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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62:메르켈의 방중(訪中) 행보와 탈북자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행사

박상봉 박사 2007. 9. 10. 09:16
 

해설62: 메르켈의 방중(訪中) 행보와 탈북자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행사


아프간 인질 석방과 대선 분위기 속에서 서울에서 개최된 중요한 국제행사 하나가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그것은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 연맹(IPCNKR) 정기총회이다.

 

    

   - 메르켈 총리가 반체제 카톨릭 진 주교와 우추엔타오 작가부부와 환담하고 있다. Spiegel-Online -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 연맹’은 지난 2003년 4월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몽고 등 5개국 국회의원 35명이 탈북자의 인권 실태에 주목하고, 이의 개선을 위해 창설되었다. 이후 2005년 8월 일본에서 제2차 총회를 그리고 작년 8월 3차 정기총회를 몽고에서 개최한 바 있다.


2007년 8월 현재 총 36개국 111명의 회원으로 늘어난 연맹은 이번 정기총회에서 탈북자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그 동안의 노력을 점검하고 향후 실천 방안들을 모색하였다. 연맹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집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 인권 개선 조치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소 10만에서 최대 3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을 비롯해 태국,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로 탈출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된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과 아동의 경우 인신매매, 강제매춘, 불법노동 및 감금 등 다양한 인권유린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북한 자유 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 연맹(IPCNKR)』은 열린 국제사회의 틀 속에서 북한 정권과의 대화를 촉구하고 북한 내 인권개선과 탈북자에 대한 인권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은 세부 실천사항을 결의하였다.


첫째, 탈북자의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확대해 나간다. 탈북자들의 국제법상 난민지위 획득의 범위를 확대하고 중국정부로 하여금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중단하도록 노력한다. 매년 NGO 단체와 공동으로 인권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백서로 발간해 국제사회의 협조를 촉구한다.


둘째, 탈북 여성 및 아동의 인권보호 대책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이들 약자에 대한 인신매매, 강제매춘, 착취, 감금 등의 예방을 위해 국제적 공조를 강화한다.

 

셋째,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경제 지원 및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확대한다.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 폐지와 종교,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감시와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 특히 수해로 인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되 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북한 주민의 인권과 생활개선의 근본적인 치유는 정치적 변화라는데 국제적 인식을 공유하고 국제적 협조를 촉구한다.


넷째, 납북자 등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다섯째, 탈북자의 해외 정착을 위한 정착촌 건립을 조속히 추진한다.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고 정착촌 설립을 위해 중국, 몽고 등 관련국들과의 협의와 지원을 확대한다.


90년대 중반부터 탈북자 문제가 현안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이래 한번쯤은 제기됐던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이런 노력이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비협조적 태도가 문제다. 현재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체류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2008년 전 세계인의 축제인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다. 진정한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개최를 위해서는 중국정부 스스로 탈북자의 안전과 인권보호를 위해 수동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중국은 스스로 대국이요 강대국이라고 자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류국가가 되는 길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룰과 규범을 지키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를 알지 못한다면 배부른 돼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 정부의 탈북자나 납북자 국군포로 등 자국민 보호에 대한 태도가 더 큰 문제다. 아프간에 억류되어 있던 인질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의 원칙과 룰을 무시하고 각종 무리수를 두었던 것에 비한다면 이들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국민에 대한 보호가 절대 가치이자 사명이라기보다 그때그때 필요한 선택으로 비쳐지고 있다.


중국에 대해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중국 주재 대한민국의 외교관이 병원의 실수로 사망하고 우리나라 선박이 중국 선박에 의해 고의로 침몰당해 여러 명의 선원이 물에 빠져 목숨을 잃어도 항의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래서 어떻게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아낼 지 걱정이다.


분단 시절 서독 정부가 동독 탈출자들을 위해 취했던 정책과 태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서 정치범을 석방시키고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등지로 탈출해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던 동독주민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쳐 모든 탈출자가 무사히 서독으로 이주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마음이 아프다.


지난 7월에는 달라이 라마가 방문해 독일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열흘 간의 일정으로 독일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는 전 세계를 향해 관용과 비폭력을 외쳤다. 그리고 8월에는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메르켈의 방문은 우리에게 외교가 무엇이고 국가 지도자가 무엇인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작년 방중 때에는 중국 정부에 이어 27년 간 투옥 등 고통받던 카톨릭 지도자 진(Jin) 주교와 반체제 작가 우추엔타오 부부를 만나 이들을 위로한 데 이어 올 방문에서는 그동안 쉬쉬하고 왔던 인권침해, 환경오염, 지적재산권 도용 등 첨예한 문제들을 분명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당찬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메르켈 총리에게 향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과거 슈뢰더 전 총리는 방중 기간 중 후진타오 주석에게 중국의 인권유린을 신랄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정권의 이익만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며 국제사회의 룰과 원칙에 충실해 가는 독일이라는 인상을 재확인한다. 이런 독일이니 동독을 껴안고 통일을 이루어낸 서독이 통일 후 20년이 채 되지 않아 모든 통일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유럽 최강의 나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독일통일의 과정과 결과를 우리의 정치인들은 제대로 바라보고는 있는 것인지. 우후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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