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화폐통합 시 고려사항

박상봉 박사 2006. 1. 12. 09:52
 

남북화폐통합4

화폐통합 時 고려사항


화폐통합은 피폐한 북한경제에서 신음해온 북한주민들에게 풍요로움을 맛보게 하는 실질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북한인들에게 향후 이루어질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제공한다.

그러나 북한인들을 의식한 과도한 정책들은 통일된 한국의 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재건되어야할 북한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과도한 정책의 첫째는 북한화폐에 대한 가치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환율정책에서 쉽게 나타난다. 화폐통합은 방법상 북한의 원화를 남한의 화폐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하며 북한의 화폐를 일정한 비율을 정해 남한의 원화로 교환해 줌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은 교환비율을 정하는 일이다. 즉 환율을 어떻게 설정해야 남한경제의 부담이 최소화하고 북한경제의 충격이 완화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응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1) 적정환율


화폐통합을 위한 환율을 결정하는 데에는 경제적 변수 뿐 아니라 정치적 입장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가능한 한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순수한 경제적 차원에서 남북한의 화폐통합을 추진할 환율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 경우 정치적 차원의 고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것이 독일통일의 화폐통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교훈이다. 화폐통합 시 정치적 고려는 북한주민들에게 통일에 대한 자신감을 제공하는 것과 분단시절 독재권력 하에서 굶주림과 고통 속에서 살아온 삶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의미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고려는 대중인기영합주의라고 불리우는 포퓰리즘의 형태로 나타날 개연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통일 후 북한에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해 보려는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선심성 공약들을 막아야 한다. 북한의 경제적 재건을 성공하지 못하는 통일은 그 의미 자체가 이미 상실된 것이기 때문에 통일 직후에 남발될 가능성이 큰 공약들이 검증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반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돈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많다. 그것은 돈에 비해 살 물건이 턱없이 모자라거나 설사 있다 하다라도 달러 등 경화를 요구해 돈을 쓸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 한다면 화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무리한 환율을 적용한다는 것은 남한경제는 물론이고 북한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유리한 환율을 적용해 북한주민들의 손에 남한의 원화가 넘쳐난다면 북한주민들은 그동안 충족하지 못했던 재화를 구매하는 데 한꺼번에 사용할 것이다. 물론 남한기업은 급격한 소비의 상승으로 일시적 호황을 맞게 될 것이지만 이런 현상이 미래 통일된 사회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서독과 동독이 추진했던 화폐통합도 많은 전문가들은 경제적 여건보다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측면이 강해 동독 마르크화의 가치를 너무 높게 적용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정말로 예상치 못한 통일이 찾아왔고 통일의 물꼬를 탈출자들이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동독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배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경우, 독일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우선 통일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우리에 앞서 통일을 이루어낸 독일의 화폐통합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화폐통합에서 배울 점은 무엇이며 어떤 시행착오들이 있었는지 면밀히 파악해 장차 다가올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북한주민들의 이등국민 의식이며 다른 하나는 북한기업의 생존에 관한 사항이다.


2) 이등국민 방지


화폐통합은 남북통일이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국민적 과제임을 천명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주민들을 이등국민화할 위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반세기 기아와 굶주림, 생필품조차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던 사회에서 성장한 북한주민들이 남한의 화폐를 손에 쥐고 남한 사회의 풍요로움에 처하게 된다면 이들이 겪게될 상대적 빈곤은 통일의 과정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열악한 북한상품은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고 넘쳐나는 사치품들은 그저 눈요기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남한사회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채 심한 열등감에 빠지게 될 것이며 남북한 간 이질감을 부추길 것이다. 더욱이 분단시절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이동이 허가됨으로 남한주민들과의 삶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스스로 ‘이등국민’이라는 열등의식에 빠져들기 쉽다. 남북의 접촉의 기회가 늘며 지식, 성품, 외모, 생활수준의 차이들이 더욱 표면화될 것이다. 특히 결핍한 생활에 이골이 난 북한주민들이 남한의 사치스런 생활모습으로부터 받게될 문화적 충격이다. 이것은 북한주민의 열등감이 될 것이고 이에 대한 방치는 남한주민에 대한 증오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통일의 과정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고 성공적인 경제통합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3) 기업의 경쟁력


또 한가지 화폐통합 시 배려해야할 사항은 북한의 기업환경이다. 물론 파탄난 경제의 기업환경을 예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전무할 뿐 아니라 이렇다할 중견기업도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나마 북한경제에 적든 크든 일조 했던 기업들이 존재했을 것이며 이 기업들을 찾아내 관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 중에서도 경쟁력이 없고 회생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청산해야 하겠지만 지원을 통해 회생이 가능한 기업들은 가능한 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구제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경제통합 과정에서 많은 북한기업들이 파산하는 것을 막아 실업발생을 줄이는 역할도 하지만 북한인들로부터 희망을 완전히 빼앗아 재기의 꿈 마저 상실토록 해서는 안 된다는 염려 때문이다.

가능한 한 북한경제의 뿌리로부터 경제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지혜는 오늘날의 경제가 단순히 경제적 요인 뿐 아니라 경제외적 요인에 의해서도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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