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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69: Fact(사실)와 Fiction(허구)

박상봉 박사 2007. 11. 6. 15:33
 해설69: Fact(사실)와 Fiction(허구)


얼마 전 한 민간 프로덕션에서 동서독 사이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통일의 분위기를 이끌어낸 독일의 NGO들의 활동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이 프로덕션은 방송위원회의 지원으로 국내 NGO단체들의 활동이 남북 간 화해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평화통일의 기틀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을 추진 중 이었다.


하지만 이 인터뷰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런 취지로 독일 NGO활동을 소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독의 민간단체들의 활동은 동독과 서독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동독 정권의 몰락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화해 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방송 프로그램과 학술행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세계 최악의 독재자 김정일을 미화한 김용옥의 ‘KBS 남북정상회담 특별기획, 도올의 평양이야기’도 이런 류의 프로그램이었다.


능라도 경기장에서 벌어진 김일성 우상화와 적화통일 야욕의 극치인 아리랑 공연을 보고 “전국의 인민들이 모여서 아리랑을 보면서 ‘우리는 주체적, 의식적, 자발적, 능동적으로 이 세계를 개혁해 나간다, 굶어죽어도 좋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명예롭게 살자. 잘 사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소개하면서 ”아리랑은 어마 어마한 가치체계”라고 주장했다.


과거 정권 하에서 어린 학생들을 정치적 행사해 동원했던 것을 두고 인권 운운 하며 비판에 열을 올렸던 자칭 민주화 세력들이 이제 너도 나도 나서서 김정일 띄우기에 혈안이다. 김정일에 대해 “철학에 대해 대단한 견해가 있다”는 주장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결국 학문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한다는 학문적 본질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수많은 인민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자신은 호의호식하며 2, 3백만명의 인민을 굶겨 죽인 자의 철학이 과연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두고 볼일이다.


지난 10월 30일에는 여의도 민화협 회의실에서 ‘독일통일과 국제협력, 동서독 교류가 한반도에 주는 교훈‘이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민화협과 독일 집권당인 기민당의 학술문화재단인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이 주최한 행사였다.


이 행사에는 독일 프레드리히 쉴러 대학의 하이너 팀머만 교수가 참석했다. 팀머만 교수는 독일 통일이 주는 교훈을 공산정권은 붕괴할 것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그리고 통일에 대해 남북한 사이엔 “공산정권이 붕괴되면서 급격한 통일이 이뤄질 것”이지 “일련의 프로세스(절차)를 통해 통일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유화와 비자유화가 평준화 될 수 없듯 민주주의와 독재주의 사이에도 통일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회담과 대화로 이루어지는 통일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으며 부도 회사가 잘 나가는 회사와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독재, 계획경제, 인권부재, 생필품 부족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바 이는 예전 동독과 비슷하며 남한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기본권 보장이 특징으로 과거 서독과 마찬가지”라며 한반도 통일도 결국 독일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팀머만 교수는 서독의 대동독 지원과 관련해서도 “인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설명하고 동독이 인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들이다.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고 대북 교류 협력 사업을 일관 되게 추진하다 보면 이질감이 해소되고 북한 경제도 되살아나 평화통일도 가능해 질 것이라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다. 전혀 현실감이 결여된 허구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하지만 팀머만 교수가 주장하는 독일통일의 교훈의 기초에는 실재했던 Fact가 자리하고 있다. 평화통일을 가공으로 설정해 이를 짜맞추어가는 Fiction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국군포로, 납북자와 그 가족의 고통이라는 Fact의 힘은 그 어떤 Fiction으로도 감추기 어렵다. 더욱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Fact, 북한을 탈출해 중국 땅을 헤매며 짐승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탈북자들의 한 맺힌 절규라는 Fact는 아무리 감추고 포장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Fact가 미 하원의 중국 내 탈북자 인권결의안을 만들어 냈으며 이 Fact가 유엔의 대북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Fact가 국제사회와 인류를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이 Fact가 한반도 통일을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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