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컬럼 및 논단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IV)

박상봉 박사 2007. 8. 13. 12:05
 

남북한 사회통합을 대비한 우리의 과제(IV)


6. 사회주의 기업


경제통합의 차원에서 청산해야할 가장 핵심대상은 사회주의 기업이다. 사회주의 기업은 제도적 차원의 결함은 물론이고 가치관에 있어서도 국가의 발전을 저해한다.  사회주의 원칙 하에서의 기업활동은 기업의 자율이 아니라 국가나 당 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다. 기업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기업활동의 다음과 같은 특징을 통해 청산되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시장의 동력이기도 한 비교우위가 무시되고 용이한 국가계획을 위해 대기업 위주의 경제를 만들고 완전고용을 표방한 것들이야 말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위해 경제와 기업을 수단으로 삼은 결과이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는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한 국제적 노동분업에 동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기업 간의 노동분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기업은 다른 기업과 수평적․수직적 분업을 맺기보다는 가능한 한 타 기업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려 한다. 만성적인 물자부족과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기업들은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반제품들을 제때에 공급받기 어려워 약속한 날짜에 납품하지 못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구조적 결함으로 기업들은 타기업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모든 공정에 필요한 부품이나 반제품들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내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고 신축적 기업운영은 불가능하다.


통일과 함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동독의 기업현황이 이런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기업의 실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표4 : 통일前 동서독 기업현황 비교(제조업 분야만 포함)


                                동         독                                  

회사규모(고용인력기준)

회사수

점유율(%)

노동자수(명)

점유율(%)

25명 이하

120

3.5

1,704

0.1

26~50 명

182

5.3

6,835

0.2

51~100 명

340

9.9

25,282

0.8

101~200 명

521

15.2

77,068

2.4

201~500 명

859

25.1

278,013

8.6

501 명 이상

1,401

40.9

2,841,791

87.9

3,423

 

3,230,693

 



서         독

회사규모(고용인력기준)

회사수

점유율(%)

노동자수(명)

점유율(%)

19 명 이하

459,572

88.2

2,355,480

21.5

20~49 명

37,534

7.2

1,116,653

10.2

50~99 명

12,085

2.3

831,007

7.6

100~199 명

6,252

1.2

869,236

8.0

200~499 명

3,811

0.7

1,160,537

10.6

500 명 이상

1,909

0.4

4,598,806

42.1

 

521,163

 

10,930,919

 


위 도표에서 보듯이 동독의 특징은 회사 수가 서독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통일 직전 서독의 제조업체인 기업 수가 52만개를 상회하고 있는 반면, 동독의 경우는 3천4백여 개에 불과했다. 기업숫자로만 보아 서독의 1%에도 못 미치는 정도였다. 이것은 동독의 기업이 주로 대기업이라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동독의 경우 500명 이상의 대기업 숫자가 1,401개로 전체 기업의 40.9%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서독은 1,909개로 0.4%에 불과했다. 더욱이 동독의 1천여개 대기업에 종사했던 인력이 280여만 명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인원 19명 이하의 소기업은 서독의 경우 46만 여개로 전체의 82%를 차지했으나 동독에는 25명 이하의 기업이 120개에 불과했다. 비율로 3.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예상 밖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실제로 동독의 대기업은 유치원과 같은 생산과 무관한 부서들을 광범위하게 거느리고 있었고 원자재에서부터 반제품을 거쳐 완제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조직을 갖고 있었다. 북한의 경우, 정확한 통계의 미비로 현재의 기업환경과 규모, 조직의 성격 등을 정확하게 예단할 수 없으나 동독의 경우보다도 더욱 열악한 상황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낼 수 있다.

이렇듯 사회주의 체제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운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에 대한 조정의 수단으로서 국가계획은 기업의 수가 많으면 불가능하다.


사회주의 회사법


기업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실현에 앞장 서야할 조직이다. 이런 조건 하에서 사회주의 기업의 활동목적은 국가의 계획을 개별경제의 차원에서 수행해 내는데 있다.

첫째, 기업의 전반적인 활동범위는 회사법에 의해 제한되며 기업인은 당과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일반재산이나 협동체 재산을 규정하는 사회주의적 재산법에 있다. 모든 회사의 정책적 결정은 감독관청에 의해 주어지며 무엇보다도 회사의 설립, 해체, 생산품목, 투자결정에 있어서 회사의 의지는 반영되지 않는다. 게다가 기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윤도 각종 기금에 출연해야 할 뿐 아니라 사회주의 이념 하에 제정된 노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각종 부과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전직 또는 고용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즉 기업의 경영자들은 회사라는 위계질서 조직에 편입된 국가 공무원과 별 차이가 없다.

둘째, 기업은 구체적인 생산활동에 있어서도 여러 제약을 받는다. 계획량 부과, 가격결정, 생산의 질적․양적 규제 등 세세한 통제가 이루어진다.


완전고용과 구조적 태업


사회주의는 은폐된 실업을 특징으로 한다. 고용이 경제나 경영상의 정책적 결정이 아니라 사회정책적 판단의 결과다. 임금도 생산성을 기준으로 한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국가의 정책적 판단인 셈이다. 이것은 종종 평등한 노동의 대가라는 사회주의적 판단을 가능케 하는 한편, 치열해지는 국제경쟁 하에서 추구해야 하는 노동의 질적 향상에는 무관심하도록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는 완전고용을 내세우고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으로부터 태동된 사회주의 이론은 실업이야말로 경쟁을 원칙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시장경제체제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고용은 사회주의가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국가의 정치적 개입을 강요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완전고용은 회사가 불필요한 고용을 감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자율적 판단이 아니라 국가의 지침에 따라 과다한 인력을 떠 맡게된 기업은 구조적으로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마련이었다. 기업은 구조적으로 국제경쟁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제품의 경쟁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어 갔다. 이것이 사회주의 체제가 자랑하던 완전고용의 실체였고 사회주의 몰락의 배후에는 이런 정치적 완전고용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구조적 태업이 만연된 셈이다.

인간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재화는 사유재와 공공재로 나누어진다. 개인 소유의 주택, 자동차, 부동산 등이 사유재이며 도로, 공원, 지하철 등 공공시설이 공공재에 속한다. 인간의 행동의 재화의 성격에 따라 판이하게 나타난다. 내 소유물과는 달리 공공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공공시설을 파괴하고 공원이 일부 개인들에 의해 더럽혀지기 일쑤이다.


통일 직전 동독의 생산성이 서독의 20분의 1에 불과했다는 통계는 이런 구조적 결함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업환경이 가장 열악한 북한의 경우 노동자 1인당 생산성은 이런 동독의 경우 보다 훨씬 열악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통일 대비책에는 이에 대한 개선책도 심도있게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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