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바람직한 화폐통합

박상봉 박사 2006. 1. 16. 09:53
 

남북경제통합5

바람직한 화폐통합


1) 교환의 우선순위 제고


화폐통합과 관련한 일련의 문제점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한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화폐통합의 모든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공직자들은 미래한국을 건설한다는 특별한 사명감과 애국심을 갖춘 자들이어야 한다.

국가지도자는 이 과정을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북한에 원화를 도입해 단일통화권을 형성하는 일이 성공적인 경제통합을 이루기 위한 기초를 닦는 일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부도덕한 공직자들을 징계하고 사리사욕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첫째, 화폐통합이 기업에 미칠 영향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기업은 생산의 주체이자 고용의 주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쟁력이 없어 스스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기업은 청산절차를 밟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시장의 교훈이다. 다만 선진 경영기법과 만성적인 자금부족이 해소될 경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업이 화폐통합으로 인해 도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유동자산에 대한 교환을 최대한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하며 회생가능 한 기업까지도 도태시키는 정도의 환율이 채택되지 않도록 적정환율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가계의 화폐교환은 상한선을 정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지적했듯이 북한에도 동독이나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같이 공급부문의 만성적인 침체로 유휴화폐의 규모가 예상 밖으로 클 것이다. 현찰은 있으나 살 물건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보유하고 있는 화폐들이다. 화폐통합은 일시에 이런 죽은 화폐들을 구매력을 갖춘 화폐로 끌어올릴 것이고 아무런 제한없는 화폐교환은 인플레이션과 개인의 무절제한 소비를 부추길 염려가 있다.

따라서 가계의 화폐교환은 연간 상한선을 정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체제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주민들에게 주어지는 많은 양의 현찰은 개인이나 국가에도 이롭지 않다.


2) 화폐통합과 불법행위(독일의 사례)


동서독 화폐통합은 1990년 5월 18일 체결한 경제, 통화, 사회통합에 관한 국가조약을 근거로 하고 있다. 당해 7월 1일 발효된 조약의 화폐통합 관련 규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동독시민은 1인당 6천 마르크까지 1:1의 환율로 교환해주며 6천 마르크를

      초과하는 금액과 법인재산 및 기타재산은 환율을 2:1을 적용한다.

둘째, 동독 이외의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자연인이나 법인의 재산은 1989년 12월

      31일 시점까지의 합법적인 등록재산에 대해 동독화폐 2마르크를 서독의 1

      마르크로 교환해주는 2:1의 환율을 적용한다.

셋째, 그 밖의 모든 해외재산은 3:1의 환율을 적용한다.

넷째, 동독 외환관리법을 위반한 재산들은 원칙적으로 교환이 불가능하다.

화폐통합 관련 불법행위들은 대부분이 이런 동독 마르크화에 대한 환율을 둘러싸고 벌어진 것들이었다. 동독 성인 1인당 6천 마르크(동독)까지 1:1로 교환해 준다는 규정에 따라 가족, 친척 친지들 사이에 위장으로 재산을 나누는 일이 다반사였다. 게다가 임의로 해외에 빼돌린 재산을 유리하게 교환하기 위해 동독 내에 거주하고 있는 친척이나 친지에게 재산을 비밀리에 이전하는 일도 있었다.

기업들 역시 화폐통합의 환율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불법이득을 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폐통합 직후 때아닌 동독기업들의 대출상환이 러시를 이루었다. 이것은 서독의 기업들이 환 차익을 얻기 위해 화폐통합 직전 해외재산을 동독기업에 대출해주는 형태로 이전해 2:1의 유리한 환율로 교환한 뒤 부채상환의 형태로 서독기업에 되갚는 일종의 불법행위였다. 해외 외환계좌의 채권은 3:1의 환율이 적용되었는데 반해 동독 내 계좌로 이체된 경우에는 2:1의 환율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밖에도 동독 내 기업들은 해외계좌로 이체해야할 상품대금을 일시적으로 국내로 들여와 2:1의 환율로 교환해 환 차익을 얻은 후 대금결제를 하는 형태로 부당이익을 얻는 등 화폐통합을 둘러싼 동서독 기업들의 한탕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물론 근본적으로 유리한 환율로 소득을 극대화하는 것이 범죄라고만 할 수는 없어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에 유리한 방법을 찾아 화폐통합에 임했다. 다음과 같은 예는 기업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화폐통합에 임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동독의 A 기업은 1990년 초에 서독의 B 기업으로부터 1억 마르크 상당의 상품을 구매했고 동독 마르크화로 4억4천만 마르크(당시 환율 4 : 1)를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화폐통합 이후에 결정된 2 : 1의 환율을 적용받을 경우는 1억 마르크에 해당되는 동독의 2억2천만 마르크를 지불해도 오히려 2억2천만 동독 마르크가 남게된다. 따라서 기업은 대금결제를 약속한 날짜보다 미루어 지불해 환차익을 올렸다.


화폐통합결과법(Waehrungsumstellungsfolgengesetz)

화폐통합과 관련해 예상 밖의 불법행위들이 드러나고 그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하자 1993년에는 소위 ‘화폐통합결과법'이 입법되었다. 이 법은 기업이나 개인이 환차익을 목적으로 고의로 자행한 불법거래 및 금융거래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방재정부는 이를 근거로 관련 거래들을 재조사해 불법행위에 대한 거래를 무효화하고 피해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추징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경우 재무부가 정당하지 못한 불법환율조작에 대한 단서를 잡기만 해도 관련사건에 대한 증거의무를 피의자들에게 지우도록 했다.

IUED

'북한경제재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제전환의 핵심  (0) 2006.02.11
동서독 화폐통합 사례  (0) 2006.01.25
화폐통합 시 고려사항  (0) 2006.01.12
화폐통합의 기능  (0) 2006.01.10
사회주의 화폐: 화폐감옥, 통화사기  (0) 200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