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V)

박상봉 박사 2007. 8. 13. 12:10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V)


7. 전환기의 사회․심리적 난제


청산되어야 할 제도와 행동양식 이외에 사회통합을 위해 체제통합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사회 심리적 난제들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기대이상의 어려움을 초래했던 난제들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의 사회통합에 대비해야 한다.


정신심리학자인 마츠(Maaz)는 동독사회의 사회심리적 난제에 대해 “동독사회는 심리적으로 자주적이고 독립적이며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는 출세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순종적이고 순응하며, 의존적이며 획일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고 주장하고 이런 권위적, 억압적 교육이 불러온 사회심리적 결과를 세 가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한스-요아힘 마츠, 독일통일과정에 나타난 사회심리적 난제들 - 감정 정체로부터 마케팅 지향까지 -, 2002년 4월 25일 연세대 통일연구원 주최 한독 심포지엄 강연문.) 소외, 결핍증후군, 감정정체.

성장기 아이들이 자아를 계발하지 못하고 억압적인 사회규범에 맞추어 소외된 자아를 만들게 되며 그 사회심리적 결과가 억제와 불안, 의존과 외부 지향성이다. 결핍증후군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이 다양한 중독현상에 빠지기 쉬운 사회심리적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일중독, 성과중독, 쇼핑중독, 권력욕, 자기과시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감정억제와 스트레스의 축적으로 우울, 불안, 강박관념, 알레르기 등 정서적, 정신신체적 증후군을 야기시킨다.

동독의 경우 이러한 사회심리적 결함들이 사회통합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직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과 결합되어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가이슬러 교수는 동독인들은 통일 후 과거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실업문제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통합은 실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마음 속에 새기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Rainer Geissler, Sozialer Wandel in Deutschland, Info zur politische Bildung(269호), p. 2.) 바덴 뷔르템베르그 주 사회보장팀장으로 통일 후 이 분야 실무를 맡아왔던 모이슈 팀장도 사회통합과정에서 사회보장 시스템의 결함이 새롭게 이슈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Andreas Meusch, Soziale Sicherheit, W. Weidenfeld/ K.-R. Korte(ed.), Handbuch zur deutschen Einheit, 1993. p. 579.)


독일통일의 사례는 사회주의의 잘못된 습관들이 남북 사회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문제점들과 접목될때 사회통합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이너 모일레만은 동독인들은 사회통합 과정에서 겪는 일들을 동독에서의 사회화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한다. 동독인들이 통일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 평등주의를 점점 더 옹호하며 성과주의에 비판적으로 변해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하이너 모엘레만, 통일독일에서의 가치와 국가정체성, 2002년 4월 25일 연세대 통일연구원 주최 한독 심포지엄 강연문, pp. 2~9.)

이렇듯 사회주의적 폐습이 통합의 문제점과 결합되고 이에 대해 정치지도자들이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대응한다면 사회통합은 더욱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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