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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68: 통일기피증

박상봉 박사 2007. 10. 26. 21:27
 해설68: 통일기피증


요즘 우리 사회에 암암리에 통일 불필요론이 확산되는 것 같다. 주요 신문의 칼럼과 사설에 통일에 대한 갖가지 부정적인 견해들이 실리고 있는 것이 반증인데요, 지난 14일 한 신문(조선일보)이 기자(최보식)의 칼럼을 통해 통일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라며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논의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실었다. 칼럼 전체에 흐르는 뉘앙스도 우리도 힘든 데 무슨 통일을 논하느냐 라는 반문이었다.

 

서독은 통일 후 지난 15년간 1조2500억 유로를 동독에 지원했으나 동독 경제는 아직도 자생력을 회복하지 못해 서독인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그 시절 몰라서 당했지 지금이라면 통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자의 논조에 충분한 타당성이 있고 실제로 현재 독일사회에서는 지나치게 과도한 통일 비용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동독인들의 불만도 서독인 못지않다. 서독의 베시즈들이 좀 잘산다고 동독의 오시즈를 깔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통일에 대한 독일인의 전체 입장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언론의 특성상 이런 불만과 갈등을 빌미로 정부 정책을 도마 위에 올리는 것이야 말로 상례이다. 야당도 이런 국민의 불만을 그냥 넘길 리 없다. 특히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은 이런 동서독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불만을 증폭해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통일 직후 존폐의 기로에 서있던 민사당은 동독인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키고 구 동독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지지율 5% 대를 돌파하고 구 동독 지역에서는 기민당과 사민당에 이어 제3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제2당으로서의 위치를 학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사실들이 전체 독일 사회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독일인은 지난 1990년의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음이 올해 통일 17주년을 맞이해 실시한 제2공영방송 zdf의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독일인의 10명 중 8명은 통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요 신문들은 독일 통일과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들만 나열해 통일 불필요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추세에는 북한 퍼주기라는 비판에도 아랑 곳 없이 대북지원과 교류협력 사업을 밀어붙인 현 정부의 무모한 대북사업에 대한 피로감이 담겨져 있다. 특히 노대통령이 10.4 선언을 통해 밝힌 대북경협사업에 또 다시 수십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발표가 이어지며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현 정부는 이 비용을 통일 비용이나 투자의 개념으로 미화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들의 불만이 없을 리 없고 신문 또한 이런 여론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아일랜드의 예를 들며 무엇 때문에 통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또 다른 신문의 칼럼도 이런 류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고 해서 우리 민족의 역사적 과제인 통일을 불필요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 통일은 우리에게 역사적 기회이다. 기회는 잡는 것이고 잡지 못하면 날아가는 법이다. 물론 이 통일은 현재의 대북정책 하에서의 통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일과 함께 하는 통일은 우리에게 재앙일 수 있다. 평양 창광 유치원에는 ‘통일 대통령 김정일 장군’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고 한다. 이런 통일이야 말로 재앙이요 북한식 통일이다.


통일비용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비용이 누구를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쓰일 것이냐의 문제이다. 현 정부가 경협이라는 빌미로 제공될 자금은 개혁 개방을 거부하며 통일 대통령을 꿈꾸는 김정일의 수하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독일의 통일비용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독일은 많은 비용을 동독을 위해 사용했다. 하지만 독일은 이 돈으로 1,800만 동독인의 자유를 샀고 이 돈으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려 무차별 사격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귀중한 생명들을 구했다. 이 돈으로 정치범들을 사들였고 그리고 이 돈으로 분단으로 인해 겪어야할 고통, 즉 이산가족의 고통, 안보 불안의 고통 등을 해결해 낸 것이다.


김정일의 수중에 들어가 남한의 기업을 파멸로 이끌고 또 다른 대량살상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을 우리의 대북지원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인 통일이 일부 잘못된 대북관으로 훼손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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