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경제논리의 진실

박상봉 박사 2005. 10. 13. 08:53
 

'경제논리', 꿈인가 현실인가.  


2000년 6월의 하늘을 뜨겁게 달궜던 남북정상회담은 5개항에 대한 남북간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2박 3일간의 일정을 끝냈다. 동토의 땅 북한을 반세기만에 찾는 다는 감격에 온 국민이 환호했고 화면을 통해 드러나는 평양 거리와 붉은 꽃다발을 흔들어대는 북한사람들을 보며 북에 고향을 둔 채 반세기 한을 품고 살아온 실향민들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눈물은 실향민들만의 눈물은 아니다. 반세기 대립과 반목 속에 '뿔' 달린 북한사람으로 여겨왔던 편향된 시각에 대한 회한의 눈물이며 독재자의 명령에 꼭두각시가 되어 무작정 꽃다발을 흔들어대는 북한인민들에 대한 연민의 눈물이다. 우리는 이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어둠 속을 헤매며 지나온 반세기가 너무도 안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어찌 보면 이 눈물을 하시라도 마르게 할 수 있는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야 비로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상회담의 열기가 식어가며 이제 현실로 돌아와 구체적인 일들을 챙겨야 한다. 특히 경협 분야에서 이러한 주문은 소위 '경제논리'라는 단어로 함축된다. 지나친 정치적 이해와 감정적 접근이야말로 투자를 포함한 경제협력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업의 최대목표는 활동의 계속성에 있다. 아주 단순하지만 냉엄한 요구이다. 기업이 파산하지 않아야 매출도 올리고 이윤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기업이 엄청난 꿈의 사업을 구상하고 미래의 최대기업을 지향하고 있어도 기업은 어느 한 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상회담이 열리고 경협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당시 독일의 대표적인 가전회사의 서울 지사장은 북한진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우리는 아직까지 북한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투자여건이 갖추어질 때까지 두고볼 것입니다"라고 대답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대북 투자의 경우, 북한특수니 '철의 실크로드'니 금강산 밸리니 하는 꿈의 사업들이 아직은 막연하다. 개성관광이니 백두산관광도 허울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선 '경제협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대북관련 사업들이 남한 일방적이다. 그야말로 북한은 큰소리만 치고 모든 것을 남한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강산 관광을 허용한다는 결정 이외에 북한이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 기업이 도로를 닦고, 호텔을 지어주고, 여객선도 마련했고 이제는 육로관광과 골프관광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리가 지어주었다. 


무엇보다도 해외투자의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할 투자국의 환경위험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투자대상국이 사회주의 국가일 때 체제 자체에 내재해 있는 환경위험은 매우 심각하다. 그 중 정치적 위험이야말로 직접투자를 계획하는 기업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담보해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위험이라 함은 내란, 혁명, 폭동 등과 같은 사회적 불안요소와 재산동결과 같이 국가권력이 경제활동 개입하는 경우이다. 정치환경이 불안정한 후진사회가 이러한 정치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회주의 국가 내 정치적 위험은 주로 이데올로기와 결부되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의 해외투자 활동에 대한 제국주의적 시각과 사유재산을 거부하는 사회주의적 시각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가는 마음만 먹으면 기업재산을 언제든지 몰수할 수 있으며 기업활동은 제국주의적 망국활동으로 매도되어 사회적 반목을 받기 쉽상이다. 금강산 관광객들이 말 한마디 잘못한 것을 문제삼아 관광객을 억류하여 관광사업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들이 한 예이다.


우리는 경제논리라는 얘기를 버릇처럼 하고 있다. 김윤규 회장에 대한 인사조치가 현대아산이라는 민간기업의 자율과 판단에 따라 이루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를 빌미로 금강산 관광사업 자체는 물론이고 과거 5억 달러라는 돈을 받고 현대에 독점권을 인정한 백두산관광사업을 관광공사나 롯데관광에 중복 제의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런 류의 후진적 정치적 위험을 담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안은 투자 대상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의 기업을 함께 참여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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