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패러다임과 북한재건

대화-통합-통일 구상에 대한 비판적 검토

박상봉 박사 2017. 3. 14. 15:28

대화-통합-통일 구상에 대한 비판적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한 후 종편 JTBC가 특별 대담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과 문정인 연세대 교수를 초청해 대박 통일을 진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통일 및 북한 전문가로 알려진 위 두 사람은 햇볕정책의 전도사들이다. 정세현 총장은 통일이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가 호전되어야 하며 그 바탕 위에 평화적 통일을 이루지 않는다면 통일은 쪽박이라는 것이었고 문정인 교수도 맞장구를 쳤다.

당시 통일연구원장이었던 전성훈 박사는 통일은 준비해야 온다. 그 준비가 바로 남북한 통합이다라고 주장해 위 두 사람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정세현, 문정인은 김대중 및 노무현 정권에서 햇볕정책을 이론과 실무에서 추진했던 인물이다. 이에 반해 전성훈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인수위원으로 20138월 통일연구원장에 임용되었다. 성향이 전혀 다른 두 그룹의 통일 구상이 동일하다. 즉 대화-통합-통일 구상이다.

여기에는 햇볕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온 기능주의가 배후에 있다. 기능주의나 신기능주의는 남과 북이 갈등의 소지가 큰 정치적 부분을 유보한 채 문화, 경제, 기술 등 정치적 요소가 배제된 부분을 먼저 통합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작은 통일로부터 큰 통일을 이루어간다는 내용이다. 이런 이론적 배경에 따라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경제 교류협력을 강화해 나가며 통합을 확대해 궁극적인 통일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우리에게 기능주의적 접근 방법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은 다음 두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방법론이 무리가 없고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두 나라가 통합이 가능한 분야부터 통합을 시작해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방법이야말로 이상적이다. 둘째, 전쟁과 같은 물리적 충돌과 대립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남북통일을 위한 기능주의적 접근은 궤변에 불과하다. 궤변은 허구이지만 사람을 홀리는 능력이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물위를 걸을 수 있다고 하고 다음과 같이 방법을 설명한다고 하자. “왼발을 내딛고 빠지기 전에 오른발을 내딛고, 오른발이 빠지기 전에 다시 왼발을 내딛으면 물을 걸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론적으로 그럴 듯 해보이지만 궤변이다. 남과 북이 통일을 주제로 기능주의적 접근을 한다는 것은 마치 이런 궤변과 유사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작은 통일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북한은 더욱 고립되었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기능주의 접근 방법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통합을 원하는 남과 북이 동일한 국가 체제여야 한다. 유럽연합(EU)이 경제 통합에 이어 정치적 통합을 추진할 수 있는 것도 회원국이 모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라고 하는 동일한 국가 정체성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 3대 세습독재체제다. 김정은의 말이 헌법 위에 존재하는 이상한 나라다. 이런 나라와 기능주의적 접근을 한다는 자체가 언어도단이요, 말의 유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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