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남북 화폐통합1

박상봉 박사 2006. 1. 3. 10:48
 

남북간 화폐통합1


화폐통합은 성공적인 경제통합을 위해 취해야할 최초의 구체적인 경제적 조치이다.

북한을 원화 사용권역으로 묶는 일은 단순한 소비재배급증서에 불과한 북한의 화폐를 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남한의 원화로 대체하는 것으로 경제통합의 핵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화폐통합은 실질적인 경제통합이 시작되는 단계이자 북한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임을 이해해야 한다.

화폐의 단일화는 북한인들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자본주의 사회에 참여토록 하는 실질적인 조치이다. 물론 북한을 원화라고 하는 단일통화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남한으로서는 위기일 수도 있다. 급격한 통화량의 팽창으로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가능성이 크다. 원화를 손에 든 북한인들은 눌러왔던 소비욕구를 한꺼번에 분출할 충동을 느껴 생산이 동반되지 않은 소비만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화폐통합은 북한경제를 재건하고 통일을 마무리짓기 위해 감당할 수밖에 없는 조치이다. 남한 및 북한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세심한 분석과 검토를 통해 추진되도록 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독일의 화폐통합의 장단점을 검토해볼 기회가 주어져 있다.



1. 화폐통합의 의미


남북 간 화폐통합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사회주의적 금융을 폐지하고 북한경제 재건의 토대가 될 금융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서의 의미이다.

북한의 금융은 "화폐자원의 동원, 분배 및 이용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로 정의되며 국가계획에 필요한 자금을 국가은행을 통해 제공되므로 재정의 일부에 불과하다. 비 정부부문 경제주체 간 금융거래는 제한되며 기업소와 협동체는 오직 국가가 제공한 자금과 자체의 소유자금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가계소득의 일부가 저축을 통해 기업투자로 연결되는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부분적인 대부제도가 있어 국가은행이 기업소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유동자금의 부족분을 메워주고 있는 정도다. 이러한 사회주의 금융의 한계로 인해 기업은 금융권을 통한 투자기금 조달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역신용제도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또한 요구불 및 저축성예금, 송금 및 외환의 취급 등과 같은 은행의 금융서비스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기업 정상화가 요원하다.

그리고 국가은행은 기업소나 기관들에게 국가계획에 필요한 자금을 분배하며 생산주체들의 경제활동을 통제한다. 기업 간의 거래자금을 결제하고 생산이나 판매계획들을 감독하는 한편, 기관이나 기업소들이 예산납부의무를 위반하였을 때는 벌금이나 연체료를 부과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화폐의 기능에 대해서도 북한당국은 가치척도, 가치보전, 지불수단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하나의 구호에 불과하다. 그것은 북한의 가격체계 자체가 각 경제영역 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계획의 일부이므로 실제가치를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유재산제도를 금지하고 있어 화폐의 가치척도나 축적 기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은행은 북한경제의 재건을 위해 환율과 가격제도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게 된다. 현재 북한의 공식환율은 달러 당 2.2원 이지만 비공식환율은 200원 수준으로 100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둘째, 독재정권 하에서 기아와 궁핍에 시달려온 북한주민들에 대한 보상

화폐통합의 경제적 의미 이외에 북한의 경우 화폐통합과 관련해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 그것은 화폐통합을 통해 북한주민들이 소유하게 될 남한의 원화로부터 얻게될 경화의 효과이다. 북한주민들에게 달러나 원화와 같은 경화는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화폐들이다. 왜냐하면 이들 화폐들은 생필품은 물론이고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제품들을 구매할 가능성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의미가 중요한 것은 통일의 가능성이 결국 북한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떠나는 탈북자, 배고파 아우성치는 주민들에 의해 그 어떤 개혁의 동기가 제공되고 통일도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화폐통합의 이런 정치적 의미는 좌절과 억압 속에 신음하던 북한주민들에게 새로운 통일시대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물론 성공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눈물겨운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고난 뒤에 찾아올 자유와 풍요로움이 있다는 사실이 김정일 정권 하에서 겪는 고난과는 다르다.

또한 통일된 국가가 하나의 국가로 완성되기 위해서 단일통화를 갖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1871년 비스마르크 재상은 독일제국을 건설했지만 당시에 7개의 통화권과 33개의 민간발권은행이 난립하던 통화체계를 1873년 하나의 단일통화권으로 통합하는데 성공함으로 제국의 통일을 완성함과 동시에 국가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와 정반대의 경우이지만, 독일은 2차 대전이 끝나자 하나의 독일 땅에 두 개의 화폐가 탄생함으로 분단을 가속화했다. 1948년 7월에 서독에 마르크화가 만들어지고 6주 후에는 동독에 단일화폐가 탄생한 것이다.

유럽연합이 정치적 통합까지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 앞서 유러화를 도입해 전 회원국들을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은 것도 유럽의 통합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렇듯 화폐의 영향력은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 정치 사회적으로 막강하다. 독일 역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동서독 간에 다양한 통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양독 간에 통일조약이 체결되기에 앞서 서둘러 추진했던 것이 동서독을 단일통화권으로 묶는 화폐통합이었다.

독일은 화폐통합을 조기에 실현시킴으로 통일이라고 하는 국가적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를 재확인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한다는 의도를 과시한 셈이다. 국제적 구매력을 확보한 서독의 마르크화가 동독인들에 손에 쥐어지자 이들은 서독의 풍요로움을 실감하게 되었고 통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보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되었다.

IUED

'북한경제재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폐통합의 기능  (0) 2006.01.10
사회주의 화폐: 화폐감옥, 통화사기  (0) 2006.01.05
구조적 태업  (0) 2006.01.01
사회주의 기업활동  (0) 2005.12.29
통제경제의 허와 실  (0) 200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