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북한 방송의 국내개방?

박상봉 박사 2022. 7. 26. 16:52

동독 블랙채널(Der schwarze Kanal)과 진행자 칼-에듀아르트 슈니츨러

 

정부가 북한 방송의 국내 개방을 허용할 모양새다. 야당의 색깔론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보이지만 역효과를 불러올 따름이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우리 사회는 진영 간 극단 대립과 분단국으로서 피할 수 없는 이념전쟁을 치르고 있다. 좌우 모든 정권이 탈이념 실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야말로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보수는 궤멸시켜야 한다”, “대북전단금지법” 등에는 이미 좌파 이념이 깊숙이 농축되어 있다. 명령을 무시한 채 개최한 총경들의 집단행동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 팬덤으로 얼룩진 국내정치의 현실에서 이성이나 상식, 법치나 논리는 무시되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파간다 챔피언인 북한 방송을 일방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북한 발로 김건희 여사가 성범죄를 저질렀다거나 과거에 대통령이 조폭과 연루되었다는 가짜 뉴스가 보도됐다고 하자.

 

진영과 팬덤 정치로 얼룩진 한국 정치판의 경우, 더민주는 박수를, 국민의 힘은 우려를 표명할 개연성이 크다. 문제는 국민이다. 진영으로 갈라지고 팬덤으로 나뉘어진 국민들 사이 진실 여부는 도외시한 채 서로 대립하고 헐뜯고 싸우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 확실하다. 언론은 젊잖게 양비론이나 전달하는 상황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해답은 독일의 전례에서 찾을 수 있다. 소위 방송 교류다. 남북 간 기자 교환이 불가하다면 방송이라도 상호 교환해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야말로 상호주의다.

 

분단 시절 상호 방송 교류가 존재하던 때에도 동독의 프로파간다 프로그램 “Der schwarze Kanal(블랙 채널)“은 젊은 서독 청년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도 인터넷에 동독의 프로파간다(Propaganda von der DDR)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이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서독 방송 내용을 동독의 시각과 반자본주의적 시각에서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사춘기 청년들에게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왔다. 진행자는 동독 TV의 해설주간인 칼 에듀아르트 폰 슈니츨러(Karl-Eduard von Schnitzler)로 특유의 달변과 설득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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