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대북인도주의적 지원의 실상

박상봉 박사 2008. 2. 22. 12:36
 대북인도주의적 지원의 실상(박명호 대위의 증언을 토대로)

2008. 2. 22

                     

                      북한군 공군대위 박명호 (42), 2006년 5월 탈북 남한입국

 

최근 국방부는 강원도 인제 지역 북한군 부대에 적십자 마크가 선명한 쌀 마대가 쌓여있는 것과 하역되고 있는 현장을 포착해 발표한 바 있다. 남한에서 지원한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되고 있는 현장인 셈이다. 물론 그동안 지원된 식량이 군대로 흘러들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 채널을 통해 흘러나왔다. 하지만 관계 기관과 정부가 나서서 이를 차단해 왔음을 여러 정황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인도주의 차원에서의 대북식량 지원문제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도 적지 않은 갈등을 불러일으켜왔던 사안이다. 그동안 200만톤 이상의 식량이 지원되었는데 제대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북한의 체제 특성상 모니터링 자체가 불가능한 것인지,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대북지원은 지속되었다. 친북 성향의 인사들은 지원된 식량은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에게 배분된다고 주장해왔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지원 식량의 대부분은 군량미로 전용될 것이라고 맞서왔다.


이런 가운데 21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대북지원식량의 군전용 의혹과 관련, "'대북지원식량' 군전용 의혹이라는 것도 있어본 적이 없고 있을 수도 없는 것으로서 순전한 모략"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같은 날 북한인권단체연합회 주관으로 개최된 북한인권포럼에서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이 자리에는 2006년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입국한 북한 군대위 박명호씨가 참석했고 자신이 군에 있으며 경험한 것들을 소상히 소개했다.


충격적인 것은 남한에서 지원된 쌀은 대부분 군으로 흘러간다는 것이었다. 함경남도 흥남에 있던 자신의 부대 뿐 아니라 대다수 군부대가 남한에서 지원된 쌀을 먹어왔다는 것이다. 이런 기가 찰 박명호 대위의 증언에 대해 누구도 의심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증언이 너무도 실체적이었고 눈앞에서 그 현상을 보는 것 같이 선명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대북지원용 쌀에 대한 박명호 대위의 증언이다.

우선, 남한에서 지원된 쌀이 원산항에 도착하면 부대 트럭을 몰고가 실어왔는데 어느 날 상부에서 식량을 수령할 때는 민간복을 입고 차량 번호판도 민간용 번호판으로 바꿔 달라는 지시가 하달되었다는 것이다. 한미 관계자들이 위성사진을 판독해 군 차량을 탄 군인들이 쌀을 수령한다는 사실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군부대는 쌀을 수령하려면 민간복을 입고 번호판을 민간용으로 위장해야 했다.


둘째, 쌀을 수령하려는 차량의 행렬이 수백대에 이르고 이중 대다수의 트럭이 군 차량이라는 것이었다. 대기차량이 너무 많아 쌀을 수령하기 까지 이틀이나 걸리기도 하며 차량 간격을 좁히기 위해 주변에 대기 중인 아줌마들이 함께 밀어준다는 것이다. 차량이 워낙 노후해 시동걸기도 어렵고 연료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줌마들은 차량을 밀어주고 그 트럭이 쌀을 수령하고 나올 때 수고비로 쌀을 받는다고 한다. 이 현장은 또한 아줌마들이 쌀을 가장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트럭으로부터 쌀을 싸게 사서 이를 장마당에서 팔아 이문을 남기고 있다.


셋째, 차량들은 번호판을 민간번호판으로 교체할 재료도 없이 종이를 오려서 달기도 하고 순서를 기다리며 길거리에서 번호판을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거리의 상인들로부터 번호판을 사서 갈아 붙인다. 대금은 역시 쌀을 수령한 후에 쌀로 지불하고 있다.


넷째, 주민들이 남한에서 지원된 쌀을 공급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1kg 쌀을 공급받았을 경우에는 김정일 생일이라든가 하는 국가적 행사에 주민에게 베풀 선물을 갹출하기 위해 그 몇배의 쌀을 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박명호 대위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토끼, 양, 사슴과 같은 선한 주민들은 다 사망했고 승강이와 여우만 남아 살아가고 있다고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제는 북한 주민들은 남한으로 부터의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벌써 몰락했어야할 김정일을 살려주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나마 북한주민들에게 나눠줄 것이 없어야 김정일의 힘도 빠진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의 모니터링이 형식적이었고 심지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정말 새롭게 다가온다. 이제부터라도 대북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식량지원과 배분의 주체가 남한측 기관이나 국제사회의 신뢰할 만한 기구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박상봉의 통일컬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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