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김정일, 통일협상 파트너?

박상봉 박사 2005. 10. 24. 14:11

성공적 경제통합을 위한 개념5

김정일, 통일협상의 파트너 ?


김정일에 대한 바른 평가는 한반도에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을 이루어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과거 사회주의 정권의 지도자들이 어떠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우리는 80년대 말 소련과 동유럽의 체제전환기의 사회주의 지도자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영원한 사회주의 종주국으로 남아있을 것 같았던 소련에 페레스트로이카(개방)와 글라스노스트(개혁)의 물꼬를 튼 고르바초프, 군부에 맞서 맨몸으로 무장탱크 위에 올라가 시민들을 향해 개혁의 기치를 높이 쳐들었던 옐친, 탄광노조 솔리다르노스크를 이끌며 개혁을 주도했던 폴란드의 바웬사, 체코의 인권운동가였던 바즐라프 하벨 대통령, 이들은 서방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긴 지도자들이다.


소련에서 분리된 독립국가연합의 우크라이나 크라프초크,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그루지아 공화국의 캄차후르디아에 이은 세바르드나제 등 여러 형태의 지도자들이 체제전환 과정의 지도자들로 거론되고 있다. 세바르드나제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정권의 외무장관을 역임하며 많은 서방의 정치지도자들과의 면식을 내세워 그루지아의 개혁 개방을 이끌어 왔지만 그의 개혁도 실패로 기록되고 있다.

동독의 호네커 총서기는 대규모 탈출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이는 서독의 프로파간다(흑색선전) 때문이라며 ‘배신자’들은 서독을 떠나라고 큰 소리쳤던 인물이다. 그는 나라가 붕괴직전에 빠졌음에도 사회주의의 승리를 외치며 마지막까지 자기도취에 빠졌던 지도자였다. 호네커는 결국 머나만 칠레에서 폐암이 악화돼 외로이 숨을 거두었다.

이 외에도 중국의 등소평, 장쩌민에 이은 후진타오, 쿠바의 카스트로도 늘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우리는 이런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을 두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한 부류는 개혁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인정하고 비효율적이고 모순 투성이의 체제를 개혁과 개방으로 이끄는 데 동참한 부류이고, 다른 한 부류는 이런 역사적 흐름에 역행하고 구 체제를 고수하려 했던 지도자들이다.

이 중에서도 루마니아의 차우체스쿠 대통령은 후자의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루마니아 공산독재의 맹주로 평소 신적 존재였던 김일성을 존경하며 김일성의 통치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수 차례 북한을 방문해 그의 통치스타일을 집중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루마니아에 차우체스쿠 대통령의 동상이 수천 개 설치된 것도 김일성의 우상화에 영향을 받은 결과였다.


차우체스쿠 대통령 부부 역시 호네커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처형되는 순간까지 “나에게 노동자와 농민의 대표를 불러달라”고 외쳐댈 정도로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 북한의 김정일 역시 루마니아 차우체스쿠나 동독의 호네커의 부류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가 추진하는 개혁은 인민을 궁핍한 생활에서 구하고 국가경제를 위기로부터 탈출시키기 위한 개혁이 아니다. 오로지 김일성으로부터 물려받은 세습정권을 끝까지 유지해 보려는 제한되고 철저하게 계산된 개혁 개방인 셈이다.

차우체스쿠가 인민들에 의해 처형된 것은 김정일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던 충격 그 자체였다. 일본의 한 저널은 루마니아 사태를 보고 북한의 김정일이 탈북자들을 방치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어차피 북한을 등진 탈북자들이 루마니아 인민들처럼 자신을 처형할 사람들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김정일과 그 지지세력들이 반세기 암흑의 역사를 아무리 덮으려 해도 이는 가능하지 않다. 진실은 드러나는 법이고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 속에 억압과 탄압에 숨 죽여왔던 인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며 이에 대한 응징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독이 개방되고 슈타지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동독주민들이 슈타지 본부를 급습했던 사건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만약 서독정부의 통제가 없었더라면 당 간부들로 동독을 이끌었던 호네커, 크렌츠, 밀케, 불프 등과 같은 인물들은 성난 동독인들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제 진지하게 김정일이 과연 우리의 통일협상 파트너인가를 반문해 보아야 한다. 이 문제는 김정일이 통일협상의 파트너로 우리와 통일협상을 성사시켰다고 가정할 경우 그에 대한 대우를 어떻게 해 줄 것 인지와 깊은 연관 속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북한이 자랑하는 평양의 창광 유치원에는 “김정일 장군이 통일대통령”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고 한다. 그는 통일한국의 대통령을 꿈꾸는 것이 틀림없다. 이것이 그가 몰락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리라. 김정일이 누구인가, 권력을 세습하고 그 권력을 또 다시 아들에게 3대에 걸쳐 세습하려고 음모를 꾸미는 독재자로서 우리와 통일을 논할 자격이 없는 자이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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