 그 정당성을 부여받은 셈이다. 냉전의 치열한 체제경쟁 속에서 사회주의 체제의 완전패배가 선언되었기 때문이다.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기업의 생산성 면에서 사회주의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보인 것이다. 그 결과 구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은 피폐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평등이라는 사회주의 가치가 결과적으로 삶의 질에 대한 하향평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필자는 체제전환에서 요구되는 사회주의 재산의 민간이양을 민영화라고 부르지 않는다. 독일어로 Privatisierung(영어로 Privatization)이지만 굳이 사유화로 정의한다. 원래 Privatisierung이라는 단어는 공기업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기업이나 개인에게 처분하여 효율성을 높이려는 민영화의 의미이지만 동독이나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인민재산을 개인에게 이양하는 것은 기존의 비효율적인 공산체제를 포기하고 새로운 효율적인 체제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사유화라는 개념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 자체가 북한의 지도부, 친북 성향의 인사, 진보 좌익인사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 후 독일을 방문한 소련의 학자들이 “사회주의가 추구했던 평등한 사회가 건전한 자본주의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 등 유럽에서 실현되었다”고 고백한 것과 같이 피폐한 사회주의 국가의 회생을 위해서 사유화는 피할 수 없는 당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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