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정치범은 호네커의 외화벌이

박상봉 박사 2006. 2. 13. 09:48
 

정치범은 호네커의 외화벌이

- 獨, 통일 후 현상금 걸고 비자금 수색


호네커의 막강한 권력의 배후에는 코코(KoKo)라고 하는 비밀회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코코는 ‘Kommerzielle Koordinierung’의 약자로 상업조정회의라고 번역되지만 동독의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였다. 구 사회주의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관으로 정상적인 무역이나 대외거래를 통하지 않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만든 비밀조직이었다.

코코의 대표는 알렉산더 샬크-골로드코프스키(Alexander Schalck-Golodkowski)였다. 그는 동독이 몰락했던 1989년까지 평생을 외화벌이 사업에 투신했던 인물이다. 비밀안전기획부 슈타지에서 에리히 밀케의 지도를 받아 박사과정을 마쳤고 ‘적의 경제력 활용’이라는 주제 하에서 서방의 자본주의국가의 부를 갈취하고 빼앗아들이는 방법을 광범위하게 연구했다.

특히 서독사회의 경제적 부가 코코의 주요 타깃이었다. 그는 동독 사회주의국가에 살면서도 자본가가 누리는 모든 혜택을 누린 인물이기도 했다.


코코는 산하에 220개 회사를 거느리고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왔다. 동독 몰락 후 코코의 지하실에는 동독 국립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금괴의 5배에 달하는 21t의 금괴를 보유하고 있었음을 미루어 코코의 규모를 유추할 수 있다. 코코는 1,000개 이상의 비밀계좌를 보유하고 있었고 서독의 도이치 한델스 뱅크에 개설했던 계좌번호 0628은 호네커의 개인계좌였다. 서독정부가 동독의 정치범들을 석방하는 대가로 지불했던 돈은 주로 이 계좌로 입금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호네커는 이러한 불법 비자금을 수단으로 독재권력을 유지해왔다. 측근들을 위해 고급 장식품, 화장품 및 고급 양주 샴페인들을 사들여 선물했고 국민의 동의도 없이 수천만 마르크를 남미나 폴란드에 지원해주기도 했다.

코코는 외화벌이가 되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감행했다. 국제사회가 이전을 제한한 기술들을 비밀리에 제3국에 이전해 거액을 챙겨왔고 양심수도 외화벌이로 이용했다. 코코 산하의 무역회사였던 IMES는 국제적으로 무기를 밀거래해 외화를 벌어들였던 회사였다. 이런 식으로 코코가 벌어들인 외화는 총 500억 마르크에 달했고 이 중 적지 않은 자금이 해외에 은닉되었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통일 직후 바이겔 재무장관이 코코와 공산당의 은닉재산을 찾기 위해 5백만 마르크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북한의 중앙당 39호실 역시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관리하고 외화벌이 사업을 전담한다. 39호실은 동독의 코코와도 같이 외화벌이 사업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39호실에 소속된 대성무역총회사는 산하에 수십개의 무역상사와 운수회사, 해외지사 및 대성은행을 두고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각 단체 산하에 여러 사업체를 두고 외화벌이에 동원하고 있다. 이 중 조선 아태평화위는 대남사업을 주도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외화벌이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금광으로 년간 10t 내지 15t을 생산한다. 북한의 금광은 모두가 김정일의 소유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위조달러, 마약 등의 밀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도 모두 김정일의 통치자금으로 유입된다.

김정일은 이 비자금을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등지에 은닉해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때에 따라 서방의 고급 상품들을 구매해 자신과 측근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주요 구매품목 중 하나가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다. 김정일이 측근에게 주는 벤츠의 번호는 ‘216xx’다. ‘216’은 김정일 생일을 의미하며 ‘216’으로 시작되는 차는 특권층을 상징하고 있다.

IUED

 

                                      

 

◇알렉산더 샬크-골로드코프스키. 그는 평생 “서독이 이루어낸 부를 어떻게 빼앗아 낼 것인가”라는 일에 투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