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문재인 통일, 동독 사통당 모드로브와 복사본

박상봉 박사 2022. 2. 11. 12:17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던 2018년 9월 18일, 동독 공산당 사회주의통일당 마지막 총리 한스 모드로브가 평양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다.

모드로브는 통일부 통일연구원 등을 방문해 남북통일 관련 자문을 하며 3가지를 조언했다.

1. 남과 북은 작은 일부터 교류하며 큰 통일로 나아갈 것.

2. 통일 전 남북 연합단계를 거칠 것.

3. 통일은 점진적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 등이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와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한스 모드로브라는 동독 정치인의 실체이다.

그는 동독 내 비교적 온건한 개혁 공산주의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베를린 장벽이 해체된 후 시민저항에 밀려 사퇴한 에리히 호네커(Erich Honecker) 총서기 후임인 에곤 크렌츠(Egon Krenz)가 총리로 등용해 인민들의 분노를 무마하고 사통당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택한 정치인이다.

 

총리에 오른 모드로브는 드레스덴을 방문한 서독 헬무트 콜(Helmut Kohl) 총리와의 회담에서 동독 정치사회적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긴급자금 150억 마르크를 요청하며 그 동안 터부시했던 통일문제를 논의하자며 동서독 경제공동체를 제안했다. 내용은 정치적 통일을 이루기 전에 동서독 경제교류협력을 확대해 신뢰를 쌓아가자는 주장이었다.

 

모르로브 제안에 대해 콜은 자금지원과 경제교류협력에 동의하지만, 이전에 동독 지도부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동독은 1990년 3월 18일 최초의 자유선거를 실시해 반공을 내세운 동독기민련 등에 80% 이상의 지지를 보냈다. 민사당(민주사회주의당)으로 개명해 선거에 임한 사통당의 득표율은 16.3%에 불과했다.

 

동독 공산당을 마지막까지 지켜보려 했던 모드로브의 마지막 발악도 끝나는 순간이었다.

 

새로 구성된 동독 인민회의는 동독기민련의 로타 드메지어를 신임 총리로 선출하고 1990년 8월 23일 임시회의를 개최해 장시간의 토론을 거쳐 새벽 2시 47분, 서독 기본법 23조에 근거한 통일을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23조는 동독은 서독 연방체제에 편입함으로 통일을 완성하다는 조항이다. 모드로브를 비롯한 동독 공산권력은 구시대의 유물 신세가 되었다.

 

통일 후 17년, 사민당(SPD) 내 극좌세력인 오스카 라퐁텐 등은 탈당한 후 구동독 공산세력인 민사당과 합당해 좌파당(Die Linke)을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통일 후 동독 노스텔지어를 자극해 구공산세력을 규합한 것이었다.

 

그 후 좌파당 고문이 된 모드로브가 느닷없이 2018년 평양을 거쳐 서울에 입성해 한국 통일 자문역으로 등장한 것이다. 실패한 동서독 경제공동체를 남북에 적용해 보려는 시도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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