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개성공단의 미래

박상봉 박사 2008. 4. 3. 11:23
 개성공단의 미래


북한은 지난 3월 26일 개성공단 남북경협사무소 남한 요원 11명을 전원 추방시켰다. 예고도 없던 이런 돌출행동에 정부는 물론 개성공단관련 기업들과 국민들은 적지 아니 놀랐으리라. 북한의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최근 두 가지 발언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지난 4일 유엔인권이사회 기조발언으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인권개선을 촉구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19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핵문제 타결 없이는 개성공단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발언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지난 10년간 정권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개성공단사업이 기업의 자발적인 투자결정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유도된 비자발적 투자임을 시사하고 있다.


기업이 해외투자나 대외경제협력을 결정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할 요소가 해당국가의 위험이다. 위험은 경제적 위험과 비경제적 위험(국가적 위험)이 있다. 경제적 위험은 환율이나 경기변동 등과 같은 것들로 어느 기업이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다. 이와 달리 비경제적 위험은 투자대상국의 정치적 위험이다. 정치적 위험은 국가적 위험이라고도 하며 정치적 안정여부, 폭동, 소요 가능성, 기업재산에 대한 정치적 수용과 기업활동에 대한 간섭 등과 같은 체제와 국가가 지니고 있는 위험들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로의 기업투자는 정치적 위험이 투자결정의 핵심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기업인의 추방, 노사관계에 개입, 기업활동에 대한 제약, 재산의 몰수, 과실송금 불허 등이다. 북한과의 경협 특히 대북투자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는 이런 정치적 위험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실제로 개성공단사업과 관련되어 그동안 적지 않은 정치적 위험이 있어 있다. 다음은 그 사례들이다.


1. 북한은 2006년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해 주변국들을 긴장시켰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쌀과 비료 지원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북한은 경협사무소에 상주하던 당국 인력 3명을 철수시킨 바 있다.

2. 2005년 2월 24일 (주)신원이 개성공단 내 공장 준공식을 개최하려 했으나 “북한 측이 초청장을 제때에 발급하지 않아 부득이 준공식을 4월로 연기했다.

3. 2006년 1월 10일로 예정된 개성공단 병원 개원식이 북한 측의 일방적인 취소에 따라 연기되었다.

4. 2006년 1월 12일 북한측의 요구에 따라 한국토지공사가 지원하려했던 연탄 540만장이 내부수송계획이 미비되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연기되었다. 

5. 김일성 사망 10주기 조문불허와 동남아로 부터 463명의 탈북자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 북한당국은 남한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남북장관급 회담과 남북경제협력 추진위 개회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6. 그리고 지난 26일 남북경협사무소 직원을 일방적으로 추방시킨 것이다.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적성국과 준적성국에 반출할 수 없는 무역거래제한품목에 대한 국제규범인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와 미국의 수출관리규정(EAR)도 무시할 수 없는 규범들이다. 미국이 “개성공단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라”고 그동안 보내왔던 경고도 결코 흘려보낼 사안이 아니다.


이외에도 거론하지 않은 많은 정치적 위험들이 상존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규모가 이미 5천억 이상을 넘고 현대가 대북사업에 들인 돈이 1조 5천여역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8조 이상의 돈이 북한에 지원됐다고 한다. 이런 거액을 일방적으로 지불하고도 북한의 정치적 행동 하나 하나에 대북 사업 전체가 볼모로 잡혀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를 틈탄 총선용이란 견해며, 남한에 대한 경고성 압박 카드라는 시각 그리고 결국 이명박 정부도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의 틀을 깨기 힘들 것이란 등등의 갖가지 해설들이 지면을 어지럽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문가들의 견해가 지난 10년간 문제투성이의 대북정책을 바꾸지 못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식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북한에 있으며, 칼자루를 쥔 북한은 하시라도 정치적 위험을 조작해낼 수 있다. 이때마다 원칙을 양보하고 북한의 비위만 맞춘다면 대북사업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의 몫은 보다 명백해 졌다. 북한이란 국가의 정치적 위험을 법과 제도로 담보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라면,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그리고 이 몫들의 성사여부에 개성공단의 미래가 달려있다.

IUED

'이슈토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자 회담 따라잡기  (0) 2008.04.23
대북전문가의 해설에 대해  (0) 2008.04.07
‘크로싱’과 차인표  (0) 2008.03.25
평양골프관광의 그림자  (0) 2008.03.20
김정일의 중국 대사관 방문  (0) 2008.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