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한 미군의 동독 노스탤지어

박상봉 박사 2006. 4. 10. 11:01
 

한 미군의 동독 노스탤지어

- 국가를 배신해 취득한 국적은 회복불가


동독이 몰락하고 통일을 이룬 지 13년이 지났지만 그 분단의 흔적은 아직까지 지구촌 곳곳에 남아 있다. 올해 초 동독 스파이 혐의로 12년 간 복역한 후 출소한 제퍼리 카니(Jeffery M. Carney)의 사례도 분단이 남기고 간 흔적 중 하나다. 카니는 1963년 미국 신시내티 출생으로 청소년 시절부터 독일에 심취해 관련 서적들을 탐독했다. 특히 독일을 둘러싼 군사학과 전쟁사에 관심이 컸던 그는 1980년 군에 입대하자 베를린 복무를 자원했다. 마침 무전감청요원이 필요했던 베를린 주둔 미공군은 독일어에 능통했던 카니의 요구를 즉시 받아들였다. 그는 타고난 언어감각과 청감으로 동독 전투기 조종사들 개개인의 목소리까지도 구별해냈다. 

하지만 여린 감성의 소유자였던 카니는 쉽게 고독감에 빠졌고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늘 외톨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카니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군대 내에 이 사실이 알려질 것이 두려웠고 상사나 동료에 대한 증오심도 커져갔다.

이런 가운데 그가 19세가 되던 1982년 한밤중에 동서 베를린 국경인 프리드리히 거리를 넘어 동독 국경경비대를 찾았다. 이 사실은 즉시 슈타지에 보고되었고 카니는 전문공작원의 협박과 회유를 받으며 스파이가 되어갔다.


슈타지는 카니에게 동독 국적을 선사하는 한편 그의 일이 평화와 정의,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일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리고 슈타지는 그를 암호명 ‘키드’로 불렀다. 이 때부터 ‘키드’는 미 공군 관련 비밀서류들을 동독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동독을 드나들었으며 한번 다녀올 때마다 슈타지로부터 300마르크의 활동비를 받았다. 그의 스파이 활동은 1984년 미 본토로 부대복귀명령을 받고도 계속되었다. 텍사스 주 공군전투부대로 이동한 카니는 공군 기술도서관을 이용해 또다시 비밀문건들을 훔쳐냈다. 이런 그의 스파이 행각은 평소의 심리적 불안상태가 악화되자 중단되었다. 이러자 카니는 1985년 9월 심리테스트를 받기 직전 멕시코 주재 동독 대사관으로 도주했고 동독으로 갔다. 그리고 동독정부가 제공해준 직장에서 일하며 지내왔다.

미국정부는 그의 스파이 활동으로 무려 145억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47 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카노피 윙’이라고 하는 미 군사 계획안의 유출은 미국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이 계획은 일단 유사시 소련의 장성급전략회의의 무선통신망을 마비시킨다는 비밀군사 전략이었다.

 

통일이 되자 미 공군첩보대 OSI는 카니를 베를린에서 비밀리에 납치해 미국법정에 세웠다. 법정은 카니에게 12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는 올해 초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하자 자신은 독일인이라며 미국을 떠나 동독에서 살기를 원했다. 자신은 동독국적 소유자로서 자동적으로 통일 후 독일인이되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독일정부는 국가를 배신한 대가로 획득한 국적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정 그의 여권발급을 거부했다.

IUED

 

                   

 

◇ 동베를린 소재 슈타지 본부 전경, 슈타지의 공작대상은 서독에 국한되지 않았다. 슈타지는 미군장교까지도 포섭해 주요 비밀정보들을 캐내는 등 그의 스파이활동은 최첨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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