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정착의 허실
- 동서독 평화정착은 가짜였다 -
독일이 통일을 이루기전 전세계의 관련 전문가들은 만약 통일이 거론될 경우, 동서독 통일은 한반도 통일보다 늦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독간 평화가 정착되었고 분단상황 속에서도 동서 간 교류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두 나라가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있으며 모범적인 분단관리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편지 한 장 교환할 수 없이 냉기류가 흘렀던 한반도와는 달랐다.
서독과 동독이 이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상호 인정하며 모범적으로 공존하고 있으니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 독일을 둘러싼 유럽국가들은 게르만 민족의 통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후 종전 조약의 통일불가론의 고수를 주장해왔다.
이들 나라들이 이처럼 독일통일에 부정적이었던 것은 어떤 이데올로기나 명분 때문이 아니었다. 과거 역사를 통해 강력한 하나의 독일로 부터 영토를 침해당하는 등 구체적인 피해를 받아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땅에 통일이 찾아왔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서독의 대동독 정책이 뿌리채 흔들렸고 오히려 급작스런 변화가 서독과 동독 정치인들의 접근을 강요했던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동독으로 부터 대규모 엑소더스가 시작되었고 공산독재에 항거하는 시위대의 구호가 전 동독을 뒤흔들었다. 탈출자들은 서독 대표부로 체코나 폴란드 주재 서독 대사관으로 헝가리를 통한 오스트리아로 동독을 떠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동독을 탈출했다. 라이프치이 월요데모로부터 시작된 시위행렬은 도미노처럼 동독 전체도시로 확산되었고 백성들은 "우리는 하나의 민족(Wir sind ein Volk)"이라며 통일을 부르짖었다.
전세계의 찬사를 받던 동서독 간 평화정착은 깨져버리고 말았다. 아니 이것은 동서독 평화정착이 위선이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독재와의 평화가 가짜임을 웅변하는 것이었고 평화는 백성을 주인으로 섬기는 권력이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해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북한의 독재권력과의 평화정착이라는 구호가 허구로 들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권력의 속성 때문이며 동서독 평화공존이 가짜였기 때문이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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