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67: 통일부 홈페이지에 北 ‘개혁, 개방’ 용어 삭제
평양에서 있었던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개혁 개방에 거부감을 표현한 이후 통일부는 지난 9일 홈페이지에서 개혁·개방이란 용어를 삭제했다.
삭제한 이유가 김정일의 거부감 때문이라는 데 이번에 합의한 경협을 추진하기 위해 소요되는 경비가 10조에서 60조에 이를 것이라는 관련 연구소들의 보고가 잇단 가운데 우리는 과연 이런 엄청난 액수를 무엇 때문에 남북경협이란 이름하에 쏟아 부으려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그것은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해 경제를 회복시키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DJ 정부 시절에 유행하는 언어로 물고기를 그냥 주기 보다 소위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자 위함이고 2, 3백만명의 굶어죽은 북한 동포를 생각하며 기꺼이 이를 감당한 것이다.
아무리 국민을 우민이라 여겨도 그렇지 어떻게 이토록 쉽게 개혁 개방을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DJ 정부는 2000년 6.15 공동선언을 기점으로 활발해진 대북교류협력사업을 북한 퍼주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밀어 붙였다. 북한이 개혁 개방을 추진하고 있고 여러 부문에서 그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료를 제시하며 온갖 비판에도 햇볕정책을 고수해왔다.
많은 국민들이 이런 주장을 믿고 교류협력 사업을 지지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순진한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갖게 되었다.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는 노무현 정부가 김정일이 거부한다는 이유 때문에 개혁 개방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국민의 정부에 국민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노무현 정부가 국민의 힘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인지 둘 중 하나다. 이제 DJ는 재임 기간 중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남한의 경협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민을 우롱한 것에 대해 해명해야 하는 또 하나의 숙제를 떠안게 되었고 노 대통령은 국민의 혈세가 이렇듯 불투명하게 쓰여도 되는 일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 볼일이다.
단언하지만 개혁과 개방 없이는 우리가 아무리 북한을 경협이란 이름으로 지원해도 절대로 북한경제는 회복될 수 없다. 마치 전신이 병들어 있는 환자에게 보양식을 먹인다고 회복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삼성전자, 일본의 도요타,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미국의 IBM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은 충분한 자금, 합리적 노사관계, 기술력, 마케팅 노하우, 경영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이들 기업이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위에 열거한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아무리 세계적인 기업도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에 경협이란 이름으로 SOC를 지어주고 돈을 대준다고 경제가 회복될 수 없다는 점은 굳이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진정 북한경제가 회복되고 주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기를 원한다면 개혁 개방은 포기할 수 없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우리가 뭐 그리 대단한 나라라고 조건도 없이 수십조에 이르는 자금을 북한에 지원한단 말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Es gibt kein Butterbrot umsonst.’ 라는 구호는 ‘공짜로 버터 빵을 먹을 수 없다’는 의미로 독일 통일 후 동독경제를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 철학이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생활의 질도 포기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길들여진 행태를 바꾸려는 강력한 개혁 개방의 수단이었다.
사회주의 체제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 이미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일임에도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독재자의 말 한마디에 이를 포기키로 한 것은 아무리 너그럽게 봐주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이 점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진정 개성공단이 성공하기 원한다면 더 이상 정부가 나서지 않아야 한다. 정치적 개입이 심할수록 진정한 투자자는 멀어지기 마련이다. 정부가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정치적으로 경협을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돈은 이익을 쫓아 흐르는 법, 수익이 있는 곳은 어디든 들어가는 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 상태에서 개성공단은 물론이고 북한 그 어느 곳으로도 절대로 돈은 몰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 앞에 정부는 보다 겸손해야 한다.
IUED
본 해설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50분 극동방송(febc) 통일을 향하여 중 통일컬럼으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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