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분단국의 運命]❼ 경협이라는 독배(毒杯)

박상봉 박사 2018. 5. 23. 14:17

[분단국의 運命]경협이라는 독배(毒杯)

 

남북 정상회담 후 경협이 화두다.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나선지구 개발, 서울-신의주 고속철도 사업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해 남과 북이 공동어로, 한강하구 공동 이용한다는 구상도 내놓은 상태다.

 

이런 경협의 배경에는 남과 북이 정치적 통일을 이루기 전에 우선 비정치적 분야, 즉 경제, 스포츠, 문화적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위 기능주의 통합이론이다.

 

기능주의 통합이론은 2차 대전 후 국제정치학자 데이비드 미트라니에 의해 개발되었다. 전후 전쟁피로감이 누적된 상황, 국제사회가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면 전쟁을 줄이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후 유엔의 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기능주의 통합의 대표적인 사례는 유럽연합(EU)이다. 유럽연합은 정치통합을 최종 목표로 하고 유로화라는 단일화폐를 도입한데 이어 무역장벽도 철폐했다. 국경을 철폐했고 대학 간 학점을 공유하며 파리 시민이 퇴근 후 베를린 필하모니의 저녁 공연을 관람한다.

 

하지만 이런 기능주의 통합에는 포기할 수 없는 절대조건이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국가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상이한 체제 사이에 기능주의 통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정한 경제지수를 충족해야 한다. 규정된 인플레이율, 국가채무비율 등을 초과할 경우 회원국 자격이 보류될 수도 있다.

 

독일통일 역시 통합-통일 프레임이 허구임을 증거하고 있다. 통일 전 서독은 동서독 경협에 개입하지 않았다. 민간 차원의 경협도 수출입에 국한했을 뿐 기업이 동독에 투자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물론 정부의 대동독 지원은 있었으나 대부분이 상호주의에 따라 추진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1982, 83년 대동독 차관 19.5DM을 제공하며 동독정부에게 국경에 매설되었던 71,000여개의 자동기관단총을 철거토록 한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경협은 그런 의미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개성공단사업은 대표적인 통합-통일 모델이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지속될 수 없는 사업이다. 개성공단사업 7년 동안 외국기업의 직접 투자가 전무했던 것도 이를 반증한다. 친구와 동업을 해도 깨지기 일쑤다. 통합 과정에 공산당이 개입한다면 이미 실패는 예견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북한 전자회사가 통합할 경우, 북한 전자회사가 삼성에 편입되면 될 일이다. 사사건건 발언권을 요구하는 등 경영에 개입하고자 하면 비극이다. 물론 삼성은 북한 측 파트너를 점령군이 아니라 동반자로 대우해 힘을 모으면 될 일이다. 즉 남북의 성공적 경협은 통일-통합 프레임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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