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 후 통일정책 시급-
통일부의 미래가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통일부의 존속에 대해 여야가 잠정 합의했지만 부서가 존속되더라도 그 업무는 뚜렷하게 달라질 것이다.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통일부를 놔두면 나라가 망하는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으며 자칭 통일 및 남북관계 전문가들 140명이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통일부의 폐지는 헌법 4조에 위배된다며 통일부 살리기에 혈안이다.
통일부 해체를 반대하는 인사 중에는 한나라당의 김용갑 의원을 비롯한 전두환 정권 하의 허문도 장관 그리고 일부 보수논객 중에도 통일부 해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인사들의 논리는 통일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됐으면 이를 바로 잡으면 될 것이지 분단국에서 통일부 자체를 해체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이동복 대표는 통일부를 통일원으로 축소하고 남북대화와 통일정책을 이원화해 존속시키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지난 10년간 통일부가 과다하게 비대해졌고 중요한 업무는 성격에 따라 다른 부서로 이관되어 보다 전문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통일부의 향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새 정부의 통일부가 챙겨야할 사안들을 꼼꼼히 검토해볼 필요가 커진다.
우선 민족공조를 명분으로 소홀히 했던 국제공조를 복원해야 한다. 한미일 동맹과 공조를 복원하고 인권문제에 있어서 EU와의 공조관계를 원활히 할 필요가 있다. 통일부에 대한 외교부의 흡수통합은 자칫 북한을 한반도 내 또 하나의 주권국가로 공식 인정해 주는 함정에 빠지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서독의 경우 동독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통일 때까지 동독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동독과 외교관계가 아니라 서독대표부를 두어 분단문제를 관리해왔던 것과 동서독간 무역을 내독무역으로 인정해 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입장은 신동방정책을 추진했던 빌리 브란트 총리 때도 변함이 없었다.
통일부를 둘러싼 갈등을 보며 과거 통일을 이루어낸 베트남, 예멘, 독일이 마지막 분단국 대한민국에 던지는 교훈이 어떤 것인지 겸손히 챙길 것을 권한다. 10년간의 좌파정권은 ‘독일식 흡수통일은 없다’며 오만함을 보였다. 이런 정권이 이제는 헌법 4조를 거론하며 통일부의 폐지는 헌법 4조와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독일통일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독일의 흡수통일이야 말로 우리나라 헌법 4조가 실천된 현장이지 않은가.
둘째, 통일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한반도 통일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기회라는 사실을 동북아의 지난 역사 속에서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한다.<통일컬럼,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I) 참조>
셋째, 분단관리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분단의 비극인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서둘러 송환시켜야 한다. 통일을 주도할 국가로 그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굳이 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 문제는 국가로서 가장 우선순위에서 처리할 문제이다. 또한 이산가족에 대한 문제도 어떤 형태로든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
넷째, 남북관계 및 대북정책 주관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정착시키는 일, 국제사회의 주목이 커지고 있는 탈북자 문제의 해결, 수용소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정치범이나 양심범들의 인권 보호대책 등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일들이야 말로 새 정부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다.
하지만 새 정부에게 부여되는 가장 중요하고 역사적인 사안은 통일 후의 상황을 상정한 정책을 수립해 내는 것이다. 기존의 통일정책은 통일 시점까지의 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급작스런 통일은 차치하고 라도 북한과의 통일을 염두에 둔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것이 10년 좌파정권의 가장 큰 과오다.
베트남, 예멘, 독일의 통일은 역사가 부여한 선물이다. 이 나라들이 통일 전후의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살피고 성공한 정책과 실패한 정책을 검토해 검토해 우리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독일의 통일은 - 긍정하건 부정하건 - 통일의 형태에 있어서 우리가 택해야할 가장 합리적인 모델임을 인식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독일통일 과정에서 추진한 정책들의 장단점을 살피고 문제점과 보완책은 무엇인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흔히 독일이 통일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독일은 급작스런 통일로 거의 준비가 없는 상태로 통일에 임했다.
그 이유는 독일 사회가 통일의 당위성에는 90% 이상이 동의했던 반면, 현실적으로 통일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90% 이상이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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