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동독아저씨의 표정에 안도의 한숨

박상봉 박사 2005. 12. 5. 10:16
 

동독 아저씨의 표정에 안도의 한숨

- 진정한 분단극복은 물리적 통일만을 의미하지 않아


동독의 수도였던 동베를린은 서베를린과의 접경이자 냉전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에서부터 알렉산더 광장에 이르기까지 약 2km에 이르는 운터덴린덴(Unter den Linden) 가(街)로 대변된다. 보리수나무 아래라는 뜻의 이 길가에는 소련대사관을 비롯한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대사관들이 운집해있고 이 외교가를 지나면 훔볼트 대학, 국립오페라 극장, 베를린 성당들이 이어져 있고 그 뒤로 동독 외교부 건물, 슈타지 본부, 인민궁전, 공산당 중앙위원회, 칼 마르크스 광장 등 웅장하고 권위적인 건물들이 계속된다.

분단 시절 이 거리는 동독의 핵심이자 권력의 중심이었고 여기서 모든 국가전략이 만들어졌다. 통일이 되자 이 거리에는 서독 및 서방 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다. 저녁이 되면 항공사, 은행, 보석상, 전문의류점, 고급식당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의 불빛들이 번뜩이며 시내 곳곳에는 관광객들의 두리번거리는 모습들이 하루 종일 눈에 띈다.

제복을 입은 인민경찰들이 군데군데 서있는 가운데 이따금씩 검정색 승용차가 정적을 깨던 과거와는 너무나도 판이하다.


특히 동서 베를린을 가로지르며 운터덴린덴 가를 한결 여유있게 만드는 슈프레 강가에서 펼쳐지고 있는 여러 광경들은 변화되는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강가를 따라 화가들의 그림들이 자유롭게 전시되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폭이 한강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좁디좁은 강이지마는 이 물길을 따라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배 앞 쪽에 서서 메가폰을 잡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물가에 펼쳐져있는 동베를린의 문화유산들을 설명하는 동독 아저씨의 표정에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새로운 시대에 자신이 쓰여진다는 자긍심도 곁들여 있다. 싸지 않은 승선료지만 유람선을 타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으며 이 귀중한 순간을 역사적 가치로 소중히 담아내고 있다.

베를린 시는 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몰락한 동베를린을 다시 세우는데 사용하고 있다. 통일과정에서 실직 당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으며 상처받은 동독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데 사용하고 있다.


서독인들이 통일 후 새로 깨닫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동독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열악했다는 점이다. 곳곳에 뜯겨진 도로하며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호화 건물 뒤편에 방치된 주택이나 건물, 희망을 잃고 표정없는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들, 모든 것이 기대 밖이었다.

운터덴린덴 가는 이제 이들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희망을 주는 새로운 장소로 변모하고 있다. 이 거리의 시작 지점에 소니 유럽본부가 세워져 있다. 한일 월드컵 때 독일 국민들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던 우리나라 시청 앞과 같은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독일 대표적 기업인 다이믈러 벤츠 본부도 이 곳에 새롭게 둥지를 틀어 동독 경제도약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을 보며 분단극복은 단순한 통일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통일 이후 드러나게 될 혼란과 부작용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통일된 사회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까지가 분단극복의 진정한 의미이다.

                                                                                               IUED

 

        

 

◇ 슈프레 강을 따라 동독지역의 문화유적지가 있다. 오른 쪽에 서있는 건물들이 박물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