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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64: 정상회담은 엇박자

박상봉 박사 2007. 9. 23. 18:21
 해설64: 정상회담은 엇박자


10월 2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이 불길하다. 이 회담을 둘러싸고 잡음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 엇박자1: 정상회담연기

당초 이 회담은 지난 8월 28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예상치 못한 홍수 피해가 심각해 회담을 1달이나 넘게 연기한다고 알려왔다. 수해로 정상 간 회담이 연기되는 것도 예서롭지 않을 뿐 아니라 연기된 10월 2일이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참고로 북한은 8월 7일부터 1주일간 계속된 폭우로 22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실종됐으며 8만 가구, 3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 엇박자2: 6자회담연기

9월 19일부터 열리기로 되어있던 6자 회담도 연기되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19일로 예정된 6자회담이 북한의 불참으로 어렵게 됐다며 회담을 연기한다고 당사국들에 통보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북한이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에 6자회담을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오는19일부터 사흘 동안 계속될 계획이던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경제와 에너지, 인도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는 등 2.13 합의에 따른 북한 비핵화 2단계 조치가 논의될 예정이었습니다.


3. 엇박자3: 북핵, 의제탈락

정상회담을 둘러싼 이런 엇박자는 회담 의제를 둘러싸고도 예외가 아니다. 정상회담이 발표된 직후 국내외 반응은 북핵 문제가 회담의 핵심의제가 되어야 한다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하지만 대통령과 통일부장관 등 핵심 관계자들은 이런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4. 엇박자4: NLL 회담 의제가능

북방한계선 NLL을 둘러싸고도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보인다.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이 지속해서 NLL이 이번 회담의 의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흘려보내고 있다. 북한은 6.25 전쟁이후 실질적인 경계선이었던 NLL에 대해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과 보수 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보수단체는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용퇴하고 평양에 가지 마라 !” 노정권은 5개월짜리이지만 국군은 영원하다. 70만 국군의 대표가 6.25남침의 전범집단의 수괴에게 경례하고 수도권 방어의 최일선인 서해 NLL을 팔아넘기는 제2의 이완용이 될 것인가? 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5. 엇박자5: 한미, 평화체제 이견

더욱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서는 미국도 노무현 정부의 일방적인 독주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얼마전 시드니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중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7일)을 가진 뒤, 회담결과를 언론에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의 설명을 미국 측 통역을 통해 듣던 노무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 말씀을 빠트리신 것 같은데, 우리 국민이 듣고 싶어하니까 명확히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추가 설명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8일자)는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적대관계의 공식 종료를 천명하도록 압박했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하고 북한과 평화조약에 서명토록 공개적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두 정상의 언론회동 설명과정이 외교적 상궤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언론들도 노무현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맞서다’라고 표현을 사용하는 등 한미 간 엇박자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는 회담의 주요 의제라는 입장이고 미국은 미국과 협의없이 평화체제를 논의할 경우 한미동맹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6.엇박자6: 인권문제 몰라라

이에 반해 인권, 탈북자, 납북자, 국군포로 등에 대한 문제를 회담의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요청은 남의 나라 불구경이다. 북한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회의가 연일 열리고 동남아 등지에서 떠도는 탈북자들이 외교공관에 진입해 한국행을 원한다는 소식들이 이어져도 캄캄 무소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150여명에 달하는 탈북자가 무려 1년 이상 한국영사관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8만 3천여명의 국군포로와 납북자 등 피랍자 가족들이 미국 백악관 앞에서 피랍자들의 이름을 불러도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할 의무를 지닌 청와대는 귀를 닫고 있다.


7. 엇박자7: 김정일 심기 달래기

이렇듯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계속 엇박자가 이어져도 그저 신나 어쩔 줄 모르는 인사가 있다. 다름 아닌 이재정 통일부장관이다. 정상회담 발표 이후 그의 얼굴은 늘 싱글벙글이다.  지난 19일에는 세계한인 정치인 포럼에서 느닷없이 남측 공연단도 방북해 노무현 김정일 두 정상이 관람하게 될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공연단과 관련해서는 이미 양국 정부가 불참을 합의한 이후였다. 보고 체계도 엇박자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9일 열린 '제1회 세계한인정치인포럼' 강연에서 "방북단에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분과 수행원, 기자단 외에 지원인원과 공연단이 가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8. 엇박자8: 남북 FTA, 코미디?

또한 이재정 장관은 '남북 자유무역협정(FTA)'이 남북 정상회담 의제 후보 가운데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세기 계획과 통제로 경제를 운영해온 북한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니 좋은 것은 무조건 갖다 붙인다. 동네 부녀회도 이렇게 앞 뒤를 못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냥 북에 퍼주자고 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9. 엇박자9: 가짜 단군릉

하지만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인 단군릉을 들른다는 소문이다. 북한은 1994년부터 갑자기 단군릉을 민족주의의 상징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단군전설을 신화, 환상이라고 몰아부쳤던 북한 고고학계가 고조선을 세계 최고의 국가로 미화하고 민족의 성지로 추겨 세우고 있다. 심지어 5000년 전에 고유문자가 있었다는 식의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내용의 글도 있었다. 역사 왜곡이다. 이러니 남의 나라 역사왜곡(동북공정 등)에 어떻게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단 말인가.


이 가짜 단군릉은 민족주의의 상징으로서 단군릉은 평양이 민족사의 중심이고 정통수도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한민족을 단군-김일성 민족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에 역사의 정통성이 있음을 세뇌하고 있다. 이러니 김영삼 정부 때는 단군릉을 참배할 경우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렸다.


2004년의 경우 개천절 남북한 공동 행사가 남측 대표단 300명이 참가한 가운데 10월 3일 오전 10시 가짜 단군릉에서 열렸다. 남북해외 대표단 2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이날 ‘7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공동호소문’을 통해 “애국애족의 뜨거운 열망을 민족의 성지 단군릉에서 개천절기념 민족공동행사를 성대히 치른 우리들은 오늘 민족의 공조와 대단결로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이룩해나가려는 염원에서 7천만 겨레에게 이 호소문을 보낸다”며 “북에 있건 남에 있건 해외에 있건 우리는 하나의 단군후손들이다. 하나의 강토에서 하나의 겨레로 일체가 되어 의좋고 정답게 손을 잡고 같이 사는 것은 일찍이 단군성왕이 남긴 간절한 염원이다. 우리들은 이 땅의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성스러운 길에 온 겨레가 한사람같이 떨쳐 일어날 것을 열렬히 호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0. 엇박자10: 한나라당 방북 거부

북한의 이렇듯 조작된 민족의 성지 단군릉에 대한 참배 소문도 충격적이다.

모두가 엇박자다.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 이루어져도 어려운 회담이 시작도 하기 전에 말썽투성이다. 사람도 엇박자, 분위기도 엇박자, 시간도 엇박자, 의제도 엇박자, 그야말로 엇박자 정상회담이다. 오죽하면 제1야당인 한나라당도 방북을 거부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11. 엇박자11: 아리랑 공연 관람

더욱이 통일부장관이 민족의 자랑거리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아리랑공연을 노 대통령이 관람할 예정인 모양이다. 아리랑 공연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김일성 수령을 정점으로 한반도 통일을 완수하자는 내용이다.


12. 엇박자12: 김정일에게 건넨 백지수표

명색이 정상회담인데 정해진 의제와 일정도 20% 미만이란다. 김정일 장군께서 만나만 주면 감지덕지다.


하늘도 슬픈 모양인지 이 가을 장대같은 빗줄기를 연일 쏟아 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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