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재건

화해협력 하에서의 평화통일 실체

박상봉 박사 2005. 10. 24. 09:42
성공적인 남북경제통합을 위한 개념4

화해 협력 하에서의 평화통일


1) 남북한 평화정착론의 함정


현재 정부 통일정책의 일차적 목표는 남북한 평화정착이다. 북한에 쌀,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고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업단지 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남북한 장관급 회담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통일 관계자들은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한 평화가 정착된다면 남북이 자연스럽게 통일을 주제로 대화하게 되고 결국 남북 당사자 간의 합의 하에 평화적 통일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정부의 평화적 통일방안은 몇 가지 것들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나는 북한이 현 경제적 침체와 위기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조건이고 다른 하나는 현 위기상황을 극복한 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할 것이라는 조건이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구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에서 발생했던 역사적 사건들은 이런 전제들의 실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혹 북한의 경제개혁이 성공해 남북 간 평화가 정착된다고 가정한다면 그 이후의 상황은 평화통일로의 노력이 아니라 분단이 고착화되는 형태가 될 것이다. 통일은 안정된 두 체제 하에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동일한 이념과 체제 하에서도 권력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허용치 않는 것이 권력의 속성임을 이해한다면 이런 기대는 하나의 이상에 불과하다.

김정일 정권은 오늘날 북한이 처한 역사적 도전을 극복할 능력이 없다. 무엇보다도 이런 역사적 도전은 국민들의 지지가 없이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냉전 이후의 사회는 독재권력 하에 신음했던 국민들에게 시선을 돌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억압과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는 북한 동포들과 중국 등지를 헤매며 국제고아가 된 탈북자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들이 바로 냉전 이후 시대의 주체세력들이고 한반도 통일의 주역들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남북한 평화정착 우선론은 이들에 대한 배신행위이자 곧 사라져갈 독재권력에 대한 위선으로 포장된 신뢰에 불과하다.


2)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중국은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강대국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매년 두 자리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대미 최대 수출국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이런 중국의 경제적 급성장에 비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전망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하다. 국내의 급격한 임금 상승을 감내하지 못하는 대다수 제조업체들이 이미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노조의 집단이기주의와 과격한 투쟁은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50대, 40대에 이어 30대 가장들이 직장에서 퇴출되고 있고 청년실업은 이미 그 도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용의 중추가 되어야할 제조업체들이 공장을 더 이상 국내에 짓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의 공장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이웃 중국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스폰지처럼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주요 제조업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국내 대부분의 중소제조업체들은 중국으로의 기업이전은 더 이상 피할 수 없으며 이제 그 시기만 노리고 있는 형편이다. 만약 이대로 제조업체의 이전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국내에는 산업공동화가 가속화되어 경제는 회생불능의 늪으로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한 경제신문은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 10곳 중 4곳이 향후 5년 내에 국내공장의 문을 닫거나 생산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결국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예속되는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과거 조선이 중국에 조공을 바치며 세자 임명까지 중국의 허락을 받아 왔고 외교권까지 박탈당해 자주 외교를 펼치지 못했던 것과 동일한 신세로 전락할 상황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남한을 예속시키며 정치적으로는 남북한 평화정착을 옹호하며 한반도의 통일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주장하는 남북한 평화공존의 배후에는 몇 가지 숨은 의도가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친미적 성향의 통일된 한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냉전이 끝나 강대국 소련이 해체된 상황 속에서 이제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아있다. 이런 미국의 패권을 두고 유럽, 중국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건건이 마찰을 보이고 있는 현상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더욱이 이런 미국이 통일된 한반도에 주둔한다는 사실은 중국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둘째, 북한의 속국화 의도이다.

