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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58: 북한의 역사왜곡

박상봉 박사 2007. 8. 2. 12:49
 해설58: 북한의 역사왜곡


지금 이 순간은 곧 과거가 되며 내일이라는 미래는 모레가 되면 이미 과거일 뿐이다. 이렇듯 역사 왜곡은 단순히 과거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제는 조선 말기 우리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을 통해 외교권을 박탈하고 2년 후인 1907년에는 헤이그 밀사 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켰다. 그리고 정미7조약을 강제로 체결해 한국 병탄의 토대를 구축했다.


북한의 역사학회가 이런 일본의 역사왜곡을 또 다시 비난하고 나섰다. 정미7조약이 체결된 날인 7월 24일 하루 전인 23일 북한의 역사학회는 "조선의 내정권을 강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 정미7조약은 사기문서, 협잡문서"라며 "국제법상 한 나라의 내정권 이양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규정한 조약은 반드시 해당 나라의 국가수반으로부터 전권위임장을 받은 상태에서 논의되고 조인돼야 하나 전권위임장도 없는 이완용이 제멋대로 조인했다"고 지적했다.


정미7조약(丁未七條約)은 강력한 침략 정책을 수행할 목적으로 법령권제정, 권리임명권, 행정구의 위임 및 일본인 관리 채용 등을 강제하는 7개안으로 마련되었다. 여기에는 조선 군대의 해산, 사법권·경찰권의 위임 등과 같은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런 만행에 대해 일본은 사죄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북한 역사학회의 주장이며 이런 역사왜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일제하에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을 생각할 때 전적으로 동감이 가는 주장이며 이 기회에 7천만 우리 민족은 일본이 이제는 성실한 자세로 역사에 임해줄 것을 바란다. 하지만 이와 함께 우리는 북한이 자행하고 있는 역사왜곡에 대해서도 침묵할 수 없다.


역사학이 과거의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듯이 역사는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 뿐 아니라 미래의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자로 재듯이 구분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은 곧 과거가 되며 내일이라는 미래는 모레가 되면 이미 과거일 뿐이다. 이렇듯 역사 왜곡은 단순히 과거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은 일본 못지않은 역사왜곡을 자행하고 있다. 이미 낡아빠진 스탈린 체제를 고수하고 있으며 권력의 세습이라고 하는 전대미문의 통치를 제3대에까지 이어가려는 움직임도 드러나고 있다. 후계자를 둘러싸고 김정남, 김정철, 김정운 간 암투가 진행되고 있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장남 김정남의 씀씀이는 세계 최빈국 북한과는 무관해 보인다.


90년대 중반에는 3백만 명에 달하는 인민이 기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타전됐는가 하면 이후 제대로 배급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이 북한을 탈출해 중국 땅을 헤매고 있다. 이미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의 수가 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정치범 수용소에는 수십만의 양심수들이 수용되어 있고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처형당하기 일쑤이다. 탈북자들이 만든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관람한 많은 사람들은 동족의 처지에 눈시울을 붉혔다.


또한 북한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고 NPT를 탈퇴한 데 이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 실험을 감행해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세계 평화를 해치고 있다. 모두가 역사 왜곡이다.


더욱이 북한의 역사왜곡은 바로 얼마 전에도 일어난 바 있다. 지난 7월 26일 결렬된 6차 장성급 회담이 그것이다.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와 긴장 완화, 서해상 공동어로 실현, 경의선. 동해선 통행, 임진강 수해방지, 한강하구 골재채취 등 남북 간 경제 협력․교류를 위한 군사적 보장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기대됐던 회담이 북한의 느닷없는 NLL 북방한계선 문제 제기로 아무런 성과도 없이 결렬되고 말았다. 


북한 김영철 단장은 “북방한계선이 지금까지 준수해온 기본 군사분계선이라는 것은 당치않은 궤변”이라며 남한이 회담을 부정했다는 억지 논리로 회담을 결렬시켰다. 이런 억지 또한 6.25전쟁이 민족해방전쟁이었다는 역사왜곡의 연장임을 북한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올바른 역사의식을 전제로 해야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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