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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의 대동독정책(XVI): 북한은 제로베이스가 낫다

박상봉 박사 2017. 2. 27. 10:45

서독의 대동독정책(XVI): 북한은 제로베이스가 낫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통일과 관련해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

경제적 교류와 협력은 늘려 북한경제를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은 다음

통일해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주장에 익숙하다. 한번 보면 당연한 주장이지만 다시 보면 허점투성이다.

 


XVI.

서울대 김병연 교수,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이종석, 류길재 등 대화론자들은 통일비용을 거론하며 현재의 상태에서 북한과의 통일은 불행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너무 열악해 천문학적 통일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통일이 남북 모두에게 축복이 되려면 북한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남북 경협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좌승희 박사도 이와 동일한 입장이다. 그의 대동강 기적론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북한재건구상이다. 즉 새마을운동을 북한에 접목시켜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에 이식한 후 통일하자는 의미다.

만약 북한이 대동강 기적을 일으킨다면 어떨까? 적극 나서서 우리가 하자는 통일에 나설까? 아니다. 북한의 통일전선부는 김일성 발() 적화통일전략을 포기한 적이 없다. 지금도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김정은을 상대하기 버거운데 대동강 기적까지 이루어낸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합의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니 할 말이 없다.

북한은 현재 상태로의 통일이 훨씬 유리하다. 아니 오히려 북한은 제로 베이스가 낫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통일과 관련해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 경제적 교류와 협력은 늘려 북한경제를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은 다음 통일해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주장에 익숙하다. 한번 보면 당연한 주장이지만 다시 보면 허점투성이다.

우선 이런 기능주의적 주장은 북한의 실체를 애써 외면한다. 북한도 통일을 원하며 통일비용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를 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전제다. 하지만 김정은은 적화통일 야욕을 버린 적이 없으며 이런 최고의 가치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의 희생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김정은 집권 후 리영호, 장성택, 현영철 등 100명이 넘는 고위급 인사들이 잔혹하게 숙청되었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하늘을 찌른다. 20168월 하순 부총리 김용진은 자세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처형당했다.

과거 햇볕주의자들이 20년 이상 공들였던 남북교류협력을 되돌아보면 우리가 의도한 대로 이루어진 것이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비롯한 여러 재정적 지원이 3대 세습을 공고히 하는데 사용되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통합-통일의 기능주의적 시각이 오류임을 반증한다. 대신 북한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핵과 미사일을 갖게 되었다.

동서독과 달리 좌파 정권 하에서 추진했던 남북 경제교류협력도 말 뿐이었다. 남과 북이 경제교류와 협력을 했다니 어불성설이다. 늘 우리가 북치고 장구치고모든 것을 다한 일방통행식퍼주기에 불과했다. 인적교류도 남에서 북으로 가 돈쓰고 당하고가 전부였다. 북한주민이 남한을 방문한 것은 이산가족 방문을 제외하고는 전무했다. 햇볕론자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 하에서는 경제 교류협력이 활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다.

독일의 디벨트(Die Welt)20164차례 핵실험과 6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위해 미화 40억 달러를 사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해 투입한 돈은 100억 달러도 훨씬 넘을 것이다.

북한재건은 통일 후에나 가능한 경제적 통합의 하나다. 민주적 정치질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확립된 후에나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세습독재체제 하에서 가용재원은 늘 정치적 의도로 오용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다수의 신도시를 개발해왔다. 강북이 아니라 허허벌판에 강남이 개발되고 분당, 일산, 산본, 세종 신도시 모두 농지나 미개발 지역에 세워졌다. 왜 그럴까?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낙후한 공장과 건물을 철거하는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뿐 아니라 기득권을 조정하기가 몇 배 더 어렵다. 강남의 구룡마을, 봉천동 달동네도 개발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무허가 건물이 아니라 기득권을 내세워 투쟁하는 행동이 문제다. 더욱이 남한의 전문 선동가들이 북한에 이런 죽기 살기식투쟁을 조장한다면 통일은 쪽박이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북한 주도의 재건사업이 활황이라고 가정해보자. 백두산 댐 공사와 같이 부실공사가 반복되고 통일 후 헐고 다시 지어야할 사업이 무분별하게 추진될 것이 뻔하다. 통일 후 북한재건은 허허벌판인 땅에 최신 기술을 활용해 추진함이 마땅하다. 독일과 일본이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경제 강국으로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동일한 이유 때문이었다. 더 이상 비용 운운하며 통일의 시기를 늦추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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