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김정일의 중국 대사관 방문

박상봉 박사 2008. 3. 12. 18:14
 김정일의 중국 대사관 방문


북한 김정일은 지난 3월 1일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대사의 요청에 따라 중국 대사관을 방문했다. 류 대사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인사를 김정일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북중은 한 집안 관계나 다름없다”며 사의를 표하고 류 대사와 "따뜻하고 친선적인" 담화를 나눴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방문에는 김격식 군 총참모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김양건 당 부장, 박경선. 지재룡 당 부부장, 김영일 외무성 부상 등이 동행했다고 한다.


김정일의 중국 대사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과 2001년 그리고 2007년에도 중국 대사관을 찾았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은 2006년 이후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복원하려는 양국 지도부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6자 회담의 진행과정과 작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다소 소외됐던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인데, 김정일은 지난달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나는 중국을 절대로 배기(背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정일의 이번 대사관 방문은 이명박 정부 이후 강화될 韓.美.日 3각 동맹을 우려한 김정일의 대응인 셈이다.


이런 김정일의 행보에 중국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핵을 빌미로 원하던 원치 않던 북한의 대미 의존도가 커지는 것을 경계해 온 중국으로서는 뜻밖의 성과다. 남한에 들어선 새 정부도 중국이나 북한으로서는 부담이다.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하는 중국에 대한 공세도 강화될 것이고 이로 인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부담도 걱정이다.


이렇듯 시대적 상황이 김정일에게 불리하다고는 하나 한 나라의 국가 원수가 자국 주재 대사관을 찾는다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맞지 않는다.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후진타오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면 김정일을 예방하는 것이 순리이며 중국에 무엇인가 전달할 일이 있다면 중국 대사를 부르면 될 일이다. 주체사상을 부르짖고 민족의 자주성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북한의 왕과 같은 김정일이 스스로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을 찾아 아우 국가이요 속국임을 자처하는지 모를 일이다.


김정일의 중국 대사관 방문은 지난 1990년 동독의 드메지어(De Maizier) 총리의 소련 대사관 방문을 연상케 한다. 당시 드메지어 총리는 취임 후 소련 대사를 만나기 위해 동베를린 외교가에 위치한 소련대사관을 찾았다. 서독의 콜 총리는 이런 드메지어 총리의 행보를 보고 그에게 한 국가로서 동독의 관리를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물론 이것이 독일 통일에 대한 콜 총리의 결심을 앞당기는데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변호사인 드메지어 총리는 동독 내 재야 인사로 반공산 활동을 해왔다. 1989년 가을부터 본격화되었던 동독 탈출과 반공시위의 와중에 드메지어는 동독 내 자유주의 정당을 세웠다. 서독의 기민련(CDU)의 자매당인 동독 기민련을 창당했던 것이다. 1989년 11월 9일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내렸다. 동독 내 무혈혁명이 성공한 것이다. 많은 동독인들이 서독과의 통일을 원했고 서독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그리워했다. 그들은 서독 화폐가 우리에게 오지 않으면 우리가 서독의 돈을 찾아갈 것이라며 서독과의 통합을 간절히 원했다.


이런 동독인의 요구에 답하기 위해 서독의 콜 총리는 동독 내 자유선거를 주문했고 1990년 3월 18일 동독 내 최초의 자유선거가 치러졌다. 이 선거에는 동독 기민련, 동독 사민당, 서독 녹색당의 자매당인 동맹90은 물론이고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도 참여했다. 선거결과는 기민련을 중심으로한 정당연합이 승리해 드메지어가 총리로 당선된 바 있다.


무려 60년을 통치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비상식적 국가관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한반도의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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