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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회담 따라잡기

박상봉 박사 2008. 4. 23. 08:19
 6자 회담 따라잡기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되어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 합의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14일 페리노 백악관대변인은 부시가 이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의 핵심은 다음 3가지로 요약되는데, 북한과 시리아 간 핵 거래의혹, 북한이 비밀리에 추진해왔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UEP, 그리고 북한이 추출해낸 플루토늄에 대해 미국이 대리신고를 하고 북한이 이를 인지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의혹과 분쟁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마땅히 북한 스스로 신고와 폐기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고는 미국이 대신해주고 북한은 인지만 한다는 씁쓸한 합의다. 물론 신고사항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공약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북한의 행태로 보아 얼마나 성과가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우리는 이런 북미 간에 이루어지는 합의사안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한반도 북쪽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그 사안도 핵이라고 하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이슈에 가장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가 침묵한다는 것은 책임 있는 국가 지도자나 국민의 도리가 아니다. 한 때 우리는 북핵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던 적도 있어 더욱 그렇다. 북핵문제에 대해 북한의 일관된 태도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으로 대변된다. 통미봉남은 남한과는 일체 함구로 일관하는 한편, 전적으로 미국과만 협의하겠다는 전략이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이러한 통미봉남에 일침을 가하고 남한 무시 전략은 성공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싱가포르 합의에 만족하지 못한다 해도 이제 북핵 신고를 둘러싸고 파행을 겪던 6자 회담은 머지않아 정상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6자 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대표가 참가하는 모임으로 지난 2003년 8월 27일 베이징에서 첫 회담을 개최했다. 6자 회담은 현재 제6차 회담 중 중단된 상태이고 이번 싱가포르 합의로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6자 회담에서 합의된 것들 중 우리에게 중요한 내용은 지난 2005년 베이징에서 열렸던 제4차 회담의 9.19 공동성명과 제5차 회담에서 합의한 2.13 합의다.


9.19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를 재확인하고 북한은 핵 무기와 프로그램을 모두 폐기하고 핵확산 금지조약 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를 준수한다는 성명을 회담 당사국이 선언한 것이다. 반면에 2007년 2월 13일에 타결된 2.13 합의는 9.19 공동성명을 실천해 나가는 구체적인 실천계획에 합의한 것이다. 9.19 공동성명이 ‘말 대 말’의 합의였다면 2.13 합의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인 셈이다. 2.13 합의의 주된 내용은 1단계로 30일 이내에 북한을 제외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이 2.13 합의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실무그룹회의를 시작하며, 2단계로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을 초청하며 남한은 중유 5만톤을 북한에 제공하도록 했다. 다만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전제로 이 합의에 동참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가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신고하고, 핵 시설을 불능화하며,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을 확인하는 것으로 5개국 실무그룹은 그 대가로 중유 95만톤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북미 간 관계를 복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신고 의무위반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어 오늘에 까지 이르고 있다.


남북한은 북한의 요구에 따라 1991년 12월 31일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서명했고 그 결과 당시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핵무기를 철수시켜야 했다. 이후 북한은 비밀리에 핵 개발을 시도했고 1993년 94년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을 감행해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인류사회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싱가포르 합의를 계기로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해주고 북미 간 수교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속내에는 지난 60년간 결코 포기한 적이 없는 북한의 남조선 해방이라는 어두운 음모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6자 회담의 진행상황을 꼼꼼히 추적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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