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통일15주년, 성과와 과제

박상봉 박사 2005. 10. 21. 10:42
 

통일 15주년, 성과와 과제

2005. 10. 3


독일의 공영방송 ZDF는 통일 15주년을 맞아 통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서독인의 82%, 동독인의 91%가 통일에 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서독인의 15%, 동독인의 8%가 통일을 불만족 스럽게 생각한다는 답변이었다. 과거 통일 이전 시대로 돌아갈 것을 원했던 사람은 전체 독일인의 6%에 불과했다. 작년의 10%에 비해 4%나 하락한 숫자다.

하지만 현재 독일의 상황에 대한 동서독인은 모두 불만족을 표했다. 지난 15년 동안 1조3천억 유로(한화 약 1,800조원) 이상을 동독 재건을 위해 투입하고도 자생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정책적 과오

 

통일 이후 독일의 정책적 실패는 정치적 포퓰리즘, 무임승차, 개혁의 실기로 요약할 수 있다. 통일 직후 정치인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했다. 동독의 후견인임을 자처했고 피폐한 동독사회가 하루 아침에 서독과 같은 풍요로움을 누릴 것처럼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동독인의 불안과 좌절감은 증폭되어 왔다. 이런 동독인의 불만을 파고 들어 동독인의 표를 노렸던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PDS)의 포퓰리즘도 통일독일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동독인에게 남아있는 사회주의적 무임승차 근성도 통일독일의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작년에 쾰러 대통령은 현재 독일은 “보조금 국가”의 오명을 안고 있다며 이런 공짜근성이 중산층까지 확산되어 독일경제를 좀먹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통일 후 구조조정과 개혁을 제때에 추진하지 못한 것도 통일 15주년을 맞아 되돌아 보게 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통일 당시인 1990년 서독경제가 구조조정과 개혁의 필요성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동독이 붕괴하고 통일의 기회가 도래하고 만 것이었다. 모든 역량이 통일에 집중되었고 독일국민은 그들이 이루어낸 통일의 환희에 사로잡혀 있었다.

통일로 야기될 혼란과 후유증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통일 이후에도 후유증과 각종 부작용과 불만들을 해결하는 데 돈과 노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로 인해 통일 후에도 올바른 혁신과 개혁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도 구조조정과 혁신, 제도적 개혁을 실기한 것이다.

당시 독일의 최대 시사주간지 Der Spiegel은 통일 후 서독은 “우리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겠다”며 동독인의 후견인 행세를 자청했고 이 과정에서 동독인들은 새로운 체제에서 학습했어야할 내용들을 배우지 못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저렴한 양질의 상품이 만들어지고 경쟁력있는 기업을 통해 국가가 부유해지고 고용이 창출된다는 자본주의의 기초마저 배우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학습의 자리에 모자라면 서독이 도와주고 먹여주어야 한다는 요구로 채우게 된 것이다.

또한 자기 삶은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함께 일한 만큼 보상이 주어진다는 시장경제의 포기할 수 없는 원리도 숙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트로이한트 2대 청장을 지낸 비르기트 브로이엘의 “공짜로 버터 빵을 먹을 수 없다" (Es gibt kein Butterbrot umsonst)는 철저한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신뢰회복과 희망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은 통일 15주년을 맞는 기념연설에서 정직, 일관성, 정의감을 통해 정치적 신뢰를 회복할 것을 주문했다. 정치인들은 하루 아침에 독일 전체가 서독의 풍요로운 생활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주장은 비현실적임을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통일된 이후 독일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어냈는가에 기뻐할 줄 알아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제는 비관과 절망의 말들 보다는 희망과 기쁨을 말하고 이미 달성한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독일은 폐허에서 기적을 이루어낸 저력과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민족이다. 근면함, 철저함, 완벽함과 같은 민족성으로 최고의 산업기술력을 확보해왔고 우수한 두뇌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쾰러 대통령과 함께 연방하원 티에르제 의장도 동독인은 좌절할 이유도 비관할 이유도 없다며 희망을 갖고 미래의 비전을 함께 가꾸어나가자고 설득한다. 현재 동독의 거리는 새로운 건물, 도로, 철로와 첨단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 과거의 암울한 모습이 아니다. 곳곳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과학과 첨단기술센터가 구축되어 있고 산업단지가 가동하고 있다. 비스마르의 조선소, 아이제나흐, 라이프치히 등지의 자동차 산업단지, 그라이프스 발트의 융합기술센터, 예나와 에어푸르트에 구축된 광학기술단지, 가터스레벤에 마련된 식물유전공학 센터와 베를린의 분자생물학 센터는 통일 이후 동독지역에 새로 구축된 최신 과학 및 기술첨단센터들이다.

이런 자부심과 함께 이제는 정부, 기업, 주민이 함께 최선을 다해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노동은 삶의 의미를 선사하고 희망과 신뢰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번 9.18 총선에서 기독연합당의 선거전략은 “고용창출”이었고 총선결과 기업친화적 자민당(FDP)가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를 누르고 제3당을 회복한 것도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서독에 비해 2배에 달하는 높은 실업율, 통일 15주년을 맞는 독일이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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