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분단극복

공산국가의 체제전환

박상봉 박사 2005. 11. 18. 08:29
 

공산국가들의 체제전환

- 시장경제 체제 전환은 생선수프를 수족관 물고기로 환원하는만큼 어려워 -


소련에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를 부르짖던 고르바초프는 1987년 4월 10일 체코 프라하를 방문, 한 대중 연설에서 자신의 개혁노선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소련은 철강, 자원, 연료, 에너지 강국임에도 낭비와 비효율적 분배로 자원빈국이었고 세계 최대 곡물생산국이면서도 수백만 t의 식량을 구매해야 했습니다. 기초과학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실용도는 낮아 국민경제는 도탄에 빠졌고 기초 생활용품까지도 수입해야 했습니다.” 이빨 빠진 호랑이의 모습이다.

고르바초프의 이러한 현실인식은 체코인 뿐 아니라 전 동유럽 사람들의 반향을 불러왔고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 작업을 시대적 과제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정치인이나 학자들은 “어떻게 시장경제로의 전환작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총력을 기울였다. 체코, 폴란드 등 서유럽에 가까운 동유럽 국가들은 친 서방노선을 추구하며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것이고 원활한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고 구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몇몇 국가들은 체제전환 과정에서 공산세력과 개혁세력간의 알력으로 개혁이 중단 지속을 반복해오고 있다. 또한 백러시아나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키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들 국가들에 비해 서독의 막강한 후원세력을 지니고 있는 동독의 개혁조치는 타 공산국가에 비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지속해온 동독의 체제전환과 경제재건 작업도 지원규모에 비해 성과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방지원금, 주(州)정부간 재정균형제도에 따라 동독지역에 지급한 기금, 사회구호기금 등 각종 명목으로 동독에 지원한 금액이 무려 1조 2천억유로(한화 1,500조원)에 달했으면서도 아직까지 동독경제의 자생력은 생기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통일 15년 차에 접어든 독일 사회는 이제 이 천문학적 자금이 교육, 연구기술 및 산업시설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다면 동독경제는 훨씬 나아졌고 성장률도 유럽에서 가장 낮다는 수모는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독재건작업 초기에 보였던 10%대의 성장률도 통일의 특수가 사라진 90년대 중반부터는 급격히 하락해 서독지역의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고 있다.

OECD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동독의 1인당 GDP는 수년 째 서독의 60% 수준인 반면, 경비와 인건비는 서독수준에 근접해 대다수 동독기업의 수지상황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기업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제 사람들은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은 생선 수프를 물고기가 살아 움직이는 수족관으로 환원시키는 것만큼 어렵다”는 스웨덴 경제학자 앤더스 에슬런드(Anders Aslund)의 주장에 새삼 주목하고 있다. 막연한 통일이 아니라 진정한 통일준비가 무엇인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IUED

 

               

 

◇시장경제 도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동독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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