친미 성향의 통일한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 이외에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는 이유는 중국의 북한 속국화 의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중국은 영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수민족의 독립을 절대로 묵과하지 않는 대국화를 꿈꾸고 있다. 중국은 심지어 대만까지도 중국에 합병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쳰수이벤의 대만 독립움직임에 대해 2008년 올림픽을 못치르고 중국 경제가 10년을 후퇴하는 한이 있더라고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독립을 추진할 경우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영토확장과 중국의 대국화에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한 중국은 한국에 영향력을 막강하게 행사하는 한편 분단을 고착화하고 북한을 중국의 속국으로 만드는데 아무런 제약도 없어 보인다. 중국은 이미 김정일 체제 하의 북한이 스스로 경제적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머지 않은 장래에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북한의 붕괴를 방치한다는 것은 남한과의 통일을 묵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중국이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지지하며 남북 간의 평화공존을 대 한반도 정책의 기본 틀로 삼고자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평화공존을 통해 분단을 고착화시키고 회생 불가능한 북한을 서서히 속국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은 고구려사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1995년부터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ꡑ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국책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다. 최근 중국은 고구려사 연구에 열을 올리며 고구려가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고구려는 중국의 변방민족이라는 주장도 서슴치 않는 등 역사왜곡을 가속화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한반도 역사를 삭제하는가 하면 이제는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민족이 세운 나라라는 주장을 넘어 중국 한족이 직접 세운 나라라고 말한다. 고려대 최광식 교수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統一的多民族國家論)’을 이론적 배경으로 하는 학문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쓰고 있다. 중국측은 지안(集安)시를 도읍으로 하던 시기의 고구려사는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파악하고, 평양을 도읍으로 하던 시기의 고구려사는 한국사의 일부라는 그들의 종래 주장에서 더 나아가 평양으로 천도한 이후의 고구려까지 중국사의 일부로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고조선의 역사도 중국인에 의한 식민정권으로 파악하고, 발해사는 당나라의 지방정권으로 파악하여 모두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측의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한국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2000년의 역사밖에 되지 않으며, 공간적으로 한강 이남의 지역만이 한국사의 활동공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중국 측의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중국의 북한 속국화 움직임은 중국의 탈북자 정책에서도 엿보게 된다.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대책은 “한쪽 눈은 감고있다”는 표현에 잘 나타나있다. 지린성의 공안책임자들은 탈북자 문제해결을 바라는 한국관리들이나 NGO 관계자들에게 탈북자들의 실체를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 하고 있다며 중국정부의 선처를 은근히 선전하고 있다. 즉 식량이 없어 탈출한 불쌍한 북한주민들을 먹여줄 것이니 문제만 일으키지 말라는 식이다. 만약 문제를 일으킨다면 탈북자들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중국 내 은둔해 살아가고 있는 수 만명의 탈북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북한에 강제송환 할 수밖에 없다는 협박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탈북자 정책도 이런 중국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탈북자를 돕는 다수의 NGO 단체들에게 통일부 등 관계기관의 주문은 "제발 문제를 크게 만들지 말라는 것"과 “중국은 대국이며 절대로 자신의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는 수준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정부의 소위 ‘조용한 외교’의 실체이다.


이런 중국의 의도를 막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일본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사회의 반미 감정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반미 시위가 일상화되고 있고 언론은 이런 시류에 편승해 미국을 패권적 시각에서 보도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개를 들고 있는 자주국방론은 지극히 일방적이고 국제적 안보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허세일 뿐 아니라 전통적인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자 역사적 과제이다. 남북한 평화공존의 뒤에 감춰져 있는 분단고착화의 현실을 바로 직시해야 한다. 분단이 고착화된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과 소원해진 채 동북아에서 조그만 약소국으로 전락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오히려 적극 통일을 이루고 그 여세로 중국과 러시아로 진출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북정책과 북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IUED

'북한경제재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통일의 실체  (0) 2005.10.26
김정일, 통일협상 파트너?  (0) 2005.10.24
냉전종결의 의미  (0) 2005.10.20
통일의 신개념  (0) 2005.10.14
분단관리적 통일논의지양  (0) 200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