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평양골프관광의 그림자

박상봉 박사 2008. 3. 20. 09:47
 평양골프관광의 그림자


올 6월부터는 남한 관광객들이 평양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평양골프관광은 평화항공여행사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평화항공여행사는 “6월 평양골프관광과 8월 아리랑 공연관광을 위해 북측과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으며 현재 남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사전 예약자만 3천명이 넘었다고 한다. 평화항공여행사는 통일교가 북한에 설립한 평화자동차의 박상권 사장이 대표로 있으며 2003년부터 사회․문화․체육사업의 일환으로 남한 주민의 평양 방문을 주선해 왔다.


평화자동차는 지난 1999년 4월 통일교가 북한에 설립한 회사로 북한 련봉과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평화자동차가 지분의 70% 그리고 련봉이 30%를 소유하고 있다. 2002년에 휘파람이란 자동차를 조립해 생산해낸 이후 뻐꾸기 준마 등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평양골프관광은 4박 5일에 가격은 280만원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여행사는 6월초에 150명 규모의 시범 관광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아리랑공연에는 남측에서 7천여명을 모집해 김포-평양 간 직항로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월부터 10월까지 평양에서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고 시내관광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놓았다고 한다. 가격은 110만원 전후가 될 것이다.


이런 통일교의 대북 프로젝트를 보며 어두운 세력이 북한을 선점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평양골프관광이나 아리랑공연 관람은 북한주민의 현실과 미래통일한국을 바라볼 때 反 시대적이요, 反 민주적이요, 反 도덕적 이다. 북한이 어떤 곳인가 ? 수백만이 굶어죽은 곳, 소나무 껍질을 벗겨 배를 채워야하는 곳,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공개처형이 이루어지는 곳, 이런 곳에서 웬 골프관광이란 말인가.


이번 관광 프로젝트를 접하며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북한 군 대위 출신 탈북자의 발언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금강산 관광에 대해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고 있는 가족들 앞에서 관광과 골프를 즐기는 행태라며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금강산을 한 편의 그림으로 바라보고 있고 만약 그 그림 속에서 관광객들이 골프와 관광을 즐긴다고 하면 분노와 적개심이 치솟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그동안 금강산 관광을 통해 유입된 현금이 북한 핵 개발 자금으로 유용되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또 다시 대규모 현금 다발을 통일교가 내밀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쌀 밥 한번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 북한에서 골프를 친다는 것도 도덕적이지 않다. 통일교가 이단(異端)일망정 사람들의 영혼을 다루는 종교라고 한다면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사치스런 골프관광을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안 될 일이다.


사치와 호화로움은 김정일의 삶이지 결코 주민들의 삶이 아니다. 쌀밥에 고깃국 먹는 것이 소원이 된 북한 주민들이지만 김정일은 러시아 산 철갑상어알, 상어 지느러미, 프랑스 제 코냑에 이어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를 수백대 거느리고 있다. 남북 교류를 내세워 김정일 권력의 꼭두각시를 자청하고 있는 이런 행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아리랑공연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우상화 작업의 일환이다. 어버이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장군이 북한 주민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이제 남한 인민을 해방시켜 통일조국을 이루어낼 것이라는 신화같은 내용이다. 그리고 이 내용을 민족과 자주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민족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은 그 규모와 웅장함에 압도당한다고 말한다. 군중이 동원된 퍼레이드에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각종 효과음과 소리에 영혼이 짓눌리는 듯 하다는 소감을 피력하고 있다. 마치 인간의 영혼을 농락하는 무당의 주술소리와도 같이 관람객들의 영과 혼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골프관광이 진정 남북한 주민을 하나되게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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