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동독 엘리트 평가기준

박상봉 박사 2006. 3. 21. 08:43
 

동독 엘리트 평가기준

- “비민주인사 등용해 국가를 무능하게 이끌 수 없다”


통일 후 동독재건작업에 동독 공산당 엘리트들의 처리문제가 특별히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회주의 엘리트들의 처리에 대한 성패가 곧 민주주의체제로의 성패를 가른다고 말해왔다.

동독국민들이 서독 연방에 편입되어 만성적 물자부족을 탈피보고자 했던 것처럼 통합은 비효율적 제도를 버리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을 의미했다. 동독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율적이었던 서독의 행정체계를 동독에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였다. 이 과정에서 구 동독 엘리트들 중 누구를 어떤 기준에 따라 인수할 것이냐는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다음과 같은 평가기준이 마련되었다.


첫째,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신뢰여부다.

민주적 법치국가는 비민주적 인사들을 등용해 스스로 무능한 정부를 자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통일정부의 의지였다. 40년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무능해진 정부를 이른 시일 내에 제자리로 환원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인사들을 동독정권의 하수인으로 몰아붙여 고용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도 옳지 않았다. 특히 공산당 정권을 선봉에 서서 보좌해온 집단들인 경찰, 검찰, 슈타지, 군대, 학교의 엘리트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는 커다란 숙제였다.

둘째, 능력을 갖춘 전문가 여부이다.

구 동독의 잔재를 청산하고 행정체계를 새로 갖추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공직자의 능력여부는 재건의 성패를 가늠하는 일이다. 단순한 이력서상의 경력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처리해낼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소유한 자라야 이와 같은 시대적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사회주의 하에서 습득한 자격과 능력들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서독의 법질서와 경제질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었다. 특히 대학에 종사하려는 인사들은 그 능력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어야 했다.


위와 같은 두 가지 기준을 기초로 직업 별로 다음과 같은 처리가 이루어졌다. 판사와 검사의 경우 판·검사선임위원회가 만들어져 엄격한 선별작업을 거쳐 재임용되었다. 직업군인이나 임시직 군인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휴직을 원칙으로 했다. 경찰, 지방자치단체나 동독 국영기업 종사자의 경우도 엄격한 선발기준을 정해 퇴출되거나 재고용되었다. 탈락자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헌법 소원도 줄을 이었다.

이런 가운데 당시 헌법재판소장이었던 림바흐(Limbach)는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역사를 왜곡해온 공산당 핵심인사들에 대한 평가는 엄격한 평가기준이 적용되어야 마땅하다며 정부의 까다로운 조치들을 합헌으로 판결했다. 직업군인과 슈타지 요원들의 해고, 대학의 역사학, 철학 등 인문과학자들에 대한 배제는 동독 사회를 새롭게 재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이었다.

IUED

 

                         

 

◇ 유타 림바흐(Prof. Dr. Jutta Limbach) 연방헌법재판소 소장. 통일 이후 쏟아진 헌법소원에 명쾌한 판결을 내려 사법체계를 공고히 확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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