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해설59: 2차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며

박상봉 박사 2007. 8. 10. 09:29
 

해설59: 2차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며


극비리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8월 28~30일 간 평양에서 열린 예정이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극비리』에 평양을 두 차례 방문해 북한의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과 합의한 결과다. 정상회담을 합의했으나 「극비리」라는 단어가 마음에 거시린다.


비밀은 늘 어둠을 만들기 때문인데요, 2000년 DJ의 방북도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5억 달러라는 거액을 대가로 지불했던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그 후 이 비밀이 만든 어두움은 고 정주영 회장의 마음 속 장자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의 목숨까지도 앗아갔다.


이 방송을 통해 어둡고 비정상적인 대상과의 상대는 「투명성」이 최상의 무기라는 말을 수차례 거듭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또 다시 이 최선의 무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니 이 정권이 만든 『어두움』은 또 어떤 희생을 우리에게 요구할 지 걱정이다. 이번 정상회담 합의로 뒷돈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충분한 대가가 제공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정상회담 합의 발표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 8월 6일 북한은 DMZ에서 남한의 GP를 향해 여러 발의 사격을 가했다. 이러니 정상회담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 사정사정해서 얻어낸 것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는 무슨 이유로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일까 ? 노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폐기, 군비통제, 평화체제, 경제협력 등에 역점을 두어 대화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의욕이 넘친다. 하지만 의욕만 앞서면 일을 그르치는 것이 그 동안 남북관계의 경험이었다. 


말잔치 

말대로라면 2000년 6.15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획기적으로 발전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평화통일의 토대가 만들어져 있어야 했다.

말대로 라면 지금 금강산에는 국내외 관광객이 넘쳐나야 했다.

말대로라면 개성공단에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 문의가 쇄도해야 했다.

그리고 말대로라면 경의선과 동해선이 연결되어 남북 주민들의 왕래가 시작되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연결돼 『철의 실크로드』가 만들어져 있어야 했다.


이렇듯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시작은 창대하지만 그 결과는 미약하지 그지없다. 

6.15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실험을 감행했다.

나진 선봉 경제특구는 소멸되어 버렸다.

남한의 엄청난 돈으로 복구된 경의선 철도는 한번 시험운행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1991년 남북한 비핵화 선언은 북한이 핵을 개발해 스스로 파기해 버렸고 2000년 6.15 선언에서 합의한 김정일의 답방도 물 건너 가버렸다.


서독의 돈으로 건설되고 분단 시절 여러 차례 확장과 보수를 거친 베를린-서독 간 고속도로는 서독 자동차들로 넘쳐났다. 포르쉐, 벤츠, BMW, 아우디, VW 등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난 차들이 최고속도 시속 80km에 불과한 동독의 바르트부르크, 트라반트 그리고 소련제 라다(Lada), 체코의 스쿼다(Skoda)와 함께 이 구간을 어울려 달렸다.

이 고속도로 현장은 서독의 경제적 풍요로움이 동독인들의 피부에 그대로 느껴지는 구간이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 대북관계가 말만 앞섰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얼마나 정상회담을 목매어 기다려왔으면 의제도 정하지 않은 채 덜컥 합의부터 했을까. 대선을 불과 4개월 여 남겨둔 시점에서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관리해야할 사안이 12월 대선임은 굳이 지적할 필요가 없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21명에 대한 처리도 대통령이 올인을 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 정부의 관심은 김정일과의 대면이었다.


막판뒤집기

임기 내내 해놓은 것이 별로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 『막판 뒤집기』라도 해 볼 심산으로 깜짝쇼를 기획한 것이라는 설도 흘러나온다.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DJ와 현 정부의 대북 관련자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해관계에 김정일도 예외가 아니다. 


김정일의 反 한나라 감정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 왔다. 이러니 정상회담이 대선용 정치적 이벤트라는 시각이 힘을 얻는 것이다.


민족끼리 

더욱이 합의문에는 『민족끼리』의 정신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자고 명기되어 있다. 그러나 민족끼리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제사회의 『이단아』이자 세습독재자 김정일과 끼리가 되어 이룰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번 아프간 사태에서도 드러나듯이 『나』 혼자 그리고 『민족끼리』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되돌릴 수 없다면 이제라도 최상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북한의 핵 폐기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의제이자 모든 남북관계의 『마지노선』이다. 핵 폐기 없이 평화정착은 물론이고 경제협력, 평화체제도 없다.


쫓기듯 정상회담을 합의한 것처럼, 쫓기듯 정상회담에 임해 엉뚱한 합의가 있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I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