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패러다임과 북한재건

부다페스트 토론회

박상봉 박사 2017. 6. 5. 13:32

부다페스트 토론회

 

2010년 통일 20주년을 맞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독일통일 관련 국제 행사가 열렸다. 헝가리 주재 독일 대사관, 사민당의 정치·문화 교육기구인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 안드레시 대학 공동 주최로 통일 20주년 - 현상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국제 토론회가 개최된 것이다.12)

헝가리 주재 독일 대사 야네츠케-벤첼은 인사말을 통해 행사의 목적을 빌리 브란트 총리의 말을 인용해 “Ist wirklich zusammengewachsen, was zusammengehört? 통일 후 동서독이 진정 나란히 성장했는가? 로 요약했다. 브란트는 신동방정책을 주도했으며 통일에 대한 감격을 ”Jetzt wächst zusammen, was zusammen gehört! 이제 함께 태어난 것이 함께 자라게 되었구나!“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다.

이 국제행사는 독일통일 20주년을 맞아 국내 정치 상황은 물론 국제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통일을 주제로 설정했다. 독일통일에 대한 동유럽의 시각도 이런 차원에서 조명하며 특히 통일의 길을 열어젖힌 헝가리의 선구자적 역할을 재조명해 보았다.

독일의 내적 통합과 관련해서는 동독 임금이 핵심 주제가 되었다. 뮌헨 경제연구소의 한스-베르너 진 교수는 발제를 통해 20년이 지나도 동독 지역의 GDP가 서독의 2/3 수준을 극복되지 못하는 이유는 통합과정의 임금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을 무시하고 동독 임금을 정치적으로 서독과 맞추려고 했던 것이 실책이었다고 주장한다.

2012년에도 일인당 GDP는 서독은 34,244 유로, 동독은 22,972 유로를 기록했다. 신자유주의자인 진 교수는 동독 임금의 급상승으로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동유럽 등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어 세계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입도 그만큼 늦어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작센-안할트 주 재무장관인 칼-하인츠 파퀘 교수는 만약에 임금 정책이 없었다면 동독 전문 인력의 서독 유출을 효과적으로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 교수는 동서독 간 경제적 격차는 오히려 동독 기업에 부족한 혁신 능력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동독 재건이 단순한 서독 공장의 확장이 아니라 R&D 투자를 통해 동독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두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전문가의 주장은 통일 후 통합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논쟁 거리였다. 정부 여당은 전자, 야당은 후자의 비판에 박수를 보내며 갈등을 보였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런 논쟁과 분열이 좌파당의 출현을 초래했다. 좌파당은 헌법이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사회주의적 요소를 통일된 독일에 심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동독인의 69%가 서독인을 거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수치는 통일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동독인 49%에 비해 상당히 높다. 따라서 동서독 통합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내면에는 아직도 이런 심리적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다른 한편 25년 간 지속되고 있는 이런 류의 논쟁에 대해 이제 그만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통합에 도움이 되기보다 갈등과 반목을 부추긴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독일의 상황을 보며 우리의 경우에도 통일 이후 남북 간의 경제적 격차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세력들이 나타날 수 있음을 예견하게 된다. 통일 전 산업화, 민주화로 대변되는 남남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승만, 박정희 정권이 이루어낸 산업화의 공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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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estandaufnahme in der Werkstatt Ost, “20 Jahre Deutsche

Einheit - Stand und Perspektiven - eine Diskussionsrunde in

Budapest”, Pester Lloyd, 04. Nov. 2010.

 

I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