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패러다임과 북한재건

독일에 불어닥친 좌파당(Die Linke)의 반란

박상봉 박사 2017. 6. 2. 11:52

독일에 불어닥친 좌파당(Die Linke)의 반란

 


통일25(2015), 독일은 경제 강국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정치 강국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U를 선두에서 리드하며 여러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 경찰의 역할도 능히 감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정치 무대는 커다란 이변을 겪고 있다. 좌파당(Die Linke)이 정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당은 2013918대 총선에서 자민당과 녹색당을 제치고 제3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통일 후 13년 만에 이룬 쾌거다.

자민당은 40년 이상 기민련, 사민당 양대 정당에 이어 제3당의 지위를 유지하며 캐스팅보트를 누리던 당이었다. 통일 외교의 수장이었던 한스 디드리히 겐셔가 자민당 소속이었으며 1980년대까지 서독의 경제정책을 주도해온 당이기도 하다. 녹색당은 1990년대 들어 자민당에 뒤를 이어 제3당의 지위를 차지했던 정당이다. 200917대 총선에서는 제3당의 지위로 기민련과 연정을 구성해 2013년까지 4년을 집권했던 당이기도 하다.

이런 굴지의 당들이 201318대 총선에서 공산당에 뿌리를 둔 좌파당에 3당의 지위를 내 준 것이다. 득표율 8.6%로 하원 630석 가운데 64석을 차지해 8.4%를 기록한 녹색당과 4.8%의 자민당을 제친 것이다. 특히 자민당은 5%선을 넘지 못해 원내 진출에 실패하는 이변을 보였다. 좌파당은 서독 11개주에서는 원내 진출이 어려울 정도이지만 동독 5개주에서는 이미 사민당을 제치고 2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브란덴부르크 주는 좌파당이 제2당으로 연정에 참여해 지방 정권을 일부나마 접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2014831일 동독 5개주의 하나인 작센 주 총선이 있었다. 총선 결과 예상대로 좌파당이 18.9%를 득표해 126개 의석 중 27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또 하나의 이변은 독일대안당의 약진이다. 극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독일대안당은 EU에 반대하는 당으로 창당 첫해 9.7%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독일은 EU에서 탈퇴해 독자적인 길을 추구하면 더욱 번영된 나라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좌파당은 과거 동독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동서독 사이의 경제적 격차가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에 기인한다며 동독 정서를 이용해 세를 불리고 있다. 좌파당의 득표 전략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호남권의 거의 맹목적인 지지를 받았던 새정치민주연합과 유사

하다. 동독 민심을 자극하고 서독에 비해 낙후한 경제상황은 현재 기민련 정권의 무능과 동독 주민을 무시하는 행태에서 기인한다며 표를 끌어 모으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 야당이 호남 차별론을 내세워 호남에서 몰표를 얻었던 것과 동일하다. 4년 마다 치러지는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자가 호남권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례는 전무하다. 정치권은 지역병이 망국병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지역감정은 어김없이 반복된다. 이런 행태가 통일된 독일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좌파당은 이미 언급했듯이 동독 공산당 사회주의통일당(사통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통당이 민사당(PDS)으로 당명을 바꾸고 서독 사민당의 극좌파인 오스카 라퐁텐과 합당해 창당한 당이다. 라퐁텐은 자아란드 주지사이자 사민당 대표로 통일 조항으로 기본법 146조를 제시해 23조를 내건 기민련과 한판 승부를 펼친 인물이다. 하지만 국민은 23조에 따른 통일을 지지하며 콜 총리의 손을 들어 주었다. 기본법 23조의 통일 방안은 동독이 서독의 연방체제에 편입함으로 통일을 이룬다는 것이고 146조는 서독과 동독이 통일 헌법을 제정해 이 헌법 절차에 따라 통일을 이루어간다는 조항이다.


라퐁텐의 반란은 1989년 당시 자신의 146조 주장이 부결됨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라퐁텐은 2004년 사민당 내 극좌세력을 모아 탈당한 후 노조활동가들과 '노동사회정의당(WASG)'을 만들어 활동하던 중 2007년 민사당과 합당해 좌파당을 창당했다. 민사당은 동독 변호사 출신인 그레고르 기지가 몰락해 가는 사통당을 가까스로 추슬러 살려낸 당이다. 좌파당은 우선 과거 동독 권력층의 후세들을 결집하고 동독 주민들에게는 구 동독의 노스탈기(향수)를 자극해가며 표를 모아들이고 있다. 더욱이 통일 25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는 동독-서독 간 경제력, 생활 수준, 임금의 차이들을 부각시키며 현 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런 득표 전략은 이미 성공을 거두어 전통 사민당마저도 위협할 뿐 아니라 2014년 튀링겐 주 선거를 통해서는 주 지사를 배출하며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등장한 독일대안당(AfD)은 반외국인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표를 모으고 있다. 최근 반이슬람주의 운동인 Pegida와 궤를 같이하며 나치의 전범과 홀로코스트의 비극적인 역사를 극복하고자 노력해왔던 독일 지도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독일 내 반외국인 정서는 20151231일 쾰른 새해맞이 불꽃 축제현장에서 있었던 독일 여성에 대한 난민들의 집단 성폭행을 계기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메르켈 총리의 친난민수용정책이 철퇴를 맞았다. 작년 후반 시리아 난민이 유럽의 골칫거리로 대두하자 메르켈 총리는 난민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며 2015년 한해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한 바 있다.

메르켈 총리는 쾰른 사태가 발발하자 서둘러 난민 유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고 신청자에 대한 심사도 엄격하게 실시해 부적격자에 대한 추방을 3, 4배로 늘리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쾰른 사태로 촉발된 국민들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메르켈은 강력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동독 출신으로 2005년 연방총리에 선출된 이후 3선에 성공하며 통일의 후유증을 효율적으로 극복해 강한 독일을 세워온 메르켈은 이번 사태로 치명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메르켈의 재기가 어렵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출금에서 풀려난 히틀러의 나의 투쟁’(Mein Kampf)은 출판 즉시 매진되는 기록을 보이고 있다.

I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