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구조적 태업

박상봉 박사 2006. 1. 1. 14:38
 

경제통합을 위한 이론과 사례7

구조적 태업


과거 사회주의 경제가 경쟁력을 잃고 체제전환을 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노동생산성의 저하 때문이었다. 1명이 해야할 일을 2명, 3명 심지어 4명이 나누어 하니 그렇다. 사회주의 국가는 이렇게 실업문제를 해결했으며 완전고용을 실현했다고 선전해왔다. 이와 함께 사회주의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로 부터 부여받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해왔다. 따라서 제품의 질보다 양에 초점을 맞추게 되며 이렇게 고착된 사회주의 행동양식을 구조적 태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86년 고르바쵸프의 개혁 개방을 시작으로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은 경제적 위기를 인식하고 체제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는 개혁조치를 가속화했다. 이와 함께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몰락한 이유에 대한 다양한 연구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중 하나가 국가의 구성원, 또는 기업의 주체로서의 인간의 행동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몰락을 규명하려는 시도였다. 인간의 역할이 점점 중요시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의미 있는 연구였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지탱했던 두 가지 중요한 제도를 든다면 재산의 공유화와 경제활동의 통합수단으로서의 계획이라는 제도였다. 이미 거론했듯이 이 두 가지 제도는 자본주의 모순을 피하고자 하는 마르크스, 엥겔스의 혁명적 시도였다. 그러나 이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고 정치적으로 공산독재를 불러왔지만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보려했던 이 두 학자들의 노력 자체는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회주의 몰락을 인간의 행동을 중심으로 파악하려는 연구는 인간의 본질이 사회주의가 설정했던 인간의 모습과 다르다는 데서 출발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사유재산이 불허되고 모든 재산이 공유된 사회에서 인간의 행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파악해 그 원인을 파악해보고자 하는 노력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재화는 사유재와 공공재로 나뉘어 진다. 개인이 소유하는 주택, 자동차, 토지 등이 사유재에 속하며 도로, 공원, 지하철 등 공공시설이 공공재에 속한다. 인간의 행동은 재화의 성격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집착은 무한하지만 그렇지 않은 공공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공공시설을 파괴하고 제멋대로 사용한다든지 거리나 도로를 더럽히고 모든 국민의 휴식처가 될 공원이 몇몇 개인들에 의해 쉽게 더럽혀지고 오염되는 것도 바로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때 우리사회에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유행처럼 제기됐던 되가 있었다. 일부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과 족벌체제의 악영향으로 인한 사회적 저항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모든 기업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고 한다면 누가 자신의 기업을 위해 자신의 생활을 포기하면서 까지 그렇게 열심히 밤낮으로 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는가, 반문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기업인들의 과감한 투자와 일을 무서워하지 않았던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철저한 기업가 정신이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에 보다 다른 시각으로의 접근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사유재산을 원칙적으로 인정치 않았던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몰락은 인간의 공공재적 성격인 ‘무임승차 또는 공짜인생’에서 찾게되는 것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사회주의 하의 기업인들이 국가계획위원회로부터 가능한 한 적은 계획량을 부과받도록 심혈을 기울여왔다. 또한 일자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는 노동자들은 공공재의 성격을 띄고있는 기업의 시설물, 원자재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용으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기 일쑤이다. ‘태업’은 바로 이러한 노동자들의 비효율적 노동행위인 것이며 태업을 구조적으로 용납했던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몰락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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