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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경제의 통합과정 Ⅰ. 경제통합과정 - 동독재건 Aufbau Ost

박상봉 박사 2017. 5. 23. 19:17

독일 통일경제의 통합과정


. 경제통합과정 - 동독재건 Aufbau Ost

 

독일통일은 국내외 정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과 기간 내에 이루어졌다. 서독의 대동독 정책의 근간이었던 접근을 통한 변화(Wandel durch Annaehrung)’는 동독 급변사태가 발발하자 정책적 효력이 종결되었다. 오히려 동독의 급변사태가 동독과 서독의 정치적 접근을 강요하는 상황이었다. 동독주민들의 반공산 저항은 국민주권회복운동을 넘어 통일운동으로 승화되어 1989119일 베를린 장벽을 해체하고 9071일 화폐, 경제, 사회통합을 넘어 103일 통일을 쟁취했다.

통일이라는 국가적 숙원을 쟁취한 헬무트 콜(Helmut Kohl)은 통일 후 전() 독일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통일된 독일의 초대 총리로 선출되었다. 통일총리 콜은 강력한 동독재건사업(Aufbau Ost)을 추진했다. 동독재건사업은 다음 두 가지 목표를 정하고 추진됐다. 첫째, 동독-서독 생활수준의 균형을 이루고 둘째, 단기간 내에 동독이 독자적인 경제성장의 토대를 구축한다.

전자(前者)는 동독주민의 복지에 관한 것으로 통일과 함께 서독 연방체제에 편입된 동독 5개주, Brandenburg, Mecklenburg-Vorpommern, Sachsen, Sachsen-Anhalt, Thueringen(브란덴부르크, 메클렌부르크-포어폼메른, 작센, 작센-안할트, 튀링겐)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서독 수준으로 끌어올려 동서독 간 균형을 맞춘다는 목표였다. 무혈혁명을 통해 통일의 문을 열어젖힌 동독주민을 위한 통일 보너스의 의미이기도 했다. 후자(後者)는 동독에 시장경제체제의 발판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독자적인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자는 목표였다.

독일은 통일 후 콜 총리에 이어 메르켈 총리에 이르기까지 이런 동독재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4년간 2조 유로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했다. 교통, 산업 및 금융 인프라가 구축되었고 동독 5개주는 산업입지로서의 명성을 회복해갔다. 경제는 활기를 되찾고 고용은 늘어나 주민들의 생활수준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성과의 이면에는 아직도 해결해야할 숙제가 산재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도 동독-서독 간의 경제적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동독의 실업률은 서독의 2배에 이르고 있다. 청년과 전문인들의 동독이탈 현상이 중단되었지만 동독인구는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부정적 평가는 서독 정부의 통일정책이 많은 시행착오를 범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1) 무엇보다도 통일 초기 콜 정부는 동독경제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 각종 국제기구에 제출한 동독 경제관련 자료들이 왜곡 투성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당시 이런 현상은 사회주의 국가들의 관행이었다. 콜 정부는 이런 왜곡된 통계수치에 근거해 동독을 세계 10대 경제 선진국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하지만 통일 후 직면한 동독 경제의 실체는 EU 국가 중 가장 취약한 나라의 수준에 불과했다. 이 사실은 2009년 베를린 장벽붕괴 20주년을 맞아 실시한 동독재건과정 평가보고서에서 베를린 자유대학교(Freie Universitaet Berlin)의 클라우스 슈뢰더(Klaus Schroeder) 교수가 확인한 바 있다.2)

초기 동독경제에 대한 왜곡된 자료는 동독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산업 인프라는 낙후했고 기업의 경쟁력은 취약했다. 동독 기업을 포함한 인민재산을 관리하고 사유화를 주도했던 트로이한트의 실적은 예상 밖의 적자에 허덕이며 국가 재정을 흡수했다. 더욱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동독재건과정에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시장경제의 토대를 닦고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해야할 정치권이 동독주민들에 대한 통일 보너스를 챙기고 인기몰이에 매달렸다. 많은 재정이 동독주민의 복지개선에 투입되었다. 즉 동독재건을 위한 서독의 재정지원이 독자적인 경제회복과 성장보다는 동독-서독 생활수준의 평준화에 집중 투입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베를린 장벽붕괴 20주년이었던 2009년 독일 주요 경제 월간지 manager magazin는 노골적으로 통일 20년 동안 1.6조 유로에 달하는 재정이 동독에 지원되었지만 교통, 통신 인프라와 도시 재건이 아니라 동독주민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3)며 비판한 바 있으며 동일한 주장이 최근까지 제기되고 있다. 독일 주요 시사 주간지Focus201454일자에 “Zwischen 1990 und 2014: Mehr als eine Billion Euro flossen in ostdeutsche Sozialsysteme (1990년에서 2014년 사이 1조 유로 이상 동독 사회보장 시스템에 지출)”이라는 제목으로 동독 재건과정에서 과도한 복지비용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이 규모는 총 통일비용의 60~65%에 해당하는 것이다.4)

동독경제를 회복해 글로벌 경제로 편입시키고 기업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할 동독재건사업이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다소 차질을 빚게 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루어낸 동독재건의 성과는 대단했다. 동독 24주년을 맞는 2014년 독일은 명실공이 경제적, 정치적 강국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동독재건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며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지위가 한층 강화되어 가고 있으며 동서독 간 격차도 서서히 좁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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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콜 총리는 시행착오와 관련해 만약 독일통일과 같은 역사적 전례가 있었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2) “Die an internationale Organisationen weitergegebenen gefaelschten Daten praegen bis heute bei vielen das verzerrte Bild, dass die DDR unter den angeblich zehn fuehrenden Industrienationen rangiert habe. Tatsaechlich erreichte die DDR in etwa nur das Niveau der schwaechsten EULaender”. Klaus Schroeder, “Ostdeutschland 20 Jahre nach dem Mauerfall - eine Wohlstandbilanz”, FUB. 2009.

3) “Das 1.6 Billionen Euro Investment”,manager magazin, 09. November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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