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서독 베를린 왕래로 싹튼 자유

박상봉 박사 2006. 2. 7. 11:02
 

서독-베를린 왕래로 싹튼 자유

- 71년 통행협정후, 1년만에 1,200만 명 왕래


1948년 6월 24일 동독 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소련은 서베를린에 전력공급을 중단하며 베를린 봉쇄를 단행했다. 이것은 베를린을 고립시켜 자연스럽게 소련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이 지역을 공산화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소련과 동독 공산주의자들의 의도는 미, 영, 불 연합국의 공중가교(Luftbruecke) 대응전략으로 무산되었다. 공중가교는 봉쇄당한 서베를린 주민들에게 생필품 등 모든 필요한 물자들을 항공기를 대규모로 동원해 조달하는 대응전략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국, 프랑스의 합작이었다. 서방 연합군의 이런 대응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련은 1년이 채 못된 49년 5월 12일 봉쇄조치를 스스로 풀고 말았다.


이 후 베를린은 서독과 연합군의 지원을 받으며 동독 내 자유의 상징으로서의 도시로 마음껏 성장할 수 있었다. 베를린을 방문한 존 F 케네디는 “Ich bin ein Berliner(이히 빈 아인 베를리너,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며 베를린에 대한 확고한 지원을 약속했다. 동베를린 훔볼트 대학을 대신해 서베를린에 자유대학(FU)을 세운 것도 자유의 상징인 베를린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대변한 것이었다.

특히 1971년 체결된 베를린 통행협정은 동독의 섬 베를린과 서독 및 서방세계의 교류를 가속화했고 이후 1년 만에 1,200만 명이 서독과 베를린 구간을 왕래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일 전 베를린과 서독을 잇는 구간은 3곳에 불과했다. 이 구간은 베를린-함부르크, 베를린-하노버, 베를린-뉘른베르그 구간으로 베를린을 자유와 번영의 서독 땅과 연결하는 젖줄과도 같았다.


서독정부는 이 구간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였다. 1978년에는 베를린-함부르크 구간 도로확장공사를 위해 12억 DM(약 6,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기도 했다. 이 구간은 동독정부에게 막대한 수입을 가져다주었다. 통행료와 통행비자 발급비 등은 물론이고 이 구간에 제한속도를 설정해 수많은 서독차량으로부터 과태료를 챙겨왔다. 하지만 이 구간은 동서독 주민들의 자연스런 만남의 장소였고 서독 마르크貨의 위력이 드러났던 장소였다.

슈타지의 강력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통행구간내에 마련된 휴식처에서는 동서독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었고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건네지는 무언의 대화와 제스추어 속에는 자유와 풍요로움이 얼마나 귀중한 가치인가가 담겨 있었다. 속도 제한이 없어도 시속 80km를 초과할 수 없었던 트라반트의 운전자들은 포르쉐(Porsche), 벤츠(Mercedes Benz), 베엠베(BMW) 등으로 대표되는 서독차량에 시기의 눈총을 주었다.


일명 트라비(Trabi)로 불리는 트라반트(Trabant)는 바르트부르그(Wartburg)와 함께 동독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자동차였다. 모두 2기통 엔진이었고 휘발유의 연소가 완전하지 못해 심각하게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한 차종들이었다. 동독주민들이 이 차를 구입하는 데도 거의 18년의 세월을 대기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 동독의 당 간부들은 동독인들이 자본주의 대표적인 산물인 서독차량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애써 부인했으나 통일 후 이들의 진실이 무엇이었는가가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통일이 되자 서독 중고차량에 대한 동독인의 수요가 워낙 커 품귀현상을 빚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IUED

 

                     

◇ 지난 1963년 베를린을 방문했던 존 F. 케네디가 베를린 시청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 연설에서 “Ich bin ein Berliner(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고 선언했고 이후 이 연설은 늘 독일 역사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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