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의 대동독정책(XV): 코리아 카탈로그
울리히 블룸 교수가 제시하는 통일한국 카탈로그는 독일통일 과정에서 범했던
시행착오를 통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대안인 셈이다.
참고 : 필자는 2013. 6.14일 동아일보에 코리아 카탈로그를 소개한 바 있다.
XV.
2013년 4월 25일 독일의 시사주간지 '디차이트(Die Zeit)'는 북한 붕괴에 대비한 북한 재건 프로그램 "코리아 카탈로그"를 소개했다. A4 용지 5매에 달하는 장문의 보도에는 경제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코리아 카탈로그'를 작성한 사람은 1989년 동독의 붕괴를 정확히 예언한 경제학자 울리히 블룸(Ulrich Blum)교수이며 동독 재건 과정에 직접 참여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인물이다.
'Aufbau Fernost'(북한 재건)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블룸 교수는 독일의 경험을 잘 활용하면 한국은 쉽게 통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코리아 카탈로그’로 알려진 그의 제안에는 독일 통일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 교훈, 시행착오 및 경험과 함께 우리 정부가 취해야할 5가지 실질적인 통일 정책이 담겨져 있다. ▴ 재산권 반환이 아닌 보상을 원칙으로 할 것 ▴ 인프라 촉진법을 가동할 것 ▴ 북한 기술자 보호 및 활용 ▴ 공장건설 등 직접투자에 중점을 둘 것 ▴ 인민군 조직을 활용할 것 등이다.
독일은 통일 후 동독 재산을 원소유주에게 반환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원칙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고 기업은 재산권 반환 소송에 휘말렸다. 왜냐하면 분단 시절 서독에 이주한 400만 명의 동독인의 재산과 관련된 사안이었기 때문이었다. 서독의 투자자들은 이런 재산권 분쟁을 우려해 폴란드, 체코 등으로 투자처를 옮긴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는 적절한 보상기준을 마련해 투자자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하며 도로, 철도 등 교통로와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핵, 항공 우주, 군사, 자원 분야의 기술자를 보호하고 북한에 이들을 중심으로 연구․산업 단지를 세워야 한다. 단순한 거래보다는 북한에 회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세우는 직접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북한은 무리한 핵, 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태영호 공사 등 고위층의 탈북도 이어져 붕괴는 시간의 문제라는 것이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콜 총리와 같은 확고한 통일철학, 통일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절실하다. 블룸은 ‘코리아 카탈로그’의 존재만으로도 한국은 독일 보다 유리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독일의 시행착오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불완전한 사회보장 시스템,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은 물론 중국 변수도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독일 통일 당시 소련은 지는 해에 불과했다. 경기는 침체하고 연방은 해체 위기에 있었다. 거대한 소련 시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이에 반해 중국의 시장은 아직도 크다. 북한 기업에게 중국 시장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북한이 중국과 체결한 많은 조인트 벤추어로부터 북한 경영자들은 시장경제에 대해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다.
이런 주장들이 통일에 주저했던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 통일의 부작용을 거론하기보다 희망을 이야기할 시점이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독일이 통일 후 더 강한 나라가 된 것처럼 한반도의 통일도 축복이 될 것이라는 블룸 교수의 예언에 박수를 보낸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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