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통제경제의 허와 실

박상봉 박사 2005. 11. 30. 10:42
 

경제통합을 위한 이론과 사례5

통제경제의 허와 실


1) 정치적 가격과 생산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통제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제조상품의 선정과 상품의 가격을 당이 결정한다는 데 있다.

서구 경제학자들은 이론적으로 이런 통제경제가 사회주의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통제경제가 한나라의 국민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현실적으로 어떤 사례나 형태로 나타났는지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 이것은 사회주의 사회의 폐쇄성에 원인이 있지만 이미 오랜 동안 시장경제 체제에 익숙해진 인식체계로 사회주의 경제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통일 전 동독이 세계 11대 산업국가로 알려져 왔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당이 기업의 생산활동에 개입함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국가의 불건전 재정이었다. 공산집권세력들은 사적인 요구로 기업의 제조상품을 결정하기도 했고 정략적 차원에서 생산과 가격을 결정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동독정부의 생산과 가격에 대한 개입은 더욱 심해졌고 몰락 직전 동독은 국가예산의 1/4을 이러한 왜곡된 구조를 유지하는 데 지출했다. 즉 통치자의 의지와 희망에 따라 물건이 만들어지고 가격이 매겨진 것이다. 인민회의 진더만(Sindermann) 의장의 손자가 '리바이스' 청바지를 요구하면 이것이 정치국의 의제가 되었고 호네커가 동독제 256 킬로바이트 마이크로 칩 생산을 주문하면 제조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 개의 칩의 제조원가가 536 마르크였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격은 16 마르크로 결정되었다. 결국 국가 재정은 고갈되고 생산의 양과 질도 급격히 낙후되었다. 가계는 생필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생산업자는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의 품귀현상으로 공장가동을 멈춰야 했다. 주택을 구하는데 5년이 걸렸고 전화는 10년을 기다려야 설치되었다. 동독 차였던 바르트부르그는 무려 15년이나 기다려야 차례가 왔다. Der Spiegel 1999년 11월 15일자.)


이런 생산에 대한 정치적 개입으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정치적 실정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집권세력들의 왜곡된 상황인식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켜 동독 말기 호네커는 동독의 국가채무가 어느 정도인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호네커 총서기는 80년대 초 이미 국가 채무가 240억 마르크(서독)에 달했음에도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사실은 89년 말 당에서 축출된 호네커의 후임으로 총서기에 오른 크렌츠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고르바초프와 회담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두 정상의 회담을 기록한 회의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호네커와 동독의 국가채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 했으나 동독에는 부채와 같은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 대화가 중단되었다”라는 고르바초프의 발언내용이었다. 이처럼 호네커는 베일에 가린 채 현실에 대해 무지했다.)


결국 이런 기업활동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국제사회에 알려졌던 동독의 경제력을 하나의 허상으로 만든 주법이었다. 1999년 서독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동독 경제가 그처럼 급격하게 몰락하게 된 원인에 대해 호네커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의 경제지식의 결여, 이념적 아집과 관리들의 아부에 있었다고 보도하고 이런 정치인들에 의해 생산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로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슈피겔 지는 국가에 식용토끼를 납품해온 한 사육사의 “자신이 마리 당 60 마르크에 납품했던 식용토끼가 도살, 가공처리 된 후 15 마르크의 가격이 매겨져 국영상점에 진열되어 있었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인들에 의해 자행된 은폐와 왜곡은 통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만천하에 드러났고 더 이상 작동되지 못했다.


2) 기업의 행동유형


사회주의 계획경제 하에서 굳어진 기업의 행동유형 중 대표적인 것은 보고의무를 태만 시 한다는 데 있다.

기업은 경제활동의 기본 틀을 설정하는 작업에서 소외된 채 국가로부터 필요한 자료만을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된다. 따라서 기업이 제출한 자료에는 기업에 누가 되거나 불리한 자료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그 중에는 허위보고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계획은 이러한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자료들을 기초로 이루어져 왔고 이로 인한 비효율적 국가운영으로 총체적인 붕괴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기업의 또 다른 중요한 행동유형은 “최대의 비용으로 최소의 효과”라고 하는 고질적인 병폐 속에서 찾게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기업활동은 소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라는 원칙 하에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이런 정반대의 기업활동의 원칙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회주의 체제의 상벌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최대의 경영능력을 발휘에 최소의 비용으로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는 상부로부터 하달된 계획을 적기에 초과달성 하느냐에 달려있다.

바로 이런 상벌제도의 차이로부터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여부가 좌우된다. 시장은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수요자가 개별적으로 수립한 결정사항들을 조정하는 장소로서 조정수단으로는 가격이 사용된다. 즉 시장에 상품을 공급하는 생산기업은 독자적인 생산활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가격을 결정해 시장에 진출하게 되며 소비자는 다수의 공급자가 제공하는 상품에 대한 선택을 하게된다.

합리적인 구매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의 질과 가격을 비교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가능한 한 낮은 가격과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해 다른 제품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한다. 경쟁을 수단으로 한 바로 이러한 시장의 기능을 통해 한정된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물론 이러한 경쟁이론에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을 통해 생산자나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논리는 자원의 효율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이와 반대로 하달된 계획량에 대한 달성여부가 상벌의 기준이 되는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기업인은 자원에 대한 효율적인 경영자라기 보다 국가계획의 집행자로서의 행정관리인이라는 평가가 걸맞다. 따라서 행정관리인으로서 기업인은 한편으로는 계획량을 적게 부과 받으려 노력하게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부과된 계획량을 차질없이 달성하기 위해 부족한 생산원료, 부품 등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인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게 되며 때로는 국가계획에 관여하고 있는 당 간부들을 매수하는 일도 발생하게 된다. 또한 만성적인 물자부족으로 인해 기업들은 가능한 한 많은 원료, 부품 등을 사전에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부정직한 행동이 일어날 수 있으며 기업의 창고에는 원료, 부품 뿐 아니라 반제품이나 심지어 완제품들도 불필요하게 보관되는 일이 일어난다.

이런 비효율적 경영으로 인해 사회주의 기업들은 제품의 질보다는 양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며 사회주의 체제 전반에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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