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화폐통합의 기능

박상봉 박사 2006. 1. 10. 10:43
 

남북화폐통합3

화폐통합의 기능


남북이 화폐통합을 통하여 단일통화권에 진입한다는 것은 통일을 향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경제활동에 대한 북한 정치권의 영향력이 대폭 축소되고 정부의 방만하고 왜곡된 재정운용과 예산집행이 불가능해 짐에 따라 시장의 기능이 되살아날 전망이다.

안정된 원화로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이 유발될 것이며 시장이 확대되어 시장경제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이런 경제적 여건변화 속에서 정부는 효율성에 바탕을 둔 경제정책에 골몰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남한 정부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경제인을 키우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우선 남한의 유능한 유휴 경제인들을 북한에 파견해 북한의 경제인들을 양육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북한인들을 전문가로 양성해 낼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이것이 통일 이후 생겨날 수 있는 심리적인 남북갈등 해소에 일조하는 일이다.


1) 시급한 은행설립


동독 지역에 새로운 은행제도를 갖추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경제재건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


사회주의 은행제도의 특징은 중앙은행이 일반 시중은행의 기능도 병행해 국립은행이 발권업무, 통화정책 뿐 아니라 산업 및 무역금융업무도 직접 관리했으며 일반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행용 외환업무까지 담당했다는 데 있었다. 일반 시중은행은 일반고객이 아닌 특수고객과 특수업무만을 취급했고 은행 간 경쟁은 존재치 않았다. 일반국민들은 마을금고라고 하는 지역금고를 주로 이용했고 제한적이지만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았다.

동서독 경제통합의 핵심이 되었던 화폐통합은 동독의 은행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우선 일반상업은행의 업무가 동독 국립은행에서 분리되었고 국립은행은 94년 서독의 재건신용기금(KfW)에 통합될 때까지 화폐통합 관련 교환차액보전기금의 운영을 맡았다.

통일조약에 따라 서독 재건신용기금에 통합된 동독 국립은행은 서독 연방에 새로 편입된 동독 5개주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시장경제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에 주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동독 지역에 새로운 은행제도를 갖추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경제재건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이 일에는 서독의 금융기관과 금융인들의 노력이 매우 컸으며 이들은 동독 지역내 지점망을 확충하고 시장경제에 익숙한 금융인을 양성하는 일에 주력하였다. 특히 은행의 동독진출 사업에 경쟁적으로 활동한 두 은행은 서독 최대의 도이치 은행(Deutsche Bank)과 드레스드너 은행(Dresdener Bank)이었다.  이 두 은행은 동서독 간 화폐통합이 발효된 89년 7월 1일 이후 경쟁적으로 동독지역에 은행 지점망을 설치하여 고객을 확보하는 일에 주력하였다.

이렇듯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 시중은행들도 통일 후 금융체계 확립을 위한 기본전략과 함께 무엇보다도 북한에 지점망을 확충해 북한경제 재건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2) 금융인 양성


북한에 은행을 세움과 동시에 서둘러 금융인을 양성고자 하는 것은 북한의 금융인프라를 개선을 위해


북한지역에 금융인을 양성해내고자 하는 최대목표는 북한 사회에 화폐의 다양한 기능을 알리고 그 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데 있다. 북한경제 몰락의 원인에는 사회주의 금융의 일환인 북한의 금융제도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은 금융의 기능을 첫째, 인민경제에 대한 국가적 지도와 통제 둘째, 인민경제계획 수행을 위한 자금보장 셋째, 화폐유통의 안정공고화 넷째, 외화거래의 합리적 조직 및 외화자금 보장 등의 네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기능은 금융을 통한 국가적 지도와 통제의 기능이다. 국가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기관, 기업소, 협동체들에 대한 지도와 통제는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금융권도 단일은행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의 금융기관은 기업 단위에 소요 자금을 제공하면서 경영활동을 재정적으로 통제하는 국가기관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단일은행제도는 중앙은행의 기능과 상업은행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하나의 대형 국가은행의 존재와 이 은행이 모든 은행을 지휘 통제하여 통일적인 은행체계를 만든다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는 중앙은행의 업무와 상업은행의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이하 조선중앙은행)’이 있다. 그리고 조선중앙은행의 업무를 보완하기 위해 대외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조선 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역은행(이하 조선무역은행)’과 몇 개의 외환전문은행만을 두고 있다.


북한은 또한 모든 기관과 기업소 등이 국․공유화 되어 있어 주식시장이 존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하나의 은행이 모든 국내금융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어 은행간 콜시장 등 단기금융시장이 없다. 신용거래는 은행을 통한 신용거래만을 인정하고 기관, 기업소 또는 개인들 간에 이루어지는 신용거래는 인정하지 않다. 이것은 사채시장도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예금, 보험과 같은 개인적인 저축수단이나 사고보장수단도 기관, 기업소의 재정충당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재정적 보조수단으로서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북한은 금융기관을 대내담당 금융기관, 대외담당 금융기관, 합영 금융기관. 기타 금융기관 등 네 부문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내담당 금융기관에는 조선중앙은행과 이를 대신해 예금업무만을 담당하는 ‘예금망체계’가 있다. 조선중앙은행은 1946년 10월 설립된 이래 국내금융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으로서 화폐발행, 통화조절 등의 역할 뿐 아니라 여수신, 정책자금 지원, 국고, 보험, 국가재산 등록 등 다양한 업무가 명시되어 있으나 실질적인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외담당 금융기관에는 대외금융업무를 전담하는 조선무역은행과 조선무역은행의 무역결제업무를 분담하는 부문별 외환전문은행이 있다. 1959년 11월 설림된 조선무역은행은 국제금융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으로서 대외결제, 환율결정과 같은 외환관리, 외화와 바꾼 돈표 발행, 외화 예금 및 대부 등 외화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합영 금융기관은 일반 합영은행과 투자기관으로 구분하며 일반 합영은행은 합영법 제정이후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원활한 기업활동 보장을 위하여 설립된 금융기관으로서 조선합영은행, 고려상업은행, 화려은행 등 3개 은행이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앞서 지적한 대로 국가재정의 일부로서의 기능을 본질로 하고 전문영역에 대한 기능은 최소한의 업무만을 감당하고 있어 글로벌 경제시대의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북한의 금융이 시장원리에 따른 자율적인 금융중개기능은 물론이고 경제주체 간 자금의 효율적 배분도 이루어지지 못해 국가의 경제발전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서둘러 북한에 은행을 세움과 동시에 서둘러 금융인을 양성고자 하는 것도 이런 열악한 북한의 금융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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