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김정은 勝(승), 트럼프 敗(패)로 끝난 1라운드

박상봉 박사 2018. 7. 10. 09:08

김정은 (), 트럼프 ()로 끝난 1라운드

 

미국의 민주당, 언론에 이어 공화당에서도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합의가 비핵화 일정이 빠진 애매모호한 포괄적이라는 비판이다. 국방정보국은 북한이 미북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농축우라늄을 추출했으며 영변 핵 시설도 가동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트럼프는 25년 북한의 협상의 전례를 깡그리 무시하고 김정은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 꼴이다.

이런 와중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75일 평양을 방문해 후속회담을 가졌다. 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도 미국과 북한이 다르다. 폼페이오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한 반면, 북한은 미국이 일방적인 요구를 했다며 협상을 깰 수도 있다고 으름장이다. 미국이 강도와 같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왔다는 것이다.

폼페이오는 미국을 강도로 비유하는 것은 전 세계를 강도라는 것과 같다고 일축하고 도쿄를 거쳐 하노이로 떠났다. 도쿄에서는 아베 총리를 면담하고 미일 연대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자며 의기를 투합했다. 한미일 공조는 빠졌다. 폼페이오를 만나기 위해 도쿄를 방문한 경경화 장관은 공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는 공허한 말만 남겼다.

이번 폼페이오의 행보에는 미국이 전통적인 한미동맹보다 미일동맹을 중요시 한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관례대로 라면 픔페이오는 평양 방문 후 서울을 찾아서 회담결과를 설명하고 공조방안을 모색했어야 마땅했다. 고노 외무상이 서울을 찾았어야 했다. 폼페이오가 서울을 먼저 찾았어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했다. 문재인은 불과 일주일 전 매티스와의 만남도 거부했다.

하노이에 도착한 폼페이오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북한에 베트남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1975년 공산통일 후 베트남은 미국과 20년 이상 적대국가로 지냈다. 하지만 1995년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과감한 개혁 개방정책을 추진했다. 서방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외 본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한 바 있다. 현재 베트남은 親美反中(친미반중) 노선을 걸으며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존 볼튼이 제시했던 리비아식 모델에 극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김정은에게 대안으로 베트남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여전히 1라운드다.

오래 전부터 북한은 원칙에는 신속하게 합의, 디테일은 시간을 끌고 부정하며 회담을 결렬시키고 책임을 전가하는 협상술을 반복해 왔다. 이번에도 동일한 행태를 보이지만 북한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는 면도 크다. 독일 주재 러시아 매체인 RT 도이칠란트는 625일 북한 관광업자들의 말을 인용해 평양 거리에서 반미구호나 선동선전 포스터들이 사라졌고 판문점 기념품숍에는 반미를 상징하는 기념품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다고 보도했다. 또한 북한은 8개월 째 핵이나 미사일 도발을 멈췄다.

 

트럼프의 完敗(완패)?

 트럼프는 과연 김정은에게 완패한 것인가? 그렇다. 김정은이 이겼다. 하지만 1라운드가 끝났을 뿐이다. 2라운드 시작 전 1분 휴식이다. 트럼프가 어떻게 2라운드를 시작할지 아직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트럼프를 부동산업자나 노벨평화상에 눈이 먼 인물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스트레스 해소용에 불과해 보인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KO () 한 채 물러설 인물이 아니다. 경기가 이대로 끝이라면, 트럼프가 트럼프가 아니다. 폭군, 최빈국의 독재자에게 놀아났다는 낙인이 찍히고, 대선 전부터 () 트럼프 여론전을 일삼아왔던 언론에게 항복하는 꼴을 볼 수는 없다. 패권국 미국 이미지를 실추시킨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는 더욱 없다. 더 큰 문제는 불량국가들의 핵 도미노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존심 강한 트럼프가 이런 평가를 받고 물러설 수 없다. 최근 행보를 통해 트럼프의 인물됨을 살펴보자. 그는 얼마 전 이란과 1년 전에 체결했던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619일 국방부에 미군 제6군 우주군을 창설하라고 명령한 것도 트럼프다. 그는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주개발에 나서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우주를 지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이주시킨 바도 있다. 노벨 평화상을 염두에 두었다면 있을 수 없는 행보다.

최근에는 재무부 국장을 지낸 금융전문가 루지에로를 대북협상팀에 합류시켰다. 만약의 경우, 북한의 돈 줄을 완전히 차단해 고사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재 북한은 해외 주재 외교관 월급도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돈 줄이 말라있다. 지금도 김정은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었던 대북제재는 유효하다. 미북 정상회담 전후 김정은을 불러 훈수를 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미국 발 무역전쟁으로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거의 대부분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알려진 대로 트럼프는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미어 세이머의 힘의 외교를 신봉한다. 그의 외교적 행보에는 항상 군사적, 재정적, 경제적 파워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2라운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無知(무지)

폼페이오의 평양 회담을 두고 여야가 입장문을 내놓았다. 추미애 대표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미북 핵협상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잘 타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대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북미 양측 간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만 새삼 확인한 만남이었다고 지적하고 미북이 대화만 이뤄지면 당장이라도 모든 일이 다 풀릴 것처럼 호들갑 떠는 청와대도 이제부터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사안을 지켜봐야 한다며 주장했다.

여야 모두 잘못 짚었다. 야당은 대한민국의 보수 우파를 대변한다. 한미동맹을 수호하고 보수 우파의 가치를 실현해야할 야당이라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독자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이 먼저다. 예를 들어 자위적 핵무장, 핵무기 구매, 전술핵 재배치 등과 같은 대안을 강력히 촉구한 후 미북 회담에 문제를 제기해야 마땅하다. 트럼프 대북협상팀의 전략이나 비핵화 노력을 분석하고 평가하려는 노력도 없다.

여당은 더욱 한심하다. 코리아 패싱을 모른 체한다. 북한 핵은 애당초 정부나 여당의 관심사가 아니고 미국의 안보 현안이라는 식이다. 독자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강력히 요구한 적도 없다. 여당 대표의 발언은 나는 중립이다. 미국과 북한이 잘해 보라는 투.

하기야 주한미대사가 16개월 동안 공석이었는데도 문제를 제기하는 정부와 여당 관계자는 없었다. 대통령은 중국에서 시진핑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고 방한한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면담을 감기 몸살을 핑계로 취소했다. 만나기 싫다는 것이다. 여당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는 한미동맹 무용론, 끊이지 않는 반미시위, 사드 철회 및 주한미군철수 시위, 한미동맹이 무색하다.

미국이 이토록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 군용기를 동원해 평양에서 남북 농구시합을 벌이고 내년에는 북한과 공동으로 3.1절 행사를 치르겠다는 구상이나 내놓는다. 이쯤 되면 한미동맹은 이미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버벨 웰 장군의 남한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은 철수할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는 대한민국에는 사형선고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간단히 넘길 수만은 없다.

핵을 둘러싼 미북 간의 설전이 한창인 작년 125일 독일의 프랑크루프트 알게마이네가 미국과의 군사공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독일인의 88%가 긍정적으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일본의 아베는 대미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미일동맹에 매달리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미국의 가장 혹독한 공격을 당한 나라다. 이런 나라가 국가안보를 위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조선 양반들의 허세, 배고파 죽을지언정 갓을 벗고 부엌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오기, 남북끼리 힘을 모으고 중국이 도우면 미국도 이길 수 있다는 민족감정, 이런 허장성세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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