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

박상봉 박사 2006. 2. 17. 10:10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

- 美, 자유와 통일에 대한 독일인의 외침에 응답


1989년 9월 11일 헝가리가 대(對) 오스트리아 국경을 개방할 것을 결정하자 이 루트는 동독인들의 주요 탈출로가 되었다. 전 세계언론은 헝가리 네메츠 총리와 호른 외무장관의 이 결정을 즉각 타전했다. 비교적 자유롭게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을 여행할 수 있었던 동독인들은 이러한 소식을 접하고 체코나 폴란드를 경유해 헝가리로 모여들었다. 이렇게 모여든 동독인들이 10월 말까지 2만 4,000명에 달했다. 매일 거의 500명 이상의 동독인들이 탈출한 셈이다.

동독인의 탈출이 러시를 이루자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향후 독일의 상황을 커다란 우려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많은 탈출자들이 서독은 물론이고 서유럽 전체에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와 함께 향후 독일이 재통일을 이루어내 유럽 내 맹주로 부상할 것도 동서유럽 국가들의 걱정거리였다.


구체적으로 이들의 우려는 무엇보다도 독일이 통일을 이룬다면 통일국가가 중립노선을 택할 것이고 전통우방과 거리를 두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89년 10월 25일자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전통적인 동맹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을 파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토 회원국으로서 독일이 스스로 모순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독일의 입장을 전폭 지원해주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진짜 고민은 유럽연합(EU)이라고 하는 경제공동체의 구상에 대한 차질 때문이었다. 실질적으로 유럽통합을 이끌었던 독일과 프랑스의 균형이 깨지게 될 것에 대한 우려였다. 즉 통일을 이루어 인구 8천만명의 대국이 될 독일이 유럽연합 일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유럽 각국의 걱정과 지적에 대해 물론 통일을 이루기까지 독일은 동서독 간 갈등을 조정하고 영국과 프랑스와의 사이에서 거론될 수 있는 문제에 성의 있게 임하고 통일의 과정 과정을 조심스럽게 이끌어야 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부시는 이제 독일통일은 비껴갈 수 없는 중심 테마로 부상하고 말았다며 동독의 급변하는 상황을 상기하며 이제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릴 수 없다”고 말해 통일의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해주었다.


이런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서독 콜 총리와 독일민족에게 새로운 용기와 신념을 주었고 유럽의 모든 우려들을 차근차근 해결해내며 꿈에도 그리던 통일을 거머쥐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후로 독일인들은 통일을 논할 때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에 감사한다. 2년전 주한 서독 대사로 새로 부임한 가어어 대사도 그해 10월 성북동 독일대사관저에서 있었던 통일 기념리셉션에서 이 자리에 함께 했던 주한외교사절과 국내 인사들에게 인사말을 통해 “독일통일은 무엇보다도 현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자유와 통일에 대한 독일인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전통우방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중국, 러시아 등과 선린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반도 통일은 물론이고 동북아 및 한반도의 평화도 가능하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IUED

                          

 

◇ 조지 부시 현 미국 대통령 부친. 그는 1989년 동독의 혼란기에 자유와 통일에 대한 독일인